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정유시설 생산 확대 논의…경유 공급난 장기화 대비

20년간 역내 정유소 약 4분의 1 폐쇄…전체 정제능력 10% 감소

기존 시설 증산 방안 검토…2027년 초 후속 회의 예정

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 정유산업 보호 장기 전략 촉구

[화담일보 = 윤하겸기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중동 전쟁과 세계 경유 공급난에 대응해 역내 정유시설의 연료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업계와 논의하기 시작했다. 지난 20년간 줄어든 정제능력을 보강해 에너지 공급 충격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다. 유로뉴스는 28일 집행위가 유럽 정유업체들과 기존 시설의 생산 확대 방안을 협의했다고 보도했다.

 

단 요르겐센 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유럽이 현재와 미래에 충분하고 유연한 정제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이는 경제 경쟁력뿐 아니라 안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와 걸프 지역 정유시설 공격,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타격이 이미 빠듯한 세계 경유 수급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집행위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EU 정유소의 약 4분의 1이 문을 닫았고, 전체 정제능력은 약 10% 감소했다. 역내 정제능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는 독일·이탈리아·스페인·네덜란드·프랑스·벨기에다. 원유를 확보하더라도 이를 경유와 항공유 등 실제 필요한 제품으로 바꿀 산업 기반이 부족하면 연료 공급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논의의 배경이다.

 

집행위는 업계가 제시한 제안을 검토하고 추가 기술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진전 상황을 점검할 후속 회의는 2027년 초로 예정돼 있다. 다만 폐쇄 시설 재가동이나 기존 공장 확장, 신규 설비 투자가 포함될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재정 지원책과 규제 변경, 정제능력 목표도 아직 제시하지 않아 이번 협의가 확정된 증설 사업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집행위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최근 분석을 토대로 세계 경유 시장의 공급 여건이 2027년에도 상당 기간 빠듯할 것으로 예상한다. 경유는 도로 화물운송과 농업·산업 활동에, 항공유는 항공 운항에 필수적이다. 원유 시장이 안정되더라도 정제제품의 공급 부족이 이어지면 연료 가격 압력이 오래갈 수 있다. 역내 생산 확대 역시 원유 가격이 높거나 세계 공급 차질이 지속될 경우 가격 하락으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다.

 

정유산업 유지와 기후 목표 사이의 균형도 과제다. 유럽 정유업체들은 높은 운영비와 해외 대형 시설과의 경쟁에 직면해 있다. 전기화가 진행되면서 기존 수송용 연료의 장기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도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준다. 기존 시설 증산은 투자와 인허가에 수년이 걸리는 신설보다 빠른 대응이 될 수 있지만, 폐쇄 시설 재가동이나 신규 건설에는 장기간 수요가 투자비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하다.

 

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는 29일 EU 에너지 장관 회의를 앞두고 정유산업을 보호할 장기 전략을 집행위에 요구했다. 세 나라가 작성한 문건은 정유소 폐쇄가 수입 연료 의존을 심화할 수 있다며, 원유 공급과 정제제품 공급은 별개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들 정부는 항공·해운·농업·국방·응급서비스가 계속 액체연료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들어, 기후 목표와 역내 정제능력 보존을 함께 고려하고 산업 경쟁력과 공급망을 지킬 구체적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작성 2026.10.29 12:11 수정 2026.10.29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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