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김경민기자] 한국 화장품의 해외시장 확대가 이어지면서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제조기업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K-뷰티 산업은 소비자에게 알려진 브랜드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제품 기획과 개발, 생산, 품질 관리 등을 담당하는 제조기업이 브랜드의 제품 출시와 시장 대응을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한국콜마·코스맥스·코스메카코리아 등 국내 화장품 제조기업의 실적을 살펴보면 산업 성장의 흐름과 기업별 차이를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70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7.3% 증가했다. 역대 상반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이어 2026년 1~3분기 누적 수출액은 111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1.1% 늘었다. 2025년 연간 수출액인 114억 달러에 근접한 규모다. 상반기 수치는 잠정 집계이며, 누적 수출액은 별도 발표의 집계 기준과 시점을 적용한 수치다.
수출액 증가는 한국 화장품이 해외시장에 공급되는 규모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수출 통계만으로 국내 제조기업 전체의 매출이나 이익이 같은 비율로 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수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과 브랜드가 다르고, 제조기업마다 고객사 구성과 사업 범위도 다르기 때문이다. 산업의 외형을 보여주는 수출 통계와 개별 기업의 실적을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ODM·OEM, 브랜드와 시장을 연결하는 제조 구조
화장품 제조기업의 역할을 이해하려면 ODM과 OEM의 차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ODM은 제조기업이 제품 개발과 생산을 함께 담당하는 방식이다. OEM은 고객사가 제시한 설계나 사양을 바탕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실제 계약에서는 개발과 생산의 역할이 혼합될 수 있어 모든 기업의 사업을 두 유형으로 단순하게 나누기는 어렵다.
제조기업은 브랜드가 제품을 직접 개발하거나 생산시설을 모두 갖추지 않더라도 시장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브랜드의 제품 기획과 제조기업의 개발·생산 역량이 연결되는 구조다. 이에 따라 화장품 산업을 분석할 때는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브랜드뿐 아니라 제품을 실제로 개발하고 생산하는 기업의 사업 구조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6년 2분기 실적, 세 기업 모두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
각 기업이 제공한 2026년 2분기 경영실적 자료를 보면 한국콜마, 코스맥스, 코스메카코리아 모두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증가했다. 다만 세 기업의 사업 범위와 연결·별도 기준이 서로 다르므로 증가율만으로 기업 간 경쟁력 순위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한국콜마의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8,6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103억원으로 50.2% 늘었고, 순이익은 706억원으로 68.9% 증가했다. 연결 실적에는 화장품 제조사업 외에 HK이노엔과 연우 등 다른 사업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연결 실적을 화장품 제조사업만의 성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한국콜마의 별도 기준 매출은 4,3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708억원으로 44.3%, 순이익은 521억원으로 68.2% 늘었다. 연결 기준과 별도 기준의 증가율 차이는 집계 범위가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두 수치를 구분해 읽어야 한국콜마의 사업별 실적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코스맥스의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7,9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737억원으로 21.2% 늘었고, 순이익은 500억원으로 129.0% 증가했다. 회사가 제시한 자료에는 국내와 중국, 미국, 인도네시아, 태국 등 지역별 실적도 포함돼 있다. 다만 순이익 증가율만으로 영업활동의 수익성이 같은 폭으로 개선됐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을 구분해 살펴봐야 한다.
코스메카코리아의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2,2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21억원으로 39.3% 늘었으며, 영업이익률은 14.2%로 전년 동기와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했지만, 영업이익률은 유지됐다는 점에서 외형 성장과 수익성 변화는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매출 증가율만으로 경쟁력을 판단할 수 없어
세 기업의 실적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함께 증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성장률의 크기만으로 어느 기업의 경쟁력이 더 높다고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연결 범위와 사업 구성, 고객사 구성, 지역별 매출 비중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업별 수익성을 비교하려면 매출 증가율뿐 아니라 영업이익률, 비용 구조, 사업별 실적 등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코스맥스의 2분기 실적에서는 매출원가가 6,5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7% 증가했고, 판매관리비는 688억원으로 32.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 항목의 변화는 매출 증가와 함께 살펴야 할 지표다. 다만 이 수치만으로 비용 증가의 구체적인 원인을 단정할 수는 없다. 원인을 설명하려면 회사가 공개한 세부 자료와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코스메카코리아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9.8%, 39.3% 증가했고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 수준을 유지했다. 한국콜마는 연결 기준과 별도 기준의 실적 차이를 함께 살펴야 하며, 코스맥스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의 증가율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각 기업의 실적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지 않으면 성장의 의미를 잘못 해석할 수 있다.
K-뷰티 수출 확대는 국내 화장품 산업의 해외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제조기업의 실적은 이 산업에서 개별 기업이 거둔 성과를 보여주지만, 수출 증가가 특정 기업의 실적을 직접 끌어올렸다고 단정하려면 추가 근거가 필요하다. 향후 산업의 흐름을 더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수출 통계뿐 아니라 기업별 사업 구조, 지역별 실적, 비용과 수익성의 변화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