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소설에 ‘AI 생성 99%’ 판정…팽그램이 던진 출판계의 질문

2만 유로 상금 걸린 문학상, 응모 규정에 AI 활용 금지 명시

탐지 수치는 생성 확률 아닌 분량 비율…오탐과 인간 기여 판단에 한계

프랑스 갈리마르, 2027년부터 AI 탐지기로 원고 검사 예정

[화담일보 = 정도윤기자] 인공지능(AI) 문서 탐지 도구 팽그램이 국제 문학상 수상 소설의 99%를 AI 생성 문장으로 분류하면서 출판계에서 탐지 기술의 신뢰성과 창작 규정에 관한 논쟁이 일고 있다. 엘파이스는 페루 작가 다비드 실바 로하스의 소설 ‘Donde el agua trabaja’에 대한 분석 결과와 탐지 도구의 작동 방식, 한계를 소개했다.

 

이 작품은 2026년 7월 제1회 알마디아 벤토사아루파트 국제 중편소설상을 받았다. 상금 2만 유로는 인세 선급금 형태로 지급된다. 대회 규정은 응모 행위를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AI 도구로 작성하지 않았다는 명시적 선언으로 간주하고, 위반 징후나 의심이 있으면 실격 처리하도록 정했다. 다만 탐지 결과 자체가 작가의 실제 집필 과정을 확정하는 것은 아니다.

 

팽그램은 문서를 구간별로 나눠 인간 작성, AI 보조, AI 생성으로 분류한다. 이번 99%는 작품이 AI로 작성됐을 확률이 아니라, 전체 텍스트 중 탐지기가 AI 생성으로 분류한 분량의 비율이다. 분석 대상 소설은 2만5000단어가 넘는다. 작가는 짧은 문장 위주의 문체가 일본 하이쿠의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해당 매체의 논평 요청에는 응답하지 않았다.

 

팽그램은 스탠퍼드대 출신 맥스 스페로와 브래들리 에미가 2023년 설립했다. 인간이 쓴 문서와 이를 모방하도록 AI가 생성한 문서를 짝지어 학습하는 방식으로 두 종류의 글을 구별한다. 학습에는 수천만 건의 문서가 쓰였으며, 인간의 글을 AI 생성물로 잘못 지목하는 오탐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회사는 10월 19일 4.1 버전을 출시했다.

 

보도에 소개된 평가에서는 비교적 낮은 오탐률이 나왔다. 문학 교수 스티븐 몰먼이 17개 연구를 모은 결과, 인간 작성 문서 3만6282건에서 오탐은 49건으로 약 0.14%였다. 듀크대 연구진이 챗GPT 등장 이전 과학 논문에서 뽑은 문단 3000개를 검사했을 때는 한 개만 AI 보조로 분류됐고, AI 생성으로 판정된 문단은 없었다. 이는 각 시험 자료에서 나온 결과로 모든 글에 동일한 정확도를 보장하는 수치는 아니다.

 

오류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팽그램은 인간의 글을 잘못 지목하지 않도록 조정돼 AI 생성 문서를 인간 작성으로 놓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설명됐다. 탐지 도구가 문장의 생성 흔적을 가려내더라도, 그 과정에서 사람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까지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다. 사람이 만든 아이디어와 메모를 AI가 문장으로 바꾼 경우와 자동 생성된 글을 거의 그대로 사용한 경우를 구분하는 문제도 남는다.

 

논란은 다른 언어권의 출판 계약과 심사 절차로도 이어졌다. 캐나다 출판사 레제디시옹 뒤 보레알은 작가 텔리송 오렐리앵의 창작 과정에 관한 자료를 요구했으나 AI 사용 여부를 해소하지 못했다며 관계를 종료했다. 출판사가 의뢰한 별도 검토에서는 일부 문서의 메타데이터에서 AI 태그 흔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라디오 프랑스에 따르면 프랑스 출판사 갈리마르는 2027년부터 AI 탐지기로 원고를 검사할 예정이다. 10월 케인 아프리카문학상을 받은 짐바브웨 작가 심바라셰 스테인 쿤디제자의 작품도 탐지 결과를 다룬 애틀랜틱 보도 이후 주최 측 검토가 진행 중이다. 탐지 기술을 심사에 도입하는 움직임과 함께 AI의 보조를 어디까지 허용할지, 판정 결과를 어떤 절차로 검토할지가 출판계의 과제로 떠올랐다.

작성 2026.10.28 05:57 수정 2026.10.28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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