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훈 칼럼] 사업자등록까지 했는데 상호를 바꿔야 한다면?

내가 키운 쇼핑몰 이름에 누군가 3억 원의 가격표를 붙였다.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필자가 직접 맡았던 사건이다. 온라인 의류 업계에서 이름이 알려진 한 업체가 있었다.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상표등록의 중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고, 상표를 등록하지 않은 채 영업을 이어갔다. 그렇게 업체는 유명해졌지만, 정작 그 이름에 대한 상표권은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갔다.

 

이른바 ‘상표 브로커’가 해당 상표를 먼저 등록한 것이다. 그리고 업체에 상표를 넘겨주는 대가로 3억 원을 요구했다.

고객에게 이름을 알리고 브랜드를 키운 것은 업체였다. 그런데 그 이름에 가격표를 붙인 사람은 따로 있었다.

출처: ai 생성 이미지

온라인 쇼핑몰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는 남의 일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사업 초기를 떠올려 보면, 상표출원이 후순위로 밀리는 사정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상품을 확보해야 하고, 사진을 찍어야 하고, 상세 페이지를 만들고 광고도 해야 한다. 주문이 들어오면 포장과 배송까지 챙겨야 한다. 당장 돈과 시간을 쓸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상표출원은 급하지 않은 일처럼 느껴진다. ‘일단 매출부터 올리고, 잘되면 그때 하자’는 생각이 들기 쉽다. 사업자등록도 했고 쇼핑몰 주소도 확보했으니, 이름에 대해서는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업자등록과 상표등록은 서로 다른 일이다. 사업자등록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그 이름에 대한 상표권까지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쇼핑몰 이름을 정하고 실제로 사용해 왔더라도, 상표 문제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이 간극을 파고드는 사람이 바로 상표 브로커다. 업체가 열심히 사업을 키우는 동안, 누군가는 그 이름이 상표로 등록되어 있는지를 살펴본다. 이름이 알려지고 고객이 쌓일수록 업체 입장에서는 이름을 바꾸기가 어려워진다. 브로커에게는 바로 그 점이 협상의 무기가 된다.

 

다시 3억 원을 요구받았던 업체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사건을 의뢰받은 필자는 상대방이 상표를 등록했다는 사실보다, 어떤 상표를 어떤 목적으로 등록했는지에 주목했다. 상표등록증이 있다고 해서 모든 등록이 정당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상표법에는 다른 업체의 상품을 나타내는 것으로 소비자에게 인식된 상표를 부정한 목적으로 선점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규정이 있다. 상표가 등록되어 있지 않았더라도, 상대방의 출원 당시 인지도와 부정한 목적 등 필요한 요건이 인정되면 등록의 효력을 다툴 수 있다.

 

필자는 이러한 무효사유를 근거로 상표등록 무효심판을 청구했다. 이후 상대방에게서 연락이 왔고, 협상이 시작됐다. 필자는 등록이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설명하며 약 200만 원에 상표를 이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결국 업체는 그 정도의 금액으로 상표권을 넘겨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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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 원에서 약 200만 원으로. 금액만 놓고 보면 극적인 결과였다.

하지만 이 사건을 ‘상표를 나중에 확보해도 괜찮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업체는 상표를 넘겨받기 위해 이전 대금 외에도 분쟁 대응에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했다. 애초에 사업 초기에 상표를 확인하고 출원했다면 겪지 않아도 되었을 과정이다.

 

더구나 모든 사건이 이렇게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내가 먼저 사용했다는 사정만으로 상대방의 등록이 자동으로 무효가 되지는 않는다. 상대방이 출원했을 당시 내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는지, 상대방에게 부정한 목적이 있었는지 등을 뒷받침해야 한다.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작은 쇼핑몰이라면 이러한 점을 입증하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유명해지면 등록하겠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유명해진 뒤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먼저 움직였을 수 있고, 아직 유명하지 않다면 선점된 상표를 되찾을 근거가 부족할 수 있다.

 

사업 초기의 수십만 원은 결코 가벼운 돈이 아니다. 옷을 몇 벌 더 구입할 수 있고, 광고를 조금 더 집행할 수도 있는 금액이다. 다만 출원 범위와 대리인 이용 여부 등에 따라 비용은 달라지더라도, 초기에 상표를 출원하는 비용과 나중에 분쟁을 해결하는 비용은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출원 후 등록까지 관리하는 일도 물론 필요하다.

 

이름을 바꾸는 비용 역시 간판이나 로고를 수정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존 고객에게 새 이름을 알려야 하고, 포장재와 광고물을 바꿔야 하며, 익숙한 이름으로 쌓아 온 신뢰도 다시 이어가야 한다. 온라인 쇼핑몰이라면 고객이 기억하고 검색하는 이름 자체가 중요한 영업 자산이다.

 

브랜드 이름을 정했다면, 그 이름을 침해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는 지와 상표로 보호받을 수 있는지 부터 살펴보자. 상품과 서비스에 맞게 출원하고, 등록 여부까지 챙기는 일을 사업 시작의 준비 과정에 넣을 필요가 있다.

 

내가 키운 이름을 다른 사람에게 돈을 주고 사 와야 하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억울하다.

출처: ai 생성 이미지

 

쇼핑몰의 첫 주문을 기다리기 전에, 그 주문이 쌓일 이름부터 지켜 두자.

 

 

[필자 소개]

 

주장훈 칼럼리스트

現) JH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現) 기술보증기금 외부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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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훈 칼럼니스트는 JH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이자 기술보증기금 외부평가위원으로, 2009년 변리사시험 합격 이후 특허출원과 분쟁 대응, 상표·디자인 심판 등 다양한 지식재산 업무를 수행해 왔다. 발명진흥회 직무발명 멘토위원, 기술가치평가 외부위원 활동과 지식재산 강의 경험을 바탕으로, KCS뉴스 칼럼을 통해 사업 현장에서 놓치기 쉬운 지식재산 문제와 대응 방법을 독자들에게 쉽고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작성 2026.10.19 20:47 수정 2026.10.19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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