스팟 개조 로봇 ICE 납품에 직원 반발…상업용 로봇 활용 논란

공식 파트너 라데코가 개조한 ‘케르베로스’ 4대, 터널 단속 지원용

직원 300여명 납품 반대 청원…경영진은 위해·무기 장착 금지 약관 강조

군사용 전환 연구도 확대…시민단체는 기업·정부의 제도 검토 촉구

[화담일보 = 김태린기자] 현대차그룹 계열사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로봇 ‘스팟’을 개조한 장비가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납품되면서 직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산업현장 점검과 재난 대응 등에 쓰이던 상업용 로봇을 이민 단속에 활용하는 것이 기업의 윤리 원칙에 부합하는지가 쟁점이다.

 

한겨레는 미국 현지 매체들을 인용해 보스턴 다이내믹스 직원 300여명이 9월 회사에 납품 반대 청원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시민단체도 회사 본사 앞에서 판매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직원들은 지난해 9월 ICE가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노동자 수백명을 구금한 사건 등을 청원서에 거론했다.

 

ICE에 납품된 장비는 스팟을 기반으로 만든 ‘케르베로스’ 4대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직접 공급한 것이 아니라 공식 파트너사인 미국 라데코가 개조했다. 에너지·국방·보안 분야 무인 로봇 솔루션을 제공하는 라데코는 수년간 미 국토안보부 등을 대상으로 스팟 운용 교육을 해왔다.

 

케르베로스에는 열화상·360도 카메라와 방사능·유독가스·폭발물 감지 기능, 군용 등급 통신 장비, 문을 열 수 있는 로봇팔 등이 탑재됐다. 현지 매체들이 전한 ICE의 활용 목적은 지하 터널을 통한 불법 이민과 밀수, 인신매매 범죄 단속 지원이다. 장비의 탐지·통신·출입 기능을 단속 현장에서 활용하려는 것이다.

 

직원들은 자신들의 기술이 민간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정부기관에 쓰인다고 비판하며 납품에 반대했다. 반면 경영진은 스팟 판매 약관이 사람에게 위해나 위협을 가할 목적의 사용과 임의의 무기 장착을 엄격히 금지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라데코와 ICE의 계약도 지능형 기계를 윤리적으로 발전시킨다는 회사 목적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로봇을 무기화하지 않고, 무기로 사용하려는 주체와 협력하거나 사용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두고 있다. 2022년에는 애질리티·유니트리 등 미국과 중국의 주요 로봇기업들과 상업용 로봇 무기화에 반대하는 공동선언에도 참여했다. 지난 5월에는 경찰 납품 업체의 스팟 섬광탄 장착 시도에 직원들이 반발해 계약이 무산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스팟은 그동안 화재 현장 내부 탐색과 재난 생존자 수색, 인질 사건 현관문 개방, 폭발물·생화학물질 탐지 등에 투입됐다. 이런 기능은 구조 인력의 위험을 줄이는 데 활용되지만, 살상이 발생할 수 있는 작전을 지원하는 데도 쓰일 수 있어 활용 범위와 규제 기준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군사용 전환 움직임도 논란의 배경이다. 로이터통신은 9월 중국이 2024년부터 상업용 휴머노이드 기술을 군사용으로 전환하는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아영 피스모모 대표는 27일 스팟의 2021년 프랑스 육사 군사훈련 투입 사례를 들며, 직접 사람을 죽이지 않는 로봇이라도 사람이 사망할 수 있는 환경에 배치될 때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상업용·민간용 로봇이 무기로 전용되기 전에 기업과 정부가 제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사안에 대해 보스턴 다이내믹스 차원에서 대응했으며 본사 입장은 별도로 없다고 밝혔다. 그룹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2028년 미국 자동차 생산라인에 우선 배치할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작성 2026.10.28 05:01 수정 2026.10.2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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