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리서치 주간 리포트 「여론 속의 여론」 제386-3호에서 2026년 4월 전국 성인 1,000명을 조사한 결과, 기혼남녀의 결혼생활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8점으로 4년째 안정적이다. 그러나 남성은 7.4점, 여성은 6.2점으로 격차는 조사 이래 가장 크게 벌어졌다. 평균은 평온하나 그 안에는 서로 다른 두 개의 결혼이 들어 있다. 그 간극의 정체는 '이상과 현실의 거리'다.
6.8점이라는 조용한 숫자
숫자 하나가 던져졌다. 6.8점. 낙제도 아니고 만점도 아닌, 어중간하게 무난한 점수다. 기혼남녀 548명이 매긴 결혼생활 만족도의 평균이며, 69%가 만족한다고 답했고, 불만족은 12%에 그친다. 2022년 첫 조사 이후 평균은 6.6점에서 6.8점 사이, 만족 응답은 67~69% 사이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이 숫자만 보면 한국의 결혼은 대체로 무탈하다.
평균이 삼켜버린 1.2점
그러나 평균은 성실한 거짓말쟁이다. 성별로 나누는 순간 숫자는 두 갈래로 찢어진다. 남성 7.4점, 여성 6.2점. 만족한다는 응답도 남성 82%, 여성 57%로 25%포인트 차이가 난다. 남성의 만족 응답은 역대 최고, 여성은 역대 최저다. 같은 집에서 살고 같은 밥상에 앉는 두 사람이 각자의 결혼을 전혀 다른 온도로 기억한다는 뜻이다.
나이가 갈라놓는 두 개의 곡선
시간은 두 사람에게 다르게 흐른다. 남성은 전 연령대에서 7점 이상을 유지한다. 50대 7.6점, 70세 이상 7.5점으로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견고하다. 반면 여성은 18~39세 6.5점에서 시작해 70세 이상은 5.9점까지 내려간다. 50대 여성의 만족 응답은 49%로 모든 집단 중 가장 낮다. 그 결과 남녀 격차는 젊은 층에서 0.9점, 고령층에서 1.6점으로 벌어진다. 함께 늙어간다는 말이 반드시 함께 만족해 간다는 뜻은 아니었다.
다시 태어난다면 이라는 질문
가장 잔인한 질문이 던져졌다. 다시 태어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물음이다. 지금 배우자와 다시 결혼하겠다는 응답은 30%, 다른 사람과 결혼하겠다가 32%, 아예 결혼하지 않겠다가 25%다. 셋 중 한 명도 지금의 선택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답한 셈이다.
여기서도 갈림길은 성별을 따라 난다. 남성 41%가 지금 배우자를 다시 택하겠다고 답했지만, 같은 답을 한 여성은 20%다. 결혼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여성 35%로 남성 15%의 두 배를 넘는다. 가장 극적인 대비는 70대에서 나타난다. 70세 이상 남성은 54%가 지금 배우자를 택했으나, 같은 연령 여성은 12%만 그렇게 답했고 60%가 다른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반백 년을 지나온 부부의 회고가 이토록 어긋난다.
불행은 다른 사람을 찾지 않는다
응답의 방향에는 냉정한 논리가 있다. 현재 만족도가 높은 사람 중 41%는 지금 배우자를 다시 택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만족도가 낮은 사람의 60%는 다른 배우자가 아니라 결혼 자체를 피하겠다고 답했다. 실망한 사람은 더 나은 상대를 상상하지 않는다. 제도 자체에서 물러선다. 이것이 오늘 한국의 혼인 담론이 놓치고 있는 대목이다.
권하겠는가, 말리겠는가
경험자는 후배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결혼 경험자 중 61%가 결혼을 권하고 31%는 권하지 않는다. 겉보기엔 우호적이다. 그러나 남성은 74%가 권하고 있는데, 여성은 49%만 권한다. 70세 이상 남성은 91%가 권하지만, 18~39세 여성은 45%, 50대 여성은 42%에 그친다. 한쪽에서는 권유가, 다른 쪽에서는 침묵이 흐른다.
