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인간은 무엇으로 살아남는가 - 6. 인간은 왜 실수하는 존재인가

실수는 인간의 결함인가, 배움이 시작되는 자리인가

AI도 틀린다… 정확성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불확실성

실수를 허용하되 책임은 묻는 사회, 인간다운 판단의 조건

인간과 AI가 함께 미완성 퍼즐을 맞추는 모습은 완벽한 정답보다 오류를 인정하고 함께 수정해 나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상징한다.

6. 인간은 왜 실수하는 존재인가 

 

― 완벽한 판단보다 중요한 것은 오류를 발견하고 바로잡는 능력이다

 

 

 

 

회의 시간에 한 직원이 잘못된 숫자를 보고했다. 상사는 곧바로 지적한다.

 

"이런 간단한 계산도 틀립니까? 이제 AI에게 맡기는 게 낫겠군요."

 

직원은 고개를 숙인다. 그러나 아무도 묻지 않는다. 그 숫자는 어디에서 왔는지, 왜 잘못되었는지, 그 오류를 막을 방법은 무엇이었는지.

 

우리는 실수를 발견하면 사람을 평가하는 데 익숙하지만, 실수가 발생한 구조를 살피는 데는 인색하다.

 

AI 시대에는 이러한 태도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기계는 지치지 않고, 방대한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며, 특정 과제에서는 인간보다 훨씬 높은 정확도를 보인다. 반면 인간은 기억을 혼동하고, 감정에 흔들리며, 편견 때문에 잘못 판단한다.

 

그렇다면 인간의 실수는 반드시 제거해야 할 결함일까?

 

여기서 중요한 구별이 필요하다. 실수를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실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인간의 판단과 존엄을 낮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정확한 계산과 좋은 판단은 같은 것이 아니다. 계산은 주어진 조건에서 답을 구하지만, 판단은 어떤 조건을 고려해야 하는지, 누구에게 어떤 결과가 돌아가는지까지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왜 실수하는가?

 

인간의 지식과 주의력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든 정보를 알지 못하며,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도 없다. 때로는 경험에 의존하고, 때로는 불충분한 증거로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자신의 판단을 되돌아보는 능력도 있다.

 

철학자 칼 포퍼는 과학적 지식이 비판과 반박 가능성을 통해 발전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과학이 강력한 이유는 결코 틀리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잘못된 설명을 검토하고 수정할 수 있는 방법을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은 교육에도 적용된다.

 

수학 문제를 틀린 아이에게 정답만 알려주면 당장의 오류는 사라진다. 그러나 아이가 어떤 생각을 거쳐 오답에 도달했는지 함께 살피면, 자신의 사고를 이해하고 수정하는 기회를 얻는다.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정답을 빨리 얻는 일만이 아니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설명하고, 다른 가능성을 검토하며, 새로운 근거 앞에서 생각을 바꾸는 능력을 기르는 일이다.

 

물론 모든 실수가 배움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잘못을 감추거나 같은 오류를 반복한다면 실수는 성장의 기회가 되지 못한다.

 

실수 자체가 인간을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대하는 태도와 그것을 수정할 수 있는 환경이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AI 역시 오류를 범한다.

 

생성형 AI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자료를 만들어내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확신에 찬 문장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흔히 '환각(Hallucination)'이라고 불린다.

 

문제는 AI의 오류가 인간의 오류보다 더 그럴듯하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이 답을 망설이면 우리는 불확실성을 알아차린다. 그러나 AI는 잘못된 답변도 유창하고 논리적인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다. 문장의 완성도가 사실의 정확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여기에는 또 하나의 철학적 문제가 있다.

 

어떤 AI가 대출 신청자의 상환 가능성을 높은 정확도로 예측한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그 예측만으로 대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반드시 올바른 판단일까?

 

그렇지 않다.

 

학습에 사용된 과거 데이터에 차별적 관행이 반영되어 있다면, AI는 그 패턴을 반복할 수 있다. 예측이 통계적으로 정확하더라도 판단 과정이 불공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정확성과 정의가 서로 다른 기준임을 보여준다.

 

정확성은 예측이 실제 결과와 얼마나 일치하는지 묻는다. 정의는 판단 기준이 정당한지, 특정 집단에 부당한 불이익을 주지 않는지,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지 묻는다.

