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랜딩 전문가 이경철 스튜디오두꺼비 대표가 21일 서울숲 강연장에서 다양한 분야의 CEO 100명을 대상으로 ‘기업 리브랜딩’ 특강을 진행했다.
이날 이 대표는 제품과 사업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브랜드의 이미지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업에 주목했다. 사업의 규모가 커지고 제품의 수준이 높아져도 고객이 처음 마주하는 로고와 패키지, 웹사이트 등 브랜드의 인상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면 실제 기업이 가진 경쟁력 역시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사업이 성장하면 브랜드에도 그에 맞는 변화가 필요하다”며 “리브랜딩은 단순히 오래된 디자인을 새롭게 바꾸는 작업이 아니라, 성장한 기업의 가치를 고객이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강연에서는 메이크업 브러시 브랜드 ‘피나(Feenah)’의 실제 리브랜딩 프로젝트가 대표 사례로 소개됐다.
피나는 대규모 마케팅 없이 제품력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해온 브랜드다. 그러나 사업 규모가 커지고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문제가 나타났다. 기존의 귀엽고 가성비 높은 브랜드 이미지만으로는 높아진 제품의 수준과 가격을 충분히 설득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특히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군은 기존 제품에 비해 시장 반응을 끌어내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과 그 제품이 고객에게 ‘좋은 제품처럼 보이는 것’ 사이에 간극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스튜디오두꺼비는 이 간극을 리브랜딩의 핵심 과제로 정의했다.
가성비 중심의 인상은 프리미엄하게, 귀엽고 아기자기했던 이미지는 보다 세련되게, 소규모 온라인 브랜드의 인상은 확장 가능한 전문 뷰티 브랜드의 이미지로 전환했다. 동시에 피나가 성장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경쟁력과 기존 고객이 좋아했던 브랜드의 매력은 유지했다.
변화는 로고에만 머물지 않았다. 브랜드의 새로운 기준을 로고와 심볼부터 컬러, 그래픽, 패키지, 웹사이트, 상세페이지까지 이어지는 브랜드 가이드를 통해 고객이 피나를 만나는 전체 경험을 하나의 방향으로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는 로고타입의 곡률과 획의 굵기, 글자 사이의 균형처럼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부분까지 세밀하게 조정했다.
그는 “고객이 로고의 획이나 곡률을 직접 분석하지는 않지만, 그런 작은 차이가 쌓여 브랜드를 세련됐다고 느끼거나 신뢰할 만하다고 판단하게 만든다”며 “디자인에서 중요한 것은 각각의 요소가 아니라, 그 요소들이 모였을 때 고객에게 어떤 인상을 남기는가”라고 말했다.
리브랜딩 이후에는 브랜드를 둘러싼 비즈니스의 움직임도 달라졌다. 새롭게 구축된 브랜드를 기반으로 구매 전환과 고객 반응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고, 기존에 성과를 만들기 어려웠던 프리미엄 제품군도 시장에 안착하기 시작했다.
이후 피나는 연예인 모델 발탁, 성수동 팝업스토어 운영, 신세계면세점 입점 등으로 고객 접점을 확대하며 온라인 중심의 브랜드에서 더 넓은 시장과 만나는 뷰티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러한 사례를 통해 리브랜딩의 역할을 단순한 ‘이미지 개선’과 구분했다. 사업이 성장하면서 제품의 가격과 고객층, 유통 채널, 경쟁 상대가 달라지면 과거에 만들어진 브랜드 역시 새로운 사업의 단계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브랜딩을 시각적으로만 접근하지 않는다”며 “어떤 디자인이 더 예쁜지를 넘어 이 변화가 타깃 고객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제품의 가치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지, 궁극적으로 구매와 매출에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함께 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건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를 졸업한 뒤 CJ E&M Mnet과 JTBC 브랜드실에서 브랜드 디자인 실무를 경험했다. 이후 두 곳의 스타트업에서 브랜드팀 팀장을 맡아 디자인과 마케팅을 함께 다루며 브랜드가 실제 사업 안에서 작동하는 과정을 경험했다.
2023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설립한 스튜디오두꺼비는 이러한 경험을 기반으로 기업의 브랜드 전략과 아이덴티티를 개발하고, 이를 패키지, 웹사이트, 공간 등 실제 고객 접점까지 연결하는 브랜딩 스튜디오다. CJ E&M, 올리브영 등 대기업 프로젝트부터 썬데이나마스떼, 아일라 등 성장 단계의 브랜드까지 다양한 산업군의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이 대표는 이날 강연을 마치며 “좋은 브랜딩은 사업의 체급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 성공한 기업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그 제품과 사업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브랜드가 필요하다”며 “이미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그 가치만큼 보이지 못하는 기업들이 리브랜딩을 통해 더 큰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