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기획]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수렁… 주가 하락 국면 속 정부 방어 능력의 한계와 과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고금리 장기화,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면서 국내 증시가 짙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의 만성적 저평가 현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고착화되는 가운데, 주가 폭락 시마다 내놓는 정부의 방어 대책이 시장의 불신을 해소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1천400만 개인 투자자들의 자산이 위축되고 자본시장의 자금 조달 기능이 마비되는 상황에서, 금융 당국의 대응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는 주주환원 확대 정책, 공매도 제도 개선, 밸류업 프로그램 등 다각도의 증시 부양책을 제시해 왔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러한 정책들이 단기 구두 개입이나 실효성 없는 미봉책에 그치며, 증시 하락의 근본 원인인 기업 지배구조의 불투명성과 거시경제적 불확실성을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증시 하락 방어를 둘러싼 정부 정책의 구조적 문제점을 진단하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심층 분석한다.
1. 사후약방문식 구두 개입과 정책의 신뢰성 실추
주가 폭락 국면에서 금융 당국이 보여준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늑장 대응'과 '선언적 구두 개입'의 반복이다.
증시 변동성이 극에 달할 때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 등 정책 당국은 '시장 점검 회의'를 열고 구두 개입에 나선다. 그러나 실질적인 자금 투입이나 제도적 안전장치가 빠진 메시지는 시장의 불안감을 완전히 소화하지 못한다. 오히려 정책 당국의 미온적인 태도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를 부추기는 악순환을 형성하곤 한다.
또한 과거 증시안정펀드(증안펀드) 조성 발표와 같이 정책 수단을 언급하면서도, 실제 투입 시점이나 가동 기준을 두고 미적거리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례가 빈번했다. 이처럼 신속하고 과감한 결정이 결여된 사후약방문식 대책은 당국의 시장 방어 의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핵심 원인으로 작동한다.
2. 공매도 및 수급 불균형 대응의 한계와 시장 왜곡
국내 증시 하락 시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강력하게 지적하는 대목은 공매도 제도와 외국인·기관 중심의 수급 불균형 문제다.
정부는 공매도 전면 금지와 시스템 전산화, 상환 기간 및 담보 비율 조정 등 제도 개선책을 내놓았으나, 이를 둘러싼 시장의 갈등은 지속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불법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처벌과 감시가 여전히 미흡하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글로벌 표준에 맞지 않는 인위적 규제가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추겨 증시 하락을 가속화한다는 반론을 제기한다.
이러한 정책의 갈팡질팡은 결과적으로 자본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시장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약화된 상태에서 수급 통제에만 의존하는 방식은 장기적인 증시 방어에 한계를 노출할 수밖에 없다.
3. 기업 지배구조 개혁의 지연과 밸류업 프로그램의 태생적 한계
정부는 상장사들의 자발적인 기업 가치 제고를 유도하기 위해 '코리아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해 왔다. 자사주 매입·소각 및 배당 확대를 유도하여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주가 하락 방어벽을 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밸류업 정책이 자율성에 주로 의존하면서 기업들의 참여를 강력하게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가 드러난다.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의 이해상충을 해결하기 위한 상법 개정(이사 충실 의무 대상 확대 등)이나 세제 혜택 명확화 등 핵심적인 제도적 결단이 연기되면서, 정책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
소액주주의 권리 보호가 제도적으로 담보되지 않는 한, 증시 하락 국면에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주가 방어에 나설 유인이 부족하다는 점은 정부 증시 정책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4. 증시 방어 능력 제고를 위한 4대 개혁 과제
주가 하락 시 자본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를 차단하고 증시의 기초 체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단기적 미봉책을 넘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첫째, 시장 안정화 장치의 상시화 및 즉각적 발동 체계 구축이다. 증시안정기금이나 연기금의 증시 방어 역량을 일시적 동원이 아닌, 구체적인 매뉴얼에 따라 신속히 작동할 수 있는 '자동 완충 장치(Automatic Stabilizer)' 형태로 고도화해야 한다. 시장 급락 시 유동성 공급의 시차를 최소화하여 투매 현상을 방지해야 한다.
둘째, 기업 지배구조의 근본적 개혁과 주주 권리 보호 입법이다.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 전체로 확대하고, 물적분할 후 상장이나 불공정 합병 등 소액주주에게 피해를 입히는 행위에 대해 강력한 법적 제재를 마련해야 한다. 주주 권리가 보장될 때 비로소 증시의 하방 지지력이 형성된다.
셋째, 불법 공매도 및 불공정 거래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적용이다. 불법 무차입 공매도 감시 시스템을 완벽히 안착시키고, 시세 조종 및 미공개 정보 이용 행위에 대해 재산상 이득의 수 배에 달하는 징벌적 과징금과 형사 처벌을 강화하여 시장 투명성을 최고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넷째, 장기 투자자에 대한 세제 혜택 확충과 기관 자유 유치다. 단기 매매 위주의 시장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장기 주식 보유자에 대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및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국민연금 등 국내 연기금의 국내 주식 비중 축소 기조를 재검토하여 시장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 종합 제언: 체질 개선 없는 방어책은 사상누각이다
주가는 국가 경제의 거울이자 경제 주체들의 자산 안전망이다. 증시 하락 국면에서 정부가 보여주는 방어 능력은 단순히 지수 몇 포인트를 방어하는 수준을 넘어, 대한민국 자본시장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결정짓는다.
정부는 임시방편식 유동성 억제나 단순한 구두 개입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업 지배구조 개혁이라는 본질적인 수술을 감행하고,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법적 인프라를 구축할 때 비로소 주가 하락의 거센 파도 속에서도 증시의 안정성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