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이가은기자] 올해 초 품귀 대란을 빚은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 열풍이 반년 만에 식었다. 핵심 원재료인 피스타치오 수입량은 2월 731톤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7월 54톤까지 줄며 5개월 새 92.6% 감소했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월 공개한 분석이다. 관세청·식품의약품안전처·지식재산처 자료를 토대로 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시점이다. 수입량이 정점을 찍은 2월, 서울 광화문 일대 일부 카페에는 이미 재고가 쌓이고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현장의 열기가 꺾일 무렵 원재료 수입은 가장 많았던 셈이다. 공급망 이론은 이런 엇박자를 '채찍효과'로 설명한다.
채찍효과(bullwhip effect)는 공급망 이론의 개념이다. 소비자 수요의 작은 변동이 공급망 위쪽으로 갈수록 크게 부풀려지는 현상을 말한다. 손잡이를 살짝 흔들면 채찍 끝이 크게 출렁이는 모습에서 이름을 따왔다. 1997년 하우 리(Hau L. Lee)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연구진이 원인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공급망은 소비자→매장(유통)→제조사→원재료 공급자로 이어진다. 각 단계는 바로 아래 단계의 주문만 보고 다음 주문을 정한다. 최종 소비자의 실제 수요는 보지 못한다. 그래서 단계마다 '모자랄지 모른다'는 여유분이 더해진다. 주문은 위로 갈수록 커진다. 연구진은 원인으로 △수요 예측의 반복 수정 △묶음 주문 △가격 변동 △품귀 때의 과다 주문을 꼽았다.
반짝 유행 상품에서는 이 원인들이 한꺼번에 나타나기 쉽다. 수요가 짧은 기간에 치솟고, 물건이 모자라며, 원재료 값이 크게 흔들리기 때문이다.
[유통: 품귀가 부풀린 주문]
두쫀쿠가 한창이던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매장에서는 구매 수량 제한과 '오픈런'(개점 전부터 줄을 서는 것)이 흔했다. 재료를 사서 직접 만드는 소비자도 늘었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이마트의 마시멜로 매출은 크게 뛰었다. 지난해 12월 초부터 올해 1월 19일까지 289.2% 늘었다. 같은 시기 G마켓의 마시멜로 판매량은 1년 전의 115배였다.
품귀는 채찍효과를 키운다. 물건이 모자라면 매장과 소비자는 실제 필요보다 많이 주문한다. 일부라도 받기 위해서다. 공급이 풀리면 이 '부풀린 주문'은 한꺼번에 사라진다. 파이낸셜뉴스는 2월 10일 광화문 일대 두쫀쿠 매장을 찾았다. 대기 줄은 거의 없었고 재고는 넉넉했다고 보도했다. 용산구의 한 카페 업주는 남은 재고를 선물 세트로 팔고 있다고 전했다.
채찍효과와 비슷한 쏠림은 점포 수에서도 나타난다. 2023년 유행한 탕후루가 대표적이다. 2024년 7월 뉴시스는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를 인용했다. 2023년 새로 문을 연 탕후루 가게는 1300여 곳이었다. 2024년 신규 개업은 보도 시점까지 50곳에 그쳤다. 폐업은 전년 72곳에서 190곳으로 늘었다. BC카드 가맹점 데이터에서도 탕후루 매출액 지수는 2023년 9월 최고치를 찍은 뒤 내려갔다.
[제조: 공장은 유행보다 늦게 완공된다]
제조사에서는 설비 투자가 채찍의 끝이 된다. 2014년 품귀 대란을 일으킨 해태제과 허니버터칩이 자주 거론되는 사례다. 해태제과는 2015년 7월 강원 원주 문막에서 제2공장을 착공했다. 준공은 2016년 5월이었다. 월 생산량을 75억원어치에서 150억원어치로 두 배 늘리는 계획이었다.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뉴스토마토는 준공 5개월 뒤인 2016년 가을 증설 효과를 짚었다. 240억원을 들인 제2공장 가동 이후 매출 증가는 월 3억원 안팎에 그쳤다는 내용이다. 같은 보도에 따르면 해태제과는 제2공장을 다른 감자칩 생산에도 활용한다는 방침이었다. 아시아경제는 2015년 증설을 망설이던 업계가 2011년 꼬꼬면 사례를 경계했다고 전했다. 인기를 보고 공장을 늘렸다가 열기가 식으며 손실을 떠안은 사례다.
공장은 짓는 데 시간이 걸린다. 유행이 가장 뜨거울 때 내린 결정이 유행이 식은 뒤에야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원재료: 가장 크게 출렁인 끝단]
공급망 맨 위의 원재료는 변동 폭이 컸다. 경인일보는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의 최저가를 분석했다. 피스타치오 1㎏ 최저가는 지난해 12월 23일 1만9600원이었다. 올해 1월 중순에는 12만2240원으로 524% 뛰었다. 개별 상품 최저가 기준이어서 시장 전체 가격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같은 시기 이마트의 피스타치오 판매가는 1년 전보다 약 20% 올랐다. 디지털데일리는 관세청 무역통계를 인용해 1월 수입 단가가 1년 전보다 84% 올랐다고 전했다.
수입량은 현장의 열기보다 늦게 움직였다. 정 의원 분석에 따르면 피스타치오 수입량은 지난해 12월 372톤이었다. 올해 1월 594톤, 2월 731톤으로 늘었다가 7월 54톤으로 떨어졌다. 수입액도 2월 약 1550만달러에서 7월 99만달러로 93.6% 줄었다. 카다이프 관련 가공식품의 수입검사 건수도 급감했다. 2월 340건에서 6월 22건으로 93.5% 줄었다. '두바이' 등이 들어간 상표 출원은 1월 23건에서 4~6월 매달 1건이 됐다.
해외 원재료는 주문부터 통관까지 시간이 걸린다. 2월 수입 물량은 열기가 한창일 때 주문됐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공개된 자료로는 개별 주문 시점을 확인할 수 없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6월 열풍이 식은 뒤의 상황을 보도했다. 일부 기업과 판매처가 재고 부담 속에 손실을 떠안았다는 내용이다.
[채찍효과만으로는 설명 안 되는 부분도]
모든 변동을 채찍효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수입 피스타치오가 모두 디저트용은 아니다. 가격 급등에는 고환율과 기후 변화, 물류 문제도 함께 작용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카다이프는 별도 품목분류(HS) 코드가 없다. 그래서 수입검사 건수와 실제 수입량 사이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편의점과 대형 프랜차이즈도 앞다퉈 유사 제품을 냈다. 유행 상품을 따라가는 것 자체는 유통업의 일상이다. 문제는 얼마나, 언제까지 따라가느냐다.
리 교수 연구진은 채찍효과를 줄이는 방법으로 판매 정보 공유를 첫손에 꼽았다. 주문 단위 축소와 가격 안정화, 과거 판매량에 따른 물량 배분도 제시했다. 정 의원은 짧은 유행에 맞춘 원재료 대량 확보와 무리한 투자를 경계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