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를 배운 다음 어디에 쓸 것인가…전공과 직무를 만나는 학습

베이징어언대가 21일 소개한 중국어 플러스 연구…어휘 목록에서 실제 과업으로

 중국어 시험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전공 수업이나 업무 상황에서는 말문이 막힐 수 있다. 문장의 뜻은 알아도 상대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어떤 정보를 먼저 확인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워서다. 중국어를 하나의 과목으로 배우는 일과 그 언어로 다른 일을 해내는 일 사이의 간격이 교육의 새로운 질문으로 떠오르고 있다.

 베이징어언대학교(北京语言大学) 언어과학·자원학원은 10월 21일 리위밍(李宇明)의 연구 ‘중국어 플러스 X의 유형과 특징(“中文+X”的类型及其特点)’을 소개했다. 장쑤사범대학 학술지 2026년 제4호에 실린 논문을 최근 대학 홈페이지에서 알린 것으로, 21일 새 정책을 발표한 것은 아니다. 연구의 관심은 중국어를 익히는 데서 나아가 중국어를 통해 다른 내용을 배우고 실제 일을 수행하는 교육에 있다.

 학술지 공개 초록은 학습에 필요한 중국어를 기초 중국어, 특정 분야가 요구하는 언어 내용, 교육 상황의 영향을 받는 수업 용어 등으로 구분해 살핀다. 같은 중국어라도 사용 목적과 상황에 따라 학습 내용이 달라진다는 접근이다. 새로운 직무 단어를 많이 추가하는 것만으로 중국어와 전공을 연결하는 교육이 완성되지는 않는다는 문제의식을 읽을 수 있다.

분야 이름보다 수행할 일을 먼저 정해야

 이 논의가 학습자에게 중요한 이유는 공부의 도착점을 구체적으로 정하게 하기 때문이다. 물건을 주문하는 회화와 주문 조건을 확인해 거래 상대에게 전달하는 업무는 필요한 정보의 양과 책임이 다르다. 후자의 경우 수량과 규격, 납기와 변경 사항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상대의 말을 들었다는 사실과 일을 진행할 수 있을 만큼 확인했다는 상태는 구분된다.

 학습 과제로 바꾸면 차이가 더 잘 보인다. 가령 제품 주문을 설명하는 연습에서 가격과 수량을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주문서를 비교해 누락된 조건을 찾게 할 수 있다. 학습자는 질문을 만든 뒤 상대의 답을 받아 기록을 수정한다. 여기서 제시한 주문 활동은 기사 이해를 돕는 수업 예시이며 해당 논문이 검증한 프로그램의 성과를 소개한 것은 아니다.

 전공 수업에서도 비슷한 구분이 필요하다. 과학 용어의 한국어 뜻을 외우는 것과 중국어로 실험 과정을 듣고 순서를 정리하는 것은 다른 능력이다. 읽기 자료에서 조건과 결과를 구분하고, 수치의 단위가 바뀌었는지 살피며, 이해하지 못한 지점을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용어가 어려운 이유만으로 학습의 문제를 모두 설명하면 문장 사이의 관계를 읽는 훈련을 놓치기 쉽다.

 한국 학습자에게 익숙한 한자어도 확인 대상이다. 글자가 비슷해 보이는 말이라도 쓰이는 상황과 어감이 같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업무에서 필요한 것은 사전의 대응어 한 개보다 그 말이 들어가는 문장의 목적과 상대의 반응이다. 예문을 읽은 뒤 요청인지 통보인지, 확정된 내용인지 협의 중인 내용인지 구분하는 활동을 넣으면 어휘 학습이 의사소통과 연결된다.

 교재를 고를 때에도 표지에 적힌 분야명만 볼 것이 아니다. 실제로 수행하게 하는 활동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관광 중국어라면 명소 설명 외에 손님의 질문을 확인하고 일정 변경을 안내하는 과제가 있는지 살필 수 있다. 업무 중국어라면 회의 자료를 읽고 다음 행동을 정리하는 연습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익힌 문장을 다른 조건에 맞춰 바꾸는 기회가 있어야 암기한 예문 밖으로 나갈 수 있다.

기초 언어와 목적별 과업의 연결

 다만 학습의 목적을 직무로 좁히는 것이 기초 중국어를 생략한다는 뜻은 아니다. 발음과 기본 어순, 자주 쓰는 표현은 새로운 상황을 이해하는 바탕이다. 특정 분야의 단어만 외우면 그 분야에서조차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답하기 어렵다. 기초 학습과 목적별 과업을 단계적으로 연결하고, 아직 부족한 요소를 다시 기초 과정에서 보완하는 순환이 필요하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연습 상대와 초안 제작 도구로 사용할 수 있지만 실제 업무 지식까지 자동으로 보장하지 않는다. 도구가 만든 거래 조건이나 전문 설명에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들어갈 수 있다. 수업에서는 실제 계약이나 업무 결정을 대신하게 하기보다 가상의 자료를 놓고 표현을 비교하고 질문을 고치는 범위부터 시작할 수 있다. 말이 자연스럽다는 평가와 내용이 맞다는 평가는 따로 해야 한다.

 평가는 완성한 문장의 길이보다 과업의 달성 정도를 살피는 방식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 필요한 정보를 빠짐없이 확인했는지, 불확실한 내용을 확정된 것처럼 전달하지 않았는지, 상대가 이해할 수 있게 순서를 잡았는지를 본다. 문법 오류를 고치는 피드백도 중요하지만 어떤 정보가 빠져 일이 진행되지 않는지 알려 주면 학습자가 수정의 이유를 더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혼자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이번 주에 중국어로 할 일을 하나 정하는 방법이 있다. 짧은 제품 안내를 읽고 질문 세 개를 만들거나, 관심 전공의 소개문을 읽고 핵심 내용을 우리말로 정리한 뒤 중국어로 다시 설명하는 식이다. 자료를 바꾸어 같은 과업을 반복하면 외운 문장을 재현하는지 실제로 정보를 처리하는지 구분하기 쉬워진다. 학습 시간을 늘리기 전에 목표를 구체화하는 접근이다.

 최근 소개된 중국어 플러스 연구는 중국어 학습의 가치를 사용 장면에서 다시 묻게 한다. 시험은 능력의 일부를 확인하는 수단이지만 앞으로 무엇을 읽고 누구와 어떤 일을 할지까지 대신 정해 주지는 않는다. 학습자가 자신의 전공과 생활, 직무에서 필요한 장면을 발견하고 그 장면을 수업의 과제로 바꾸는 일이 중요하다. 중국어를 배운 다음의 질문이 구체적일수록 지금 배워야 할 내용도 더 선명해질 수 있다.

[참고자료]
베이징어언대 리위밍 중국어 플러스 X 연구 소개
https://sllr.blcu.edu.cn/info/1131/12261.htm

장쑤사범대학 학술지 공개 초록과 목차
https://oa.cqvip.com/journal/91354A?id=1996105042410651648

시노인사이트 편집부 기자 bats21@naver.com
작성 2026.10.24 17:29 수정 2026.10.2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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