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김이지기자] 금융권 해킹 사고가 잇따르면서 은행들이 정보보호 예산과 전문인력 확충에 나서고 있다. 다만 과거 정보보호 예산의 실제 집행률이 70%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투자 규모 확대가 실질적인 보안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과제로 떠올랐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2027년 정보보호 예산을 1000억원 이상으로 확대 편성할 방침이다. 2026년 예산 편성액인 860억7500만원과 비교하면 약 16% 이상 늘어나는 규모다. 우리은행도 보안 시스템 구축 예산을 올해보다 20% 이상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정보보안 전문인력을 현재보다 10% 이상 확충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업계 최고 수준의 정보보호 예산 편성을 목표로 최근 3년간 다른 은행의 예산 편성 내역을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도 정보보호 투자 확대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해킹 위협 대응에 주력할 방침이다.
그러나 예산 확대 계획만으로 보안 대응 역량이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 집행 실적을 살펴보면 예산 편성과 집행 사이에 간극이 나타난다.
지난 7월 연합뉴스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실과 금융감독원 자료를 바탕으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3곳의 2025년 정보보호 예산 편성액은 3978억원이었다. 2023년 3282억원과 비교해 21.2% 증가한 규모다. 반면 실제 집행액은 2023년 2446억원에서 2025년 2744억원으로 12.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예산 집행률도 2023년 74.5%에서 2024년 70.8%, 2025년 69.0%로 하락했다.
은행별 집행률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2025년 기준 우리은행은 53.8%, KB국민은행은 58.1%를 기록했다. NH농협은행은 63.9%, 신한은행은 69.9%였다. 하나은행은 편성한 예산을 모두 집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10월 10일 연합뉴스가 별도로 보도한 전산장애 발생 상위 20개 금융회사의 자료에서도 지난해 정보보호 예산 집행률은 69.6%에 그쳤다. 조사 대상과 집계 범위는 다르지만, 정보보호 예산의 집행이 금융권 전반에서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정보보호 예산이 실제 보안 시스템 구축과 취약점 점검, 전문인력 확보 등에 투입되기까지는 사업 일정과 조달 절차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미집행 예산이 모두 보안 관리 소홀을 의미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예산 확대 계획과 함께 집행 지연의 원인을 점검하고 실제 보안 역량 개선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금융회사의 정보보호는 고객의 개인정보와 금융자산을 지키는 기반이다. 은행권의 보안 투자가 예산 편성에 머물지 않고 실제 시스템 개선과 인력 확충으로 이어지는지가 향후 점검해야 할 핵심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