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곡밥·두부·고등어·제철 나물로 실천…비싼 수입 식재료 필요 없어
아침은 달걀·나물, 점심은 생선, 저녁은 두부…고령자 맞춤 식단 제안
올리브유와 견과류, 채소와 생선이 풍부한 지중해식 식단이 심혈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알려지면서 관련 식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올리브유 한 가지를 더 먹거나 특정 원산지의 식재료를 구입하는 것만으로 같은 건강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지중해식 식단의 핵심은 개별 식품의 효능이 아니라 식사 전체의 구성에 있다. 채소와 과일, 콩류, 통곡물, 견과류를 충분히 섭취하고 생선을 적절히 먹으면서 붉은 고기와 가공육, 과도한 당분 섭취를 줄이는 방식이다.
최근 그리스산 올리브유와 치즈 등 원산지 명칭 보호(PDO) 인증 식품을 소개하는 홍보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지만, PDO 인증은 식품의 원산지와 생산방식에 관한 인증이지 해당 제품의 질병 예방 효과를 보증하는 제도는 아니다.
실제로 지중해식 식단의 건강효과를 평가한 주요 연구들은 특정 식품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식품을 조합한 식사 방식과 질병 발생의 관계를 살펴봤다.
고령자 역시 값비싼 수입 식재료를 구입하기보다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잡곡과 두부, 콩, 생선, 제철 채소 등을 활용해 식사의 균형을 개선하는 것이 현실적인 실천 방법이 될 수 있다.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 확인…대표 임상시험 결과는
지중해식 식단의 효과를 살펴본 대표적인 연구는 스페인에서 진행된 PREDIMED 임상시험이다.
연구진은 심혈관질환을 진단받은 적은 없지만 당뇨병 등 위험요인이 있는 55~80세 성인 7,447명을 대상으로 식사 방식에 따른 심혈관질환 발생을 비교했다.
참가자들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보충한 지중해식 식단, 견과류를 보충한 지중해식 식단, 지방 섭취를 줄이도록 권고받은 대조군으로 나뉘었다.
중앙값 4.8년의 추적 관찰 기간에 심근경색·뇌졸중·심혈관질환 사망을 합친 주요 심혈관 사건은 올리브유군 3.8%, 견과류군 3.4%, 대조군 4.4%에서 발생했다.
연구진이 참가자의 특성 등을 보정해 분석한 결과, 대조군과 비교한 주요 심혈관 사건의 상대적 위험은 올리브유군에서 약 31%, 견과류군에서 약 28% 낮았다.
다만 이는 모든 사람의 심혈관질환 발생 가능성이 30%포인트 줄어든다는 의미가 아니다. 상대적 위험 감소를 나타내는 수치이며, 실제 발생률의 차이와 구분해 해석해야 한다.
또한 연구에서는 식단 교육이 함께 이뤄졌기 때문에 올리브유나 견과류만 먹으면 같은 효과를 얻는다고 볼 수 없다.
이 연구는 최초 발표된 2013년 논문에서 참가자 배정 절차의 문제가 확인돼 철회된 뒤, 2018년 수정 분석 결과가 다시 발표됐다. 수정된 분석에서도 심혈관질환 발생 감소 결과는 유지됐지만, 연구 설계상의 한계는 함께 고려해야 한다.
고령자 사망 위험과도 연관…관찰연구의 한계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지중해식 식단을 잘 실천하는 사람일수록 건강상 이점이 관찰됐다.
2024년 국제학술지 Nutrients에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은 관찰연구 26편과 무작위 임상시험 2편을 포함한 총 28개 연구, 약 67만9천 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지중해식 식단의 실천 정도가 높은 집단은 낮은 집단보다 전체 사망 위험이 약 23%,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약 27%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수치를 지중해식 식단만의 효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분석에 포함된 연구 대부분은 관찰연구이기 때문이다.
지중해식 식단을 잘 실천하는 사람들은 운동이나 금연 등 다른 건강한 생활습관도 유지했을 가능성이 있다.
연구에서 이러한 요인을 통계적으로 보정하더라도 모든 영향을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현재 연구 결과는 지중해식 식단이 고령자의 건강에 도움이 될 가능성을 뒷받침하지만, 모든 질병을 예방하거나 수명을 연장한다고 보장하는 근거는 아니다.
올리브유보다 중요한 것은 식사 전체의 구성
지중해식 식단은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 지중해 연안 지역의 전통적인 식생활을 바탕으로 발전한 식사 방식이다.
채소와 과일, 콩류, 통곡물, 견과류를 중심으로 식사를 구성하고 생선과 해산물을 적절히 섭취하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붉은 고기와 가공육, 설탕이 많이 들어간 식품은 상대적으로 적게 먹는다.
미국심장협회(AHA)도 지중해식 식단을 심혈관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사 방식으로 소개하면서, 개별 식품보다 채소·통곡물·콩류·생선 등을 골고루 섭취하고 포화지방과 나트륨, 첨가당을 줄이는 식습관을 강조한다.
올리브유는 지중해식 식단에서 주요 지방 공급원으로 활용되지만,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기존 식사에 무조건 추가할 필요는 없다.
