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연체 명도소송,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이 핵심

상가는 3기·주택은 2기 연체 시 계약 해지 가능

계약서·입금 내역·내용증명으로 연체 사실 입증해야

승소해도 점유자 바뀌면 강제집행 차질 생길 수 있어

법도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변호사. 사진=법도종합법률사무소 제공

 

월세가 몇 달째 밀렸는데도 세입자가 건물을 비우지 않아 속을 태우는 임대인들의 상담이 잇따르고 있다.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증명까지 보냈지만 임차인이 “장사가 어려워 당장 나갈 수 없다”거나 “밀린 월세를 곧 갚겠다”며 계속 버티는 경우다.

 

임차인이 월세를 내지 않았다고 해서 임대인이 직접 출입문 잠금장치를 바꾸거나 내부 집기를 밖으로 옮길 수는 없다. 전기와 수도를 끊는 방식으로 퇴거를 압박하는 것도 또 다른 민·형사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임대인이 적법하게 부동산을 돌려받으려면 계약 해지 요건을 갖춘 뒤 명도소송, 정식 명칭으로는 건물인도청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법도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변호사는 17일 “명도소송에서 임대인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차임 연체 요건을 충족했는지 여부”라며 “상가는 차임 연체액이 3기분에 달해야 하고, 일반적인 주택 임대차는 2기분에 달해야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하고 건물 인도를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8은 임차인의 차임 연체액이 3기의 차임액에 이르면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주택 임대차에는 민법 제640조가 적용돼 2기의 차임액 연체가 계약 해지 기준이 된다.

 

여기서 말하는 3기와 2기는 반드시 월세를 3개월이나 2개월 연속으로 전혀 내지 않은 경우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동안 밀린 차임을 모두 합산해 몇 개월분에 이르렀는지가 판단 기준이다.

 

가령 월세가 100만원인 상가에서 임차인이 매달 50만원씩만 지급해 미납액이 300만원까지 쌓였다면, 연속해서 월세 전액을 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연체액은 3기분에 이르게 된다. 부분적으로 월세를 지급했더라도 누적된 미납액이 법정 기준에 달했다면 계약 해지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상담 사례를 일반화해 보면 상가를 임대한 A씨는 임차인이 다섯 달째 월세를 제대로 내지 않자 계약을 끝내고 싶어 했다. 임차인은 일부 금액만 지급하거나 지급일을 계속 미뤘고, 밀린 월세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났다.

 

A씨가 가게를 비워달라고 요구하자 임차인은 “영업이 어려워 나갈 형편이 안 된다”며 계속 점포를 사용했다. A씨는 내용증명을 보내 계약 해지를 통보했지만 임차인이 응하지 않자 명도소송을 준비하게 됐다.

 

이 같은 사건에서 법적 판단의 출발점은 임차인이 얼마나 오랫동안 월세를 밀렸느냐가 아니라 연체된 금액이 계약 해지 기준에 이르렀느냐다. 임대인이 연체액을 잘못 계산한 채 성급하게 계약을 해지하거나 소송을 제기하면 오히려 계약 해지의 효력을 두고 다툼이 벌어질 수 있다.

 

명도소송을 준비할 때는 연체 사실을 입증할 자료부터 정리해야 한다. 임대차계약서와 월세 입금 내역, 임차인에게 보낸 독촉 문자와 카카오톡 대화, 통화 녹취, 내용증명 등이 대표적인 자료다.

 

매달 지급해야 할 차임과 실제 입금된 금액, 미납액을 날짜별로 정리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 현금으로 받은 월세가 있다면 영수증이나 임차인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통해 지급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연체액이 계약 해지 기준에 이르면 임대인은 내용증명 등을 통해 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단순히 “밀린 월세를 내라”는 독촉만 반복해서는 계약 해지 통보가 있었는지를 두고 다툼이 생길 수 있다.

 

계약 해지 통보에는 임대차 목적물과 계약 체결일, 월 차임, 현재까지의 연체액, 계약 해지 근거와 건물을 인도해야 할 기한 등을 구체적으로 적는 것이 좋다. 내용증명은 상대방에게 어떤 내용의 문서를 언제 보냈는지를 증명하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됐는데도 임차인이 건물을 비우지 않으면 임대인은 명도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다만 명도소송에서 승소하는 것만으로 곧바로 임차인을 내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임차인이 판결에 따라 자진해서 건물을 넘겨주지 않으면 임대인은 판결문을 근거로 법원에 강제집행을 신청해야 한다. 집행관이 현장에 나가 임차인에게 자진 인도를 촉구한 뒤에도 퇴거하지 않으면 집기와 물품을 반출하는 인도집행이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임대인들이 자주 놓치는 절차가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이다. 명도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임차인이 가족이나 직원, 다른 사업자 등 제3자에게 건물의 점유를 넘기면 승소 판결을 받고도 강제집행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명도소송 판결은 원칙적으로 소송 당사자를 상대로 효력이 발생한다. 소송 도중 실제 점유자가 바뀌면 새로 점유한 사람을 상대로 집행이 가능한지를 다시 따져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추가 소송이나 별도의 법적 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임차인이 다른 사람에게 점유를 넘기지 못하도록 하는 보전처분이다. 명도소송을 제기하기 전이나 소송과 함께 신청해 현재의 점유 상태를 고정하는 역할을 한다.

 

엄 변호사는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은 명도소송에서 어렵게 받은 판결의 실효성을 지키기 위한 안전장치”라며 “소송을 시작하기 전 현재 건물을 누가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점유이전금지가처분과 본안소송을 함께 준비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강제집행에는 예상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 수 있다. 집행관 수수료뿐 아니라 열쇠공과 운반 인력, 차량, 물품 보관창고 비용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차인이 점포나 주택 내부에 많은 짐을 두고 있다면 임대인이 먼저 부담해야 할 집행비용도 커질 수 있다.

 

임대인은 명도소송을 제기하면서 건물 인도뿐 아니라 밀린 월세도 함께 청구할 수 있다. 계약이 끝난 뒤에도 임차인이 건물을 계속 점유하고 사용했다면 실제로 건물을 인도하는 날까지의 차임 상당액을 부당이득이나 손해배상으로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계약 종료 이후 임차인이 실제로 건물을 사용했는지, 임대인이 임차인의 사용을 막지는 않았는지, 보증금에서 연체 차임을 어느 정도 공제할 수 있는지에 따라 인정되는 금액은 달라질 수 있다. 건물 인도와 연체 차임 회수를 한 번의 소송에서 함께 청구하더라도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먼저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엄 변호사는 “명도소송은 판결문을 받는 것으로 끝나는 사건이 아니라 실제로 부동산을 넘겨받는 강제집행까지 마쳐야 완결된다”며 “연체액 계산과 계약 해지 통보, 점유이전금지가처분, 명도소송, 강제집행의 순서를 처음부터 함께 살펴야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작성 2026.07.18 23:17 수정 2026.09.2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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