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넘게 상가를 운영한 임차인도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호받을 수 있다.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기간이 끝났더라도 임대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부해 권리금 회수를 막았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오랜 기간 음식점이나 점포를 운영한 임차인이 계약 종료를 앞두고 새로운 임차인을 구했지만, 건물주가 계약 체결을 거부하면서 권리금을 받지 못하는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임차인은 상가를 10년 이상 사용했다는 이유로 권리금도 보호받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계약갱신요구권과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는 서로 다른 제도다.
법도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변호사는 23일 “권리금은 임차인이 영업을 통해 형성한 시설과 거래처, 신용, 상권 등의 재산적 가치에 대한 대가”라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이 새로운 임차인을 주선해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임대인에게 이를 방해하지 않을 의무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는 임대차 종료 6개월 전부터 계약이 끝날 때까지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에게 직접 권리금을 요구하거나, 기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가 대표적인 방해행위다. 주변 시세보다 현저히 높은 보증금이나 임대료를 요구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 체결을 거절하는 경우도 포함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임차인이 권리금을 지급할 신규 임차인을 구해 임대인에게 소개했지만, 임대인이 별다른 이유 없이 계약을 거절하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임대 조건을 제시해 거래를 무산시켰다면 권리금 회수 방해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신규 임차인이 보증금이나 임대료를 지급할 능력이 없거나 임차인으로서 의무를 지키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대인의 계약 거절이 정당한 사유로 인정될 수 있다. 임대인이 해당 상가를 임대차 종료 후 1년 6개월 이상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법에서 정한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권리금 회수를 방해해 손해가 발생하면 임차인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배상액은 신규 임차인이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 평가된 권리금 가운데 낮은 금액을 넘지 못한다.
손해배상 청구는 임대차가 종료된 날부터 3년 안에 해야 한다. 이 기간이 지나면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할 수 있어 계약 종료일과 청구 기한을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계약갱신요구권과 권리금 보호를 혼동해서도 안 된다. 상가 임차인은 전체 임대차기간 10년 범위에서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지만, 이 기간이 지났다고 해서 권리금 회수기회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도 2019년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난 임차인에게도 권리금 회수기회가 보호된다고 판단했다. 임차인이 오랜 영업을 통해 형성한 고객과 거래처, 신용 등의 가치는 계약갱신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없어지지 않는다는 취지다.
실제 소송에서는 신규 임차인을 구했다는 사실과 임대인이 계약을 방해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규 임차인과 작성한 권리금계약서, 임대인에게 신규 임차인을 소개한 내용, 임대 조건을 협의한 문자메시지나 이메일, 통화 녹음 등을 확보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엄 변호사는 “권리금 분쟁에서는 신규 임차인을 실제로 주선했다는 사실과 임대인의 방해행위를 증거로 남기는 것이 결과를 좌우한다”며 “임대차 종료 6개월 전부터 관련 내용을 문서로 정리하고 종료일부터 3년의 청구 기간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