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 = 윤다인기자] 인공지능(AI)으로 소프트웨어의 작동 원리를 분석하고 유사한 기능을 재현하는 역설계 도구가 등장하면서 인디 게임 개발사들이 데모 배포를 중단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한겨레의 10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이용자 컴퓨터에 주요 데이터가 담기는 패키지 게임과 핵심 기능을 서버에서 처리하는 온라인 게임의 구조 차이가 복제 위험에 대한 업계의 대응을 가르고 있다.
대형 게임사들의 주력 장르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등은 개발사가 운영하는 서버에서 중요한 연산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수백∼수천명이 함께 접속한 상태에서 전투 결과를 판정하거나 아이템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기능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용자 PC에 설치된 프로그램은 화면을 보여주고 조작 신호를 서버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따라서 설치 파일을 분석하는 것만으로 서버에 있는 연산 규칙까지 온전히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인터넷에 연결하지 않아도 실행할 수 있는 패키지 게임은 사정이 다르다. 게임 규칙과 그래픽, 사운드 등 주요 데이터가 이용자의 컴퓨터에 저장돼 있어 파일 분석을 통해 작동 방식을 알아내고 같은 기능을 재현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서버를 유지할 비용과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중소 인디 개발사들은 PC·콘솔용 패키지 게임을 만드는 경우가 많아 이러한 복제 위협에 더 노출될 수 있다.
국내 인디 게임사 와이낫(YNOT)은 10월 20일 글로벌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에서 요리 타이쿤 게임 ‘스푸키친’의 데모 버전 배포를 중단했다. 정식 출시에 앞서 이용자들에게 게임을 소개하기 위해 공개한 데모였지만, AI로 게임을 복제하려는 곳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배포를 멈췄다. 이는 복제가 완료됐다는 발표가 아니라 복제 시도에 관한 제보에 대응한 조치다.
일본 인디 개발사 얼라이언스 아츠도 비슷한 이유로 ‘드렁큰 가디스 리플럭스’의 데모 출시를 취소했다. 당초 공개 예정일은 10월 16일이었다. 두 사례는 출시 전 게임을 알리는 수단인 데모 공개에도 복제 우려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와이낫은 이미 배포한 데모를 거둬들였고, 얼라이언스 아츠는 예정된 공개를 취소했다는 점에서 대응 단계에는 차이가 있다.
서버 중심의 온라인 게임도 복제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가 나온다. 박종천 지란지교소프트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는 여러 장의 게임 화면과 서버에서 처리하는 규칙, 세부 내용을 담은 기획안을 제공한다면 AI 역설계 도구로 온라인 게임도 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용자 설치 파일만 분석하는 경우와 달리 게임 내부 규칙에 관한 추가 정보가 주어지는 상황을 전제로 한 설명이다.
박 CAIO는 게임 흥행에는 개발사에 대한 신뢰, 기존 이용자층의 팬덤, 아트 작업에 참여한 아티스트의 인지도 등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국내 한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AI 기술 발전으로 역설계 복제 위협이 커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면서도, 게임에 담긴 인간의 창의성까지 그대로 모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