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무부, 전력반도체 연구개발 3억8900만달러 지원 의향…4개 기업 대상

22일 반도체법 기반 의향서 체결…최종 지원 확정 전 심사 단계

핵융합·AI 데이터센터·고순도 석영 등 전력 인프라 기술에 배분

정부, 최종 지원 조건으로 의결권 없는 소수 지분 확보 방침

[화담일보 = 정민재기자] 미국 상무부가 핵융합 발전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반도체 및 핵심 소재 연구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 4곳과 최대 3억8천900만달러 규모의 지원 의향서를 체결했다. 미국 내 전력망과 차세대 컴퓨팅 시설에 들어갈 반도체 기술을 확보하려는 정책의 일환이다. 다만 22일 발표된 금액은 지급이 확정된 보조금이 아니라 최종 지원 협약을 전제로 한 상한액이다.

 

미국 상무부와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의 발표에 따르면 지원 대상은 핵융합 관련 기업 2곳과 전력반도체 기업 1곳, 반도체 원재료 기업 1곳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미국의 반도체·과학법에 근거한 연구개발 지원으로, 일반 소비재에 쓰이는 반도체를 늘리는 사업과는 성격이 다르다. 전력의 변환·제어·전달 과정에서 필요한 소자와 소재를 국내에서 개발하고 검증하는 것이 목표다.

 

가장 큰 지원 의향액은 헬리온(Helion)에 배정된 최대 1억7천500만달러다. 이 회사는 핵융합 장치에 필요한 높은 전압의 전력반도체와 큰 전류를 짧은 시간 동안 제어하는 전력 모듈을 연구한다. 핵융합 실험 장치의 자석을 구동하고 에너지 흐름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기술이다. 이 금액은 상용 핵융합 발전소 건설이 완성됐거나 전력 판매가 시작됐다는 뜻이 아니라 관련 핵심 장비의 연구개발 지원 계획이다.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스(Commonwealth Fusion Systems)는 최대 8천500만달러를 지원받는 의향서를 체결했다. 연구 범위에는 플라스마 가열을 위한 무선주파수용 반도체, 전력전자 장치, 핵융합 장비의 상태를 진단하는 전자회로, 방사선 환경을 견디도록 설계한 소자가 포함됐다. 핵융합 반응을 유지하려면 플라스마와 장치 내부 환경을 제어해야 하므로 전력 장비와 진단 기술이 함께 요구된다.

 

버티컬 세미컨덕터(Vertical Semiconductor)에는 최대 7천300만달러가 배정됐다. 수직형 질화갈륨(GaN) 전력반도체 개발을 진전시키고, 이를 고성능 컴퓨팅에 필요한 전력 전달에 적용하는 연구가 대상이다. 회사가 추진하는 실증 목표에는 2.5메가와트 규모의 차세대 데이터센터 랙에 전력을 공급하는 기술이 포함됐다. 이는 미국 정부가 설명한 연구·시연 목표이며, 해당 성능의 장비가 이미 대규모 상업시설에 공급됐다는 발표는 아니다.

 

실벨코(Sibelco)는 최대 5천600만달러 규모의 지원 의향 대상에 포함됐다.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초고순도 석영을 더 정밀하게 정제하고 가공하는 기술을 연구한다. 고순도 석영은 반도체 단결정을 성장시키는 도가니와 제조 공정용 유리 기구 등 여러 장비에 들어간다. 전력반도체 개발을 지원하면서 원재료의 품질과 공급망까지 함께 관리하려는 구상이다.

 

네 기업별 상한액을 합하면 3억8천900만달러다. 상무부는 최종 지원이 성립할 경우 각 회사의 의결권이 없는 소수 지분을 확보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정부가 단순히 연구비를 지급하는 방식에 더해 참여 기업의 지분을 일부 보유하도록 한 것이다. 다만 의향서와 확정 협약은 다르며 기업별 최종 지원액과 집행 시점은 후속 계약 절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정책은 전력반도체를 데이터 처리용 칩의 보조 부품에 그치지 않고 에너지 기반시설의 핵심 요소로 보는 미국의 산업 전략을 드러낸다. AI 연산 장비의 전력 수요가 늘어나면 높은 효율로 전력을 변환하고 열 손실을 줄이는 기술의 중요성도 커진다. 핵융합 실험 시설 역시 대전력 제어 장치의 안정적인 작동이 필요하다. 상무부는 이러한 분야의 국내 연구 역량을 높여 해외 공급망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연구개발 지원이 실제 생산능력 확대나 상업적 성과로 이어질지는 별도로 평가해야 한다. 이번 발표로 확인된 것은 4개 기업과의 지원 의향서 체결, 기업별 연구 범위, 제시된 최대 금액 및 지분 관련 조건이다. 후속 절차에서 최종 계약과 기술 실증 결과가 나와야 자금 집행과 사업 성과의 규모를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작성 2026.10.24 03:16 수정 2026.10.24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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