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 = 장주은기자] 인공지능(AI)이 작성에 관여한 글을 식별하는 워터마크가 도입되고 있지만, 출판사와 서점, 독자가 직접 이를 확인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독일 타게스샤우는 10월 21일 출판계와 AI 전문가의 설명을 통해 워터마크의 작동 방식과 활용상의 한계를 짚었다. AI 참여 여부를 표시하더라도 실제로 어느 정도까지 글쓰기에 개입했는지는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독일 출판인이자 작가인 요 렌들레는 앤트로픽과 구글, 오픈AI 등이 워터마크를 예고하고 일부 활용하는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보도는 그 배경으로 2024년 발효된 유럽연합(EU) AI법과 올해 8월 초 추가된 AI 생성 콘텐츠 표시 의무를 들었다. 렌들레는 출판인 입장에서 이런 표시가 글의 제작 과정에 AI가 참여했는지 드러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표시를 넣는 것과 이용자가 이를 확인하는 것은 별개다. AI 전문가 외르크 시프에 따르면 현재 워터마크를 활용할 수 있는 주체는 기술기업과 일부 선정된 기관·대학으로 제한돼 있다. 탐지에 필요한 열쇠가 공개되지 않아 일반 독자뿐 아니라 책을 제작하고 유통하는 출판사와 서점도 워터마크 유무를 스스로 검사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텍스트의 워터마크는 눈에 보이는 표시를 덧붙이는 방식과도 다르다. 별도 코드를 삽입하면 쉽게 삭제될 수 있어, 단어와 문장부호를 선택하는 과정에 특정 규칙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시프는 평소보다 특정 단어가 자주 나타나도록 해 통계적 확률로 흔적을 찾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독자가 읽는 문장의 의미는 거의 같게 유지되므로 내용을 읽는 것만으로 표시를 알아채기는 쉽지 않다.
워터마크가 발견돼도 AI 사용 범위를 판단하는 데는 한계가 남는다. 시프는 글 전체를 AI로 작성한 경우와 사람이 쓴 글의 쉼표만 AI로 점검한 경우에 모두 워터마크가 붙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표시의 존재만으로 작품 전체가 기계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해석하거나, 저자의 창작 기여도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문학계에서는 기술의 활용 가능성과 창작의 책임을 둘러싼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렌들레는 영화의 등장으로 서사 방식이 달라지고 컴퓨터가 조사와 집필 과정을 바꿨듯 문학은 기술 변화에 적응해 왔다고 설명했다. AI 역시 작가가 글쓰기에 막혔을 때 돌파구를 찾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견해다.
동시에 렌들레는 AI가 책과 문학 작품을 학습에 이용하면서 저작자에게 보상하지 않은 점을 근본적인 문제로 꼽았다. AI만으로 생성한 글은 문체와 구조가 매끄럽지 않아 드러나는 경우가 많지만, 품질은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현재의 어색한 표현만으로 AI 사용 여부를 가려내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관측이다.
시프는 AI의 도움을 받아 좋은 글을 쓰는 행위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 패턴과 확률에 의존하는 창작이 확산되면 비슷한 서사가 반복되고 독창성이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AI 참여 여부를 밝히는 기술과 별개로, 작품의 질과 인간의 창작 역할을 어떻게 평가할지가 출판계의 과제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