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불이 번지고 있는데 피해 지역을 위성으로 보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지금까지는 우리 위성 한 기가 같은 지역 위를 다시 지날 때까지 며칠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사이 불길은 다른 능선으로 넘어가고, 홍수로 잠긴 마을의 물길은 바뀐다. 재난 현장이 필요로 하는 것은 '좋은 사진 한 장'이 아니라 '필요한 때 다시 찍은 사진'이다.
그렇다면 큰 위성 한 기 대신 작은 위성 여러 기를 띄우면 어떨까. 10월 7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5차는 이 질문에 대한 우리나라의 첫 실전 답안이다. 누리호에는 무게 100kg이 안 되는 초소형군집위성 '네온샛(NEONSAT)' 5기와 큐브위성 10기 등 역대 가장 많은 15기의 위성이 실린다.
● 하루 앞으로 온 발사, 무엇이 실리나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10월 6일 오전 6시부터 누리호를 발사대로 옮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누리호는 무인 특수이동차량에 실려 발사체종합조립동에서 제2발사대까지 약 1시간 30분에 걸쳐 이동한 뒤 수직으로 세워졌다. 이어 전원과 연료·산화제를 공급하는 연결선(엄빌리칼)을 잇고 새는 곳이 없는지 확인하는 기밀점검이 진행됐다.
발사 예정 시간은 7일 낮 12시 23분부터 오후 1시 23분 사이다. 우주항공청은 7일 오전 발사관리위원회를 열어 기술 준비 상황과 기상, 우주환경, 우주물체와의 충돌 가능성을 종합 검토한 뒤 최종 발사 시각을 정한다. 날씨 등 변수에 대비한 예비 기간은 10월 8일부터 14일까지다.
주탑재위성인 네온샛 2~6호 5기는 KAIST 우주연구원 인공위성연구소가 개발사업을 총괄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군집위성 운영을 위한 지상시스템과 위성영상 검·보정 시스템을, 국내 위성기업이 위성 본체와 고해상도 광학카메라 개발을 맡았고 우주항공청이 사업을 지원했다. 함께 실리는 큐브위성 10기는 대학·연구기관·기업·지자체가 개발했으며, 이 가운데 KAIST의 '지비샛'은 저궤도 우주환경을 조사할 예정이다.
● 작은 위성 여러 기, 왜 '군집'인가
네온샛은 한 기 무게가 100kg 미만인 지구관측위성이다. 흑백 영상은 지상 1m급, 컬러 영상은 4m급 해상도로 촬영하도록 설계됐다. 1m급이란 지상에서 1m 크기의 물체를 한 점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뜻으로, 건물과 도로, 차량의 배치를 알아볼 수 있는 수준이다.
핵심은 성능보다 '수'다. 위성 한 기는 지구를 돌며 같은 지역 상공을 다시 지나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같은 규격의 위성 여러 기를 궤도에 나눠 배치하면 관측 기회가 그만큼 늘어난다. KAIST에 따르면 2027년 누리호 6차 발사에서 네온샛 7~11호 5기를 추가해 모두 10기의 군집 운용 체계가 갖춰지면 한반도를 하루 3회 이상 촬영하고, 재난·재해 같은 위급 상황에서는 같은 지점을 24시간 이내에 다시 촬영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사업은 국내 최초의 실용급 양산형 군집위성 개발사업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위성 개발이 한 기를 정성껏 만드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여러 기를 같은 기준으로 제작하고 검증해 궤도에서 함께 운용하는 체계를 처음 갖춘다. 한재흥 KAIST 우주연구원장은 "이번 사업의 핵심은 위성 한 기를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여러 기를 같은 기준으로 제작·검증하고 궤도에서 함께 운용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누리호가 떠안은 숙제도 있다. 위성 15기를 고도 약 575km에서 차례로 분리해야 하는데, 위성끼리 부딪히지 않도록 발사체 상단의 자세를 바꿔 가며 순서대로 내보내야 한다. 역대 가장 많은 위성을 실은 만큼 이 분리 과정이 이번 발사의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 내 생활과 무슨 상관일까
군집위성이 완성되면 가장 먼저 달라지는 것은 재난 대응 속도다. 산불·홍수·산사태가 났을 때 하루 안에 다시 찍은 영상이 있으면 피해 범위 확인과 복구 계획을 더 빨리 세울 수 있다. 농작물 작황이나 도시 변화를 꾸준히 추적하는 데도 쓰일 수 있다. 다만 실제 영상이 어떤 품질로, 언제부터 활용될지는 발사 후 위성 상태와 영상 품질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알 수 있다.
교육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번 발사는 평일 낮 시간대에 이뤄져 아이들이 당일 소식을 바로 접할 수 있고, 큐브위성 10기 가운데 대학과 지자체가 만든 위성이 포함돼 있어 '우주 개발은 거대 기관만의 일'이라는 인식을 바꾸는 사례가 된다. 자녀와 함께 "위성은 몇 분 뒤에 분리될까", "왜 작은 위성 여러 기를 띄울까"를 이야기해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과학 수업이 된다.
직업 측면에서는 위성을 '한 기씩 만드는 연구'에서 '여러 기를 양산하고 운용하는 산업'으로 무게중심이 옮겨 가고 있다는 신호다. 위성 설계뿐 아니라 영상 분석, 데이터 활용, 지상국 운영처럼 우주와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던 직무의 수요가 함께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누리호 5차 발사의 결과는 7일 낮에 가려지며, 우주항공청은 발사 뒤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발사가 성공하더라도 군집 관측이 계획대로 작동하는지는 2027년 2차 양산기 5기가 합류하고 운용 검증을 거친 뒤에야 확인된다. 작은 위성 여러 기가 하늘에서 함께 움직이는 시대가 우리 생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지금부터 지켜볼 일이다.
출처: 우주항공청·KAIST, 2026년 10월 6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