추천 의향은 본인의 경험을 그대로 반영한다. 만족도가 높은 사람은 74%가 권하지만, 낮은 사람은 23%만 권하고 66%가 말린다. 결혼에 대한 사회적 평판은 결국 각 가정의 저녁 시간이 만들어낸다.
지갑과 세월이 남기는 흔적
만족도는 감정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구소득 600만원 이상은 7.1점, 300만원 미만은 6.1점으로 1.0점 차이가 난다. 저소득층의 만족 응답은 51%로 최근 5년 중 가장 낮다. 생활의 여유는 관계의 여유로 번역된다.
혼인 기간으로 보면 5년 미만과 20~29년 차가 7.1점으로 높고 30년 이상이 6.6점으로 낮다. 다만 신혼의 만족도는 2022년 7.8점에서 2026년 7.1점으로 내려앉았다. 시작의 설렘조차 예전만 못하다는 신호다.
이상은 이미 도착했다
이 격차의 뿌리를 조사는 역할 분담에서 찾는다. 먼저 사람들이 바라는 모습을 보자. 양가 경조사 관리는 79%, 자녀 돌봄은 73%, 집안일은 69%, 생활비 관리는 65%가 부부가 비슷하게 맡아야 한다고 답했다. 생계 부양만 유일하게 '부부 비슷' 48%와 '남편이 주로' 45%가 팽팽하다. 평등한 분담이라는 이상은 이미 다수의 상식이 되었다.
현실은 아직 출발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의 지도는 다르게 그려진다. 실제로는 생활비 벌기를 남편이 한다는 응답이 65%, 생활비 관리는 아내 47%, 자녀 양육은 아내 66%, 집안일은 아내 68%다. 이상과 현실의 낙차가 가장 큰 지점은 돌봄과 가사다. 73%가 함께 해야 한다고 믿는 육아를 66%는 아내가 하고 있다고 말한다. 믿음과 살림 사이에 깊은 골이 파여 있다.
같은 집, 다른 계산서
더 뼈아픈 것은 같은 일을 두고 부부의 셈법이 다르다는 점이다. 자녀 양육을 아내가 담당한다는 응답은 남성 59%, 여성 74%로 15%포인트 차이가 난다. 집안일 역시 남성 60%, 여성 75%다. 양가 경조사에서는 남성이 '부부가 비슷하게'를 가장 많이 꼽은 반면, 여성은 '아내가'를 가장 많이 꼽았다. 한 사람은 나누고 있다고 믿고, 한 사람은 혼자 지고 있다고 느낀다. 갈등은 악의가 아니라 이 인식의 시차에서 시작한다.
20대 여성이라는 진앙
18~29세 여성은 생계 부양 71%, 생활비 관리 76%, 집안일 82%가 부부의 공동 책임이라고 답해 모든 집단 중 평등 지향이 가장 강하다. 그러나 현실 체감에서도 집안일 86%, 자녀 양육 82%, 경조사 60%가 아내 몫이라고 답해 역시 가장 높다. 가장 크게 기대하고 가장 크게 실망하는 세대다. 기대와 현실의 진폭이 가장 큰 자리에서 결혼에 대한 회의도 가장 먼저 자란다. 한편 60대는 56%, 70세 이상은 65%가 생계를 남편의 책임으로 본다. 세대는 같은 시대를 살면서 서로 다른 시간표를 쓴다.
통계가 가리키는 방향
이 조사는 혼인 감소의 원인을 규명하지 않는다. 다만 하나의 실마리를 내민다. 경조사와 집안일처럼 전통적으로 아내의 몫으로 여겨진 영역일수록 여성이 분담의 필요를 더 강하게 느낀다는 사실이다. 제도를 향한 냉담은 제도 자체에 대한 거부라기보다, 제도 안에서 반복 경험한 불균형의 누적일 가능성이 크다. 결혼을 권하려면 결혼의 조건을 바꾸는 편이 빠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