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박준수기자] 반도체가 지난달 수출을 사상 최대치로 끌어올렸지만 청년 취업자는 46개월째 줄고 있다. 성장의 대부분을 반도체가 만드는 동안, 청년이 노동시장에 들어갈 입구는 오히려 좁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9월 수출은 1209억4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무려 83.5% 늘어 월 기준 처음으로 1200억달러를 넘었다. 이 중 반도체 수출은 603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그러나 고용 지표는 반도체와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지 않다. 국가데이터처의 8월 고용동향을 보면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4만3000명 줄었고, 고용률은 44.1%로 1.0%포인트 떨어져 28개월 연속 하락했다. 청년층 실업률은 5.4%로 0.5%포인트 올랐다. 같은 달 전체 취업자가 18만4000명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청년 인구가 줄어든 영향도 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청년 인구가 14만4000명 줄어든 가운데 고용률까지 떨어졌다는 점에서 인구 감소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국가데이터처는 청년 실업률 상승에 경찰과 지방직 7급 공무원 시험 원서 접수가 조사 기간과 겹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호황이 일자리로 번지지 않는 이유로는 산업 구조를 살펴봐야 한다. 반도체는 설비 투자와 자동화 비중이 큰 장치산업이라 생산이 늘어도 고용은 그만큼 늘지 않는다는 분석이 있다. 정부도 생산이 늘 때 일자리가 얼마나 함께 생기는지를 보여주는 반도체의 취업유발계수가 높지 않다며 지난 7월 올해 취업자 증가 전망을 기존보다 1만명 적은 15만명으로 낮췄다.
한국노동연구원은 8월 고용 전망에서 성장 대부분이 고용 창출 효과가 미미한 반도체 부문에서 나오는 사이, 고용을 좌우하는 내수와 비반도체 부문은 고유가·고환율·고금리 부담에 영향을 받았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이 20% 안팎에 그쳐 호황의 성과가 국내 공급망 전반으로 고르게 퍼지지 못한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노동연구원은 근속 3개월 이하 청년 신규취업자가 크게 줄었고 신규 졸업자의 고용률 하락 폭이 청년층 평균보다 컸다며, 청년 고용 부진이 노동시장 진입 단계에서 특히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대기업 채용이 닫힌 것은 아니다. 채용 플랫폼 인크루트가 지난 7~8월 기업 600곳을 조사한 결과 하반기 채용을 확정한 대기업은 74.3%였다. 다만 노동연구원은 고용 증가가 반도체·조선·바이오 등 일부 업종에 몰린 반면 고용 감소는 여러 업종에 걸쳐 나타났다고 짚었다.
지역 청년의 사정은 더 어렵다. 경북매일이 보도한 지역 고용 통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대구 15~29세 청년실업률은 9.9%로 1년 전 7.4%보다 2.5%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대구 전체 실업률은 3.4%에서 2.8%로 내려갔다. 전체 실업률이 낮아지는 사이 청년층만 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동북지방데이터청의 1분기 지역경제동향에서는 대구와 경북 모두 20대의 지역 순유출 규모가 연령대 가운데 가장 컸다.

정부는 2030년까지 민간·공공 일자리를 20만개 이상 만들고 첨단산업 청년 전문인력을 20만명 이상 키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다만 올해 나타난 고용 둔화를 상쇄하기에는 시차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연구원은 하반기에도 반도체 중심 성장에 따른 제한적인 고용 효과와 내수·비반도체 부문의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