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최민재기자]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알려진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국내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들이 올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개인투자자의 순매도가 이어지고 있다. 금리 인하에 따른 채권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장기채 투자지만, 시장에서 장기 국채금리가 상승하면 오히려 가격이 크게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지난 9월 27일 메트로신문이 코스콤 ETF CHECK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9월 23일 종가 기준 국내 상장 미국 장기채 ETF 순자산 상위 10개 종목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분배금을 포함해 -7.78%로 집계됐다. 같은 해 초부터 9월 22일까지 개인투자자는 이들 종목을 약 8904억원 순매도했다. 다만 ETF의 기간 수익률과 개인투자자의 순매도액만으로 개별 투자자의 확정 손실 규모를 파악할 수는 없다.
장기채 ETF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매도 흐름은 올해 초부터 나타났다. 지난 3월 5일 공개된 '2026년 2월 ETF 시장 월간 리포트'에 따르면, 2월 개인 순매도 상위 5개 ETF 가운데 미국 장기채 관련 상품이 2개 포함됐다.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는 590억원, 'TIGER 미국30년국채커버드콜액티브(H)'는 476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5월에는 장기 국채금리 상승과 함께 관련 ETF의 가격 하락이 두드러졌다. 파이낸셜뉴스의 5월 25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같은 달 20일 한때 연 5.201%까지 상승했다. 국내 상장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는 이날 7235원으로 마감해 당시 상장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당시 장기금리 상승의 배경으로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와 미국의 재정 부담 확대 등이 지목됐다. 물가 상승 압력과 국채 공급 부담은 투자자들이 장기채에 요구하는 수익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9월에도 부진한 수익률이 이어졌다. 메트로신문에 따르면 9월 23일 기준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H)'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3.72%,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는 -13.33%였다. 같은 기간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연초 연 4.84%에서 9월 22일 연 5.29%로 올랐다.
핵심은 시장금리와 기존 고정금리 채권 가격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연 3%의 이자를 지급하는 기존 채권이 있는데, 비슷한 조건의 신규 채권이 연 4%의 수익률을 제공한다고 가정해 보자.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신규 채권이 매력적이다. 따라서 기존 채권은 가격이 하락해야 새로운 시장금리에 맞는 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다.
반대로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기존에 발행된 높은 이자의 채권은 상대적으로 유리해지고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장기채를 매수하는 것도 이러한 원리 때문이다.
해외채권 ETF에 투자할 때는 환율과 상품 구조도 살펴봐야 한다. 메트로신문에 따르면 9월 23일 기준 환헤지형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4.39%였지만, 기초지수가 같은 환노출형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는 -9.37%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 변동에 따라 원화 기준 투자 성과에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또한 커버드콜형이나 엔화노출형 상품은 각각 옵션 전략과 환율 변동 등 추가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모든 장기채 ETF의 손실을 금리 상승 하나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역시 투자자 교육자료를 통해 국채와 같은 정부 보증 채권도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는 대상은 약정된 이자와 만기 원금이지, 만기 이전의 시장가격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미국 장기채 ETF의 부진은 '안전자산'이라는 표현이 투자 원금이나 시장가격의 안정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채는 일반적으로 채무불이행 위험이 낮은 자산으로 평가되지만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위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만기가 긴 국채에 투자할 때는 금리 인하에 따른 수익 가능성과 함께 금리 상승 시 발생할 수 있는 손실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