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투자 퍼머스, 50억 달러 IPO 철회…AI 데이터센터 가치 논쟁

호주 증시 상장 신청 철회…당초 약 71억 호주달러 조달 추진

예상 기업가치 437억 호주달러…수익성과 사업 실행 가능성에 투자자 신중론

회사 측 시장 변동성 언급…민간 자금조달 및 대체 상장 방안 검토

[화담일보=유승미기자] 엔비디아의 투자를 받은 호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기업 퍼머스 테크놀로지스(Firmus Technologies)가 약 50억 달러 규모로 추진하던 기업공개(IPO) 계획을 철회했다. AI 인프라 산업에 대한 성장 기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규모 투자 계획의 실현 가능성과 기업가치를 둘러싼 투자자들의 신중한 태도가 이번 상장 철회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사진 = Firmus Press Images

 

로이터통신과 호주 ABC방송 등에 따르면 퍼머스는 지난 9일 호주증권거래소(ASX)에 제출한 상장 신청을 철회하고 민간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을 추진하기로 했다. 당초 회사는 약 71억 호주달러를 조달하고 오는 23일 거래를 시작할 계획이었다.

 

공모 예정 가격은 주당 11호주달러로, 이를 적용한 예상 기업가치는 약 437억 호주달러에 달했다. 상장이 계획대로 진행됐다면 호주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의 기업공개가 될 수 있었지만, 투자자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계획을 수정하게 됐다.

 

퍼머스는 2019년 설립된 기업으로, 초기 암호화폐 채굴 사업에서 AI 데이터센터 사업으로 영역을 전환했다. 엔비디아와 블랙스톤 등 주요 투자자의 지원을 확보했으며, 호주와 아시아 지역에서 AI 연산에 필요한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기술기업의 투자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대규모 상장이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투자자들이 주목한 부분은 실제 사업 운영 규모와 향후 성장 계획 사이의 차이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퍼머스가 확보한 계약상 데이터센터 용량은 900메가와트(MW)를 넘지만, 실제 운영 중인 용량은 약 46MW 수준이었다. 향후 구축할 시설과 현재 운영 중인 시설을 구분해 기업의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는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AI 데이터센터 사업은 고성능 반도체 확보뿐 아니라 전력 공급, 냉각 설비, 건설 등에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다. 시설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자금조달이 필요하지만, 투자금이 실제 매출과 수익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업의 성장 가능성만큼이나 자금조달 구조와 사업 실행 능력이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작용한다. 퍼머스의 사례는 AI 산업에 대한 기대와 개별 기업의 투자 위험을 구분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회사 측은 상장 철회 배경으로 최근 시장 변동성과 당시 공모를 진행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했다. 퍼머스 이사회는 해당 조건이 회사의 사업 역량과 장기 성장 전망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외신은 높은 기업가치와 부채 부담, 제한적인 사업 운영 실적 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도 상장 추진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했다. 이는 회사가 공식적으로 제시한 상장 철회 사유와 구별되는 시장의 평가다.

 

상장 철회의 여파는 관련 기업에도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퍼머스 지분을 보유한 호주 건설·인프라 기업 마스그룹(Maas Group)의 주가는 9일 6% 넘게 하락했다. 퍼머스의 자금조달 차질이 관련 투자 및 사업 계약에 미칠 가능성이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퍼머스의 상장 철회만으로 AI 데이터센터 산업 전반의 성장세가 꺾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개별 기업의 기업가치와 재무구조에 대한 우려가 AI 인프라 전체의 수요 감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퍼머스는 앞으로 민간 자본시장에서 투자금을 확보하는 한편, 다른 증시 상장 가능성을 포함한 자금조달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투자유치 성사 여부와 향후 상장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사례의 핵심은 AI 기술의 성장 가능성 자체보다 그 가능성을 기업의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할 수 있는지에 있다. 퍼머스가 향후 자금조달을 통해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을 얼마나 이행할 수 있을지가 기업가치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가늠할 주요 변수로 남게 됐다.

작성 2026.10.11 21:00 수정 2026.10.11 21:00

RSS피드 기사제공처 : 화담일보 / 등록기자: 유승미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