버터나 동물성 지방처럼 포화지방이 많은 식품을 불포화지방이 풍부한 식물성 기름으로 적절히 대체하는 것이 중요하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역시 이상지질혈증의 예방과 관리를 위해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 섭취를 줄이고, 생선과 식물성 식품에 들어 있는 불포화지방을 적절히 섭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따라서 지중해식 식단을 실천한다는 것은 올리브유를 별도로 마시거나 견과류를 많이 먹는 일이 아니라, 평소 식탁에서 어떤 식품을 줄이고 무엇으로 바꿀지 결정하는 과정에 가깝다.
잡곡밥·두부·고등어·나물…국내 식재료로도 실천
지중해식 식단을 실천하기 위해 반드시 수입 올리브유나 치즈, 특별한 향신료를 구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잡곡과 콩, 두부, 생선, 제철 채소 등을 활용하면 지중해식 식단의 주요 원칙을 일상 식사에 적용할 수 있다.
흰쌀밥에 현미나 보리를 섞고, 기름진 육류 반찬 일부를 두부나 생선으로 바꾸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다.
채소 반찬의 종류를 늘리고 간식으로는 과자나 단 음료 대신 과일이나 무염 견과류를 선택할 수도 있다.
다만 국내 식재료를 활용한 식단이 스페인의 임상시험에서 사용된 식단과 완전히 동일하거나, 같은 수준의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가 검증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연구에서 확인된 식사 원칙을 국내 식생활에 맞게 적용하는 방법으로 이해해야 한다.
지중해식 식단의 원칙을 국내 식탁에 적용하는 방법
| 식사 원칙 | 국내 식재료 활용 예시 |
|---|---|
| 통곡물 섭취 | 현미·보리·귀리 등을 섞은 잡곡밥 |
| 채소·과일 섭취 | 시금치·배추·버섯·제철 나물, 사과·귤 |
| 콩류 섭취 | 두부·콩밥·삶은 콩 |
| 생선 섭취 | 고등어·꽁치·삼치 등 |
| 불포화지방 활용 | 올리브유·카놀라유·들기름 등 식물성 기름을 적절히 사용 |
| 견과류 섭취 | 무염 호두·땅콩 등 |
| 가공식품 줄이기 | 가공육·단 음료·짠 반찬 섭취 줄이기 |
다만 우리나라 식단에서는 나물과 채소를 충분히 먹더라도 김치와 장아찌, 국물 음식 등을 통해 나트륨을 많이 섭취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나물은 간을 싱겁게 하고, 생선은 소금에 절인 제품보다 신선한 생선을 굽거나 찌는 방식으로 조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시니어를 위한 하루 식단…잡곡밥·두부·생선으로 구성
지중해식 식단의 원칙은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로도 실천할 수 있다. 특별한 수입 식품을 구입하기보다 평소 먹는 밥과 반찬의 구성을 조금씩 바꾸는 방법이다.

간식으로는 제철 과일이나 무염 견과류, 무가당 요구르트 등을 적당량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식단은 지중해식 식단의 기본 원칙을 국내 식재료에 적용한 예시로, 개인별 열량과 단백질 필요량을 계산한 치료식은 아니다.
고령자는 체중과 활동량, 질환 유무, 씹고 삼키는 능력 등을 고려해 식사량과 음식의 종류를 조절해야 한다.
고령자는 단백질·열량 부족하지 않도록 주의
지중해식 식단이 채소와 콩류를 강조한다고 해서 고기나 달걀 등 동물성 단백질 식품을 모두 끊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고령자는 식욕 저하와 치아 문제, 만성질환 등으로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할 수 있다.
특히 단백질과 열량이 부족하면 근육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는 고령자가 생선과 달걀, 콩류, 두부, 유제품 등 다양한 단백질 공급원을 식사에 포함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따라서 체중이 줄거나 식사량이 적은 고령자는 채소 위주로 식사를 제한하기보다 충분한 열량과 단백질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아가 불편한 경우에는 잡곡을 충분히 불려 부드럽게 조리하고, 견과류는 씹기 쉬운 형태로 준비할 수 있다.
다만 삼킴장애가 있다면 음식의 형태와 질감을 의료진의 안내에 따라 조절해야 한다.
만성콩팥병 등으로 단백질이나 칼륨 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사람도 일반적인 건강식 권고를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담당 의료진이나 임상영양사와 식단을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건강한 식사의 출발점은 특별한 식품이 아닌 매일의 밥상
지중해식 식단의 심혈관 건강효과를 뒷받침하는 연구는 축적돼 있다. 그러나 그 효과를 특정 올리브유나 치즈, 향신료의 효능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또한 지중해식 식단이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존 질환의 치료를 대신하거나, 약물 복용을 중단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특별한 식재료를 구입하는 일이 아니라 평소 식사에서 채소와 콩류, 통곡물, 생선의 비중을 늘리고 포화지방과 과도한 염분, 가공식품 섭취를 줄이는 것이다.
고령자에게는 이러한 원칙을 따르면서도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고, 자신의 건강상태에 맞게 식사를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
지중해식 식단은 반드시 지중해 지역의 음식을 그대로 재현해야 하는 식사법이 아니다.
우리 식탁에 익숙한 잡곡밥과 두부, 생선, 제철 나물로도 건강한 식사 원칙을 실천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