 

따라서 AI의 성능을 평가할 때는 정답률뿐 아니라 오류의 유형, 피해의 크기, 차별 가능성, 책임 소재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AI 시대의 위험은 기계가 실수한다는 사실에만 있지 않다.

 

인간이 기계의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상황이 더욱 심각할 수 있다.

 

이를 설명하는 개념이 '자동화 편향(Automation Bias)'이다. 자동화된 시스템이 제시한 결과를 지나치게 신뢰하여, 반대되는 정보나 자신의 판단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는 경향을 말한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AI가 환자의 검사 결과를 분석했다고 가정해 보자.

 

의사가 AI의 권고를 참고하면서 환자의 증상과 병력을 함께 살핀다면, AI는 판단을 돕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AI가 정상이라고 판단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위험 신호를 무시한다면 어떻게 될까?

 

기계의 판단이 인간의 검토를 대체하는 순간, 자동화는 오히려 새로운 오류의 통로가 된다.

 

이 문제는 의료뿐 아니라 채용, 금융, 행정,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하다.

 

특히 AI가 사람의 취업 기회, 복지 수급, 의료 서비스에 영향을 미친다면 단순히 '사람이 최종 승인했다'는 형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담당자가 AI의 판단 근거와 한계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결과를 수정하거나 거부할 실질적인 권한도 가져야 한다.

 

인간의 감독이란 기계의 결정에 도장을 찍는 절차가 아니다. 필요할 때 기계에 반대할 수 있는 능력과 제도적 권한을 보장하는 일이다.

 

인간이 실수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사회는 실패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여기서 관용과 책임을 구별해야 한다.

 

관용은 모든 잘못을 눈감아 주는 것이 아니다. 고의적인 위법행위와 불가피한 실수, 부주의와 구조적 결함을 구별하여 공정하게 대응하는 태도다.

 

예컨대 직원이 실수를 보고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받는 조직에서는 문제가 숨겨질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오류를 신속하게 공유하고 원인을 분석할 수 있는 조직에서는 같은 실패를 예방할 기회가 생긴다.

 

이 원칙은 AI 시스템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기업은 AI가 내린 결정의 오류를 점검하고 기록해야 한다. 정부는 시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자동화된 판단에 대해 설명과 이의제기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학교는 학생이 AI의 정답을 그대로 받아쓰기보다 그 근거를 확인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중요한 것은 개인에게만 조심하라고 요구하지 않는 것이다.

 

AI의 판단을 검토할 시간도, 정보도, 권한도 주지 않으면서 오류의 책임만 담당자에게 돌리는 조직은 책임 있는 시스템이라고 보기 어렵다.

 

실수를 줄이려면 개인의 성실함뿐 아니라 검증 가능한 절차와 오류를 수정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우리는 오랫동안 완벽함을 이상으로 삼아왔다.

 

완벽한 성적, 완벽한 성과, 완벽한 선택. 그리고 이제는 완벽한 판단을 내릴 것처럼 보이는 AI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인간의 삶에서 모든 중요한 문제에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선택은 효율적이지만 누군가에게 불공정할 수 있다. 어떤 결정은 통계적으로 타당하지만 한 사람의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좋은 판단에는 정확한 정보뿐 아니라 맥락을 살피는 능력,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는 태도,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인간이 실수한다는 사실은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인간의 오류가 언제나 아름답거나 가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실수할 권리를 무제한으로 주장하는 사회가 아니라, 실수를 발견하고 고칠 기회를 보장하면서 그 결과에 책임지는 사회다.

 

AI가 인간보다 정확한 답을 내놓는 일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더욱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누가 더 적게 틀리는가?"를 넘어 "누가 잘못을 알아차리고, 피해를 바로잡으며, 그 과정에 책임지는가?"

 

인간다움은 결코 틀리지 않는 완벽함에 있지 않다.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고,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더 나은 판단을 향해 자신을 고쳐 나가는 데 있다.

 

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오류 없는 인간이 아니라, 오류를 외면하지 않는 인간이다.

 

삶을 바꾸는 동화 신문 기자 kjh0788@naver.com
작성 2026.10.30 09:00 수정 2026.10.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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