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의 속도보다 믿음의 방향을 묻다

한완규 목사, 신앙 에세이 『의욕만 가지고 덤비지 마라』 출간



“열심히 살았는데도 왜 자꾸 삶의 방향을 잃는가.”


한완규 목사가 삶과 목회 현장에서 경험한 실패와 성찰을 말씀의 관점으로 풀어낸 신앙 에세이 『의욕만 가지고 덤비지 마라』를 펴냈다. 부제는 ‘말씀 앞에서 인생을 배우다’이다.


책 제목만 보면 의욕을 경계하거나 열심을 내려놓으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저자가 문제 삼는 것은 의욕 자체가 아니다. 하나님께 묻지 않은 채 앞서가는 열심, 자신의 한계를 살피지 않는 조급함, 좋은 결과를 통해 자신을 증명하려는 욕망이다.

저자는 “의욕은 속도를 원한다. 믿음은 방향을 묻는다”는 문장을 책 전체의 중심에 둔다. 무엇을 얼마나 빨리 이루었는가보다, 지금 걷는 길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의욕은 사람을 출발하게 할 수 있지만, 끝까지 걷게 하는 힘은 하나님 앞에서 길들여진 성실이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 메시지다.


책에는 저자가 학업과 운동, 인간관계와 목회 현장에서 겪은 여러 경험이 담겨 있다. 성서 헬라어 수업에서 연이어 낙제했던 일, 몸의 한계를 무시한 채 운동에 몰두했던 시간, 사역의 열매를 자신의 역량으로 받아들였던 젊은 시절의 모습도 숨기지 않는다. 저자는 이러한 경험을 성공담으로 꾸미지 않는다. 오히려 의욕이 지나치게 앞설 때 사람이 자신과 타인, 공동체를 어떻게 지치게 하는지를 정직하게 돌아본다.


『의욕만 가지고 덤비지 마라』는 모두 3부, 30편의 글로 구성됐다. 1부 ‘의욕보다 먼저 배워야 할 것들’에서는 의욕과 조급함, 서운함, 겸손, 믿음과 침묵을 다룬다. 2부 ‘말과 마음이 사람을 세운다’에서는 정직과 감사, 말의 책임, 교회 공동체의 관계를 살핀다. 3부 ‘말씀은 삶의 기준을 다시 세운다’에서는 성경이 말하는 복과 사랑, 의로움과 자유, 원어와 설교의 문제를 풀어낸다.


책의 특징은 성경 말씀을 생활의 교훈으로만 옮기지 않는 데 있다. 저자는 널리 알려진 성경 구절이 본래의 문맥을 떠나 성공과 축복의 문구로 사용되는 현실을 짚는다. 요한복음에 사용된 사랑의 원어, 로고스와 레마, 히브리어가 말하는 복과 샬롬도 소개하지만, 원어 하나로 성경 전체를 설명하려는 태도는 경계한다.


성경 원어는 지식을 드러내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본문의 뜻을 더 정직하게 살피기 위한 도구이며, 설교 역시 사람을 설교자에게 붙잡아 두는 것이 아니라 성경으로 돌아가게 하는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삶의 피로를 일정이나 환경의 문제로만 설명하지 않는다. 바쁘게 움직이고 많은 일을 해내더라도, 자신을 판단할 기준을 잃으면 마음은 쉽게 흔들린다고 말한다. 말씀 앞에 선다는 것은 위로가 되는 좋은 문장을 읽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자신의 동기와 욕망, 관계와 말, 삶의 방향을 하나님의 빛 아래 다시 놓는 일이다.


한완규 목사는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신약학을 전공했다. 바울서신과 실천신학을 중심으로 연구했으며, 현재 미국 클레어몬트에서 목회학 박사과정을 이어 가고 있다. 오랫동안 교회와 목회 현장에서 말씀을 전해 왔으며, 현재 혜명교회 담임목사로 목회하고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의 글은 완성된 답을 가진 사람의 자리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의욕이 앞서 실패하고, 관계 속에서 상처를 주고받으며, 자신의 판단을 다시 돌아보아야 했던 시간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정답처럼 제시하기보다, 그때마다 다시 돌아가야 했던 자리가 말씀 앞이었다고 고백한다.


『의욕만 가지고 덤비지 마라』는 신앙생활에 더 많은 열심을 보태라고 재촉하는 책이 아니다. 이미 충분히 애쓰며 살아온 이들에게 잠시 멈추어 자신의 방향을 살펴보라고 권한다. 나는 지금 하나님을 믿으며 걷고 있는가, 아니면 하나님을 위해 무엇인가를 이루어 내는 사람으로 자신을 증명하려 하는가를 묻는다.


더 빨리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넘치는 시대다. 그러나 빠르게 가는 것과 바르게 가는 것은 같지 않다. 이 책은 의욕을 버리라고 말하지 않는다. 의욕이 믿음의 방향 안에서 다듬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열심의 크기보다 열심의 뿌리를 살피고, 결과보다 과정에서 어떤 사람으로 빚어지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삶의 방향을 잃었다고 느끼는 성도, 사역과 관계에 지쳐 있는 교회 지도자, 말씀 앞에서 자신의 마음을 다시 살피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은 조용한 질문을 건넨다.


“나는 지금 바쁘게 가고 있는가, 아니면 바르게 가고 있는가.”


작성 2026.07.21 15:31 수정 2026.07.2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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