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얼음에 센서 5,160개 심었다…노벨 물리학상 할전 교수

스웨덴 왕립과학원, 아이스큐브 관측소 이끈 프랜시스 할전 교수에 물리학상

얼음 1㎦에 센서 5,160개 설치…우주에서 온 고에너지 중성미자 발견 공로

생성형AI활용  남극 얼음 속 중성미자 관측소 센서 설명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10월 6일 2026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 프랜시스 할전 교수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수상 이유로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에 대한 결정적 기여와 우주에서 온 고에너지 중성미자의 발견'을 들었다. 상금은 1,200만 스웨덴 크로나다.

 

중성미자는 우주 어디에나 있지만 좀처럼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입자다. 지구와 우리 몸을 그대로 통과해도 사람은 알아채지 못한다. 노벨위원회 설명에 따르면 태양에서 온 중성미자만 해도 매초 650억 개가 손톱 하나를 지나간다. 아주 드물게 원자핵과 부딪히면 흔적이 남기 때문에, 장비를 제대로 갖추면 찾아낼 수 있다.

 

할전 교수가 동료 연구자와 함께 1988년 폴란드 학회에서 처음 발표한 구상은 남극의 빙하 얼음에 빛 센서를 묻는 것이었다. 중성미자가 얼음 속 원자핵과 부딪히면 빛이 번쩍이는데, 맑은 얼음이라면 이 빛을 센서로 읽어 낼 수 있다는 생각이다. 남극 얼음은 방해 신호가 적고 지질학적으로 안정돼 지진이 없다는 장점도 있다.

 

실제 건설은 쉽지 않았다. 연구진은 빙하학자들에게서 뜨거운 물로 얼음을 녹여 1km가 넘는 구멍을 뚫는 방법을 배웠고, 그 구멍에 센서가 달린 긴 케이블을 내려보냈다. 초기 관측소 '아만다(AMANDA)'는 얼음 윗부분의 기포가 빛을 흩뜨려 처음에는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깊이 1,400m 아래의 얼음은 매우 맑아, 중성미자가 낸 빛이 흡수되기 전에 약 300m를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아만다만으로는 우주에서 오는 높은 에너지의 중성미자를 잡기에 부족했다. 더 큰 부피가 필요해 가로·세로·높이 약 1km의 얼음에 센서를 심은 아이스큐브가 2011년 완성됐다. 깊이 1,450~2,450m에 케이블 86줄, 센서 5,160개가 설치됐다. 할전 교수는 이 센서를 '거꾸로 된 전구'에 비유했다. 빛을 내는 대신 빛을 받아 전기 신호로 바꾸기 때문이다.

 

문제는 잡음이었다. 남극 상공의 대기에서 내려오는 입자만 하루 1억 개 넘게 관측되기 때문에, 우주에서 온 중성미자를 골라내는 일이 핵심이었다. 연구팀은 2013년 우주 중성미자의 첫 증거를 보고했고, 몇 해 뒤 충분한 자료를 모아 발견을 확신했다.

 

우주 중성미자가 중요한 까닭은 전기를 띠지 않아 자기장에 휘지 않고 먼지에도 가로막히지 않기 때문이다. 우주에서 날아오는 양성자는 전하가 있어 경로가 휘어 출발점을 알기 어렵지만, 같은 과정에서 생기는 중성미자는 온 길을 거슬러 올라가 발생지를 추적할 수 있다. 마크 피어스 노벨 물리학위원회 위원장은 "할전 교수는 국제 연구진을 이끌어 놀라운 장비를 만들어 냈고, 그의 끈기와 과학적 비전이 새로운 종류의 천문학의 길을 열었다"고 밝혔다.

 

풀리지 않은 숙제도 남아 있다. 아이스큐브는 은하 NGC 1068 방향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중성미자 79개를 포착했지만, 노벨위원회는 이 은하를 중성미자 발생원으로 확정하기에는 증거가 충분히 단단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우리은하에서 오는 고에너지 중성미자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아이스큐브의 8배인 8㎦ 규모의 '아이스큐브-젠2'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 수상은 기초과학이 하루아침에 성과를 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 준다. 1988년에 나온 아이디어가 2011년 관측소 완성으로, 다시 2026년 노벨상으로 이어지기까지 38년이 걸렸다. 자녀와 함께 '왜 투명한 얼음이 필요했을까', '보이지 않는 입자를 어떻게 알아낼까'를 이야기해 보기에 좋은 소재다.

 

출처: 노벨위원회 보도자료

작성 2026.10.11 13:12 수정 2026.10.12 00:25

RSS피드 기사제공처 : 교육포커스 / 등록기자: 정민주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