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불교의 모태이자 중심인 대한불교조계종 내부에서 종단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요구하는 거센 쇄신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선엽스님은 최근 서울 종로구 총무원 청사 앞에서 '한국불교의 미래와 조계종의 위기 극복을 위한 양심선언문'을 전격 발표하고, 현 종단 운영 시스템의 구조적 모순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번 선언은 특정 인물을 겨냥한 정쟁이나 갈등 유발이 아니라, 실추된 대중의 신뢰를 되찾고 한국불교가 나아갈 방향을 바로잡기 위한 뼈를 깎는 자정의 요구라는 점에서 교계 전반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① 계파와 학연을 넘어선 ‘공정 인사’와 ‘투명 재정’의 확립
이번 양심선언에서 가장 먼저 주목할 대목은 종단 운영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재정 및 인사 개혁의 필요성이다.
불자들이 정성 어린 마음으로 보시한 재물과 사찰의 자산, 각종 공적 지원금 등 이른바 ‘삼보정재’는 특정 개인이나 문중의 사유물이 결코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예산 편성과 집행, 최종 결산에 이르기까지 외부 권력이나 입김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상시 감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아울러 인사 행정 역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오랜 기간 지적되어 온 학연, 지연, 그리고 문중 중심의 계파 논리를 과감히 타파하고, 오직 수행력과 도덕성, 업무 전문성을 바탕으로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공정한 인재 등용 이야말로 종단 전반의 기강을 바로 세우고 신뢰를 회복하는 지름길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② 비구니 참여 확대와 젊은 인재 등용으로 여는 세대교체
종단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구성원의 참여 폭을 넓히고 세대교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강력하게 제기됐다.
한국불교의 발전은 어느 한쪽의 독점적 힘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으며, 행정과 교육, 문화, 복지, 포교 등 종무 행정의 핵심 영역에서 비구니 스님들과 젊은 세대 수행자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낡은 관행과 권위주의적 구조에서 벗어나, 시대 변화에 부응하는 참신하고 도덕성 갖춘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함으로써 종단의 역동성을 되살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단순한 자리 배분의 문제가 아니라, 종교적 활력을 되찾기 위한 필수적인 과제로 풀이된다.

③ 총무원장 선거제도 개편과 상시적 자격검증 시스템
종단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현행 선거 제도의 대표성과 민주성 회복도 주요 개혁 과제로 지목됐다.
현재의 선출 방식은 제한된 선거인단 중심으로 운영되어 다수 종도들의 의사가 충분히 수렴되지 못하는 한계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구와 비구니를 아우르는 전 종도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선거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종단 주요 공직 후보자와 지도부에 대한 상시적 자격검증 제도의 도입이 촉구됐다.
총무원장은 대외적으로 한국불교를 대표하고 행정을 총괄하는 막중한 자리인 만큼, 승적, 수계, 교육 이력, 수행 경력 등에 합리적인 의문이 제기될 경우 객관적인 절차를 통해 이를 투명하게 해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공적 지도자의 도덕성과 공공기관 수준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과정으로 제시됐다.
④ 호법·징계의 공정성 확보와 내부고발자 보호 장치 마련
종법과 계율 적용의 공정성 문제도 엄중한 도마 위에 올랐다.
종단 내 지위나 영향력의 크기에 따라 법과 잣대가 다르게 적용되어서는 안 되며, 동일한 사안에는 예외 없이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조사 및 징계 과정의 독립성을 철저히 보장하고, 이해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종단 내부의 부조리를 눈감지 않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는 승려들이 불이익이나 보복을 우려하지 않도록 독립된 승려권익보호기구와 내부고발자 보호 제도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제도의 공정성은 비판의 목소리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수용하고 정화할 수 있는 시스템 속에서 비로소 완성된다는 논리다.
선엽스님은 이러한 일련의 개혁 요구가 특정 세력을 겨냥한 정쟁이 아니라, 부처님의 가르침과 권력 사이에서 어떤 가치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출가의 초심으로 돌아가 탐욕을 내려놓고 고통받는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수행의 종단', '소통하는 종단', '대중공의의 종단'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교계에 깊은 울림을 남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