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가 시행된 지 약 5개월이 지났다. 2026년 3월 10일 시행된 개정법은 원·하청 관계를 비롯한 산업현장의 노사관계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법 시행 전부터 노동계는 하청 노동자의 실질적인 교섭권 확대를 기대했고, 경영계는 사용자 범위 확대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을 우려했다. 시행 초기인 현재 산업현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누가 사용자인가’라는 질문이 과거보다 중요해졌다는 점이다. 개정법에 따라 근로계약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해당 범위에서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다. 원청과 하청이라는 계약관계만으로 사용자 책임을 판단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의 노무관리 방식도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다수의 협력업체를 두고 있는 제조업과 건설·물류·서비스업 등에서는 원청이 협력업체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점검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단순히 계약서를 기준으로 관계를 판단하기보다 실제 작업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업무지시와 근로조건 결정 구조까지 살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장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확인된다. 법 시행 약 한 달 반이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교섭 요구를 받은 원청이 400곳으로 집계되는 등 원청을 상대로 한 하청 노동자들의 교섭 요구가 현실적인 노사관계 이슈로 등장했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체와 직접 대화할 가능성이 넓어진 것이다.
반면 기업들이 느끼는 부담도 적지 않다. 산업계 조사에서는 ‘사용자성 판단 기준의 모호성’이 주요 애로사항으로 지적됐다. 기업 입장에서는 어느 범위까지 사용자 책임이 인정될지 사전에 판단하기 어렵다면 법률 검토와 노무관리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전문 법무·노무 인력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에는 이러한 변화가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노동계 역시 법 시행 자체가 곧바로 현장의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 교섭 과정에서는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여부와 교섭 대상, 교섭 방식 등을 놓고 노사 간 이견이 발생할 수 있다. 일부 산업현장에서는 원청 교섭을 요구하는 노동계 움직임과 이에 대한 기업 측 대응이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결국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가장 중요한 변화는 ‘교섭의 범위’뿐 아니라 ‘노사관계의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데 있다. 기업은 문제가 발생한 뒤 법률적으로 대응하는 사후관리에서 벗어나 평소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갈등을 예방하는 노무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노동자 역시 권리 확대와 함께 기업의 경영상황과 산업 경쟁력을 고려하는 책임 있는 교섭문화가 필요하다.

이택호 교수(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산업현장의 핵심 과제는 어느 한쪽의 승패가 아니라 새로운 노사관계의 기준을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기업은 노동자를 비용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의 파트너로 바라보고, 노동자 역시 기업의 경쟁력이 안정적인 고용과 연결된다는 점을 함께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도 법 시행 초기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사용자성 및 노동쟁의 대상 판단 기준과 원·하청 교섭절차 등에 대한 해석지침과 매뉴얼을 마련하고 현장 설명과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시행 약 5개월을 맞은 노란봉투법의 성과를 지금 단정하기는 이르다. 교섭 요구가 실제 노사 합의로 얼마나 이어지는지, 기업의 부담은 어느 정도인지,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은 실질적으로 개선되는지 등을 앞으로 지속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분명한 것은 산업현장의 노사관계가 새로운 시험대에 들어섰다는 사실이다. 법으로 교섭의 문을 넓혔다면 그 문을 통해 어떤 대화를 만들어갈지는 기업과 노동자의 몫이다.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성과는 분쟁의 숫자가 아니라 신뢰와 대화가 산업현장에 얼마나 뿌리내렸는지를 통해 평가받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