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찬 작가의 성화, 예수님의 표정에서 읽는 사랑의 깊이

예수성화연구원의 디지털 임파스토 아트워크…기도의 침묵부터 출간 예정작 『하나님의 화려한 외출』 수록 예정 그림 「기쁨의 만찬」까지

푸른 하늘과 황금빛 풍경 속에서 기도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고요한 집중과 평안의 정서를 드러낸다.

성화 앞에 머무는 시간은 한 인물의 모습을 감상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화면 속 시선을 마주하고, 손짓의 의미를 헤아리며, 그 안에 자신의 삶을 비추는 시간이기도 하다. 예수님의 얼굴을 표현하는 작업이 형태의 정교함만으로 완성되기 어려운 이유다. 표정에는 어떤 마음이 담겨 있는지, 빛은 무엇을 드러내는지, 그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에게 어떤 물음이 남는지가 중요하다. 예수성화연구원이 선보이는 백종찬 작가의 성화는 이러한 관점에서 들여다볼 만하다.

 

백종찬 작가의 작품 세계에서 성화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창작 분야다. 

다양한 소재와 표현을 다루는 가운데서도 예수님의 사랑과 고난, 기도와 위로는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중심 주제다. 이번에 소개된 작품들에는 상흔이 남은 손을 내미시는 예수님, 고요히 기도하시는 예수님, 함께하는 자리에서 환하게 웃으시는 예수님, 어린양을 품에 안으신 예수님이 등장한다. 서로 다른 장면들은 사랑이라는 주제를 각기 다른 표정과 몸짓으로 펼쳐 보인다.

 

이 작품들의 조형적 바탕은 디지털 임파스토 표현이다. 두터운 물감층을 연상시키는 시각적 질감과 방향성 있는 색면이 인물과 풍경을 구성한다. 실제 물감을 쌓아 올린 유화의 물성과는 구분되는 디지털 창작 방식으로, 붓질의 흔적을 닮은 표현이 화면에 깊이와 운동감을 부여한다. 작품을 감상할 때 주목할 부분도 이러한 질감이 인물의 감정과 장면의 의미를 어떻게 뒷받침하는가에 있다.

 

상흔이 남은 손을 내미시는 예수님의 모습에 다채로운 빛과 시각적 질감이 어우러져 고난을 품은 사랑과 위로를 전한다.

백 작가의 성화에서 빛은 화면의 정서를 이끄는 중요한 요소다. 예수님의 머리 주위로 퍼지고 옷자락을 따라 흐르며, 때로는 풍경 전체를 감싸는 빛이 시선의 움직임을 만든다. 황금빛과 크림색, 흰색의 교차는 온기를 형성하고, 청색과 보라색은 공간에 깊이를 더한다. 붉은색과 주황색이 더해진 부분에서는 화면의 활력이 높아진다. 빛은 인물의 존재를 강조하는 동시에 관람자가 그 모습에 다가가는 감정의 통로가 된다.

 

관람자를 향해 손을 내미시는 작품에서는 손과 얼굴 사이의 관계가 두드러진다. 화면 앞쪽으로 크게 다가온 손바닥에는 상흔이 남아 있고, 그 너머로 예수님의 시선이 정면을 향한다. 관람자의 눈은 먼저 손에 머물렀다가 얼굴로 이동하고, 다시 주변을 둘러싼 빛과 색채로 확장된다. 이러한 원근과 구도는 화면 속 장면이 관람자의 자리까지 이어지는 듯한 인상을 만든다.

상처가 드러난 손이 먼저 내밀어졌다는 사실은 이 장면의 정서적 중심이다. 상흔은 고난의 기억을 품고 있지만, 손의 방향은 다가옴과 초대를 나타낸다. 고통의 흔적과 사랑의 몸짓이 하나의 형상 안에 공존하는 것이다. 예수님을 둘러싼 다채로운 색의 흐름은 그 만남에 밝은 기운을 더한다. 이 작품은 상처를 바라보게 하면서도 그 상처 너머로 건네지는 위로에 시선을 머물게 한다.

어둠과 황금빛의 대비 속에서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모아 기도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깊은 묵상으로 이끈다.

 

기도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에서는 화면의 호흡이 차분해진다. 숙이신 고개와 맞잡으신 두 손이 시선을 안쪽으로 모으고, 어두운 회갈색과 절제된 황금빛이 침묵의 밀도를 높인다. 머리 뒤편에서 번지는 빛은 예수님의 형상을 드러내면서도 주변의 어둠을 모두 걷어내지 않는다. 밝음과 어둠이 함께 남아 있기에 기도의 순간은 더욱 깊고 진중하게 다가온다.

 

푸른 하늘과 환한 풍경 속에서 기도하시는 작품은 또 다른 울림을 만든다. 두 손과 얼굴에 집중된 구도는 유지되지만, 멀리 펼쳐진 수면과 산의 능선, 넓게 번지는 햇빛이 화면에 개방감을 부여한다. 어두운 배경의 기도가 내면으로 깊어지는 시간이라면, 이 장면의 기도는 넓은 세상 가운데 놓인 고요한 순간으로 읽힌다. 같은 소재가 빛과 공간의 구성에 따라 서로 다른 묵상의 경험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침묵의 장면들과 뚜렷한 정서적 대비를 이루는 작품이 「기쁨의 만찬」이다. 백종찬 작가가 출간 예정인 『하나님의 화려한 외출』에 수록할 이 그림은 예수님과 사람들이 함께 웃으며 잔을 드는 순간을 담고 있다. 화면 중앙에 자리하신 예수님의 환한 표정과 주변 인물들의 웃음이 어우러지며, 함께하는 기쁨이 작품 전체를 채운다.

 

백종찬 작가의 출간 예정 도서 『하나님의 화려한 외출』에 수록될 「기쁨의 만찬」은 예수님과 사람들이 함께 웃으며 나누는 환대와 기쁨을 담았다.

「기쁨의 만찬」에서 식탁은 인물들의 관계를 연결하는 중심 공간이다. 빵과 포도, 황금빛 잔이 놓인 식탁을 따라 시선이 흐르고, 서로를 향한 얼굴과 손짓이 화면에 리듬을 만든다. 중앙의 예수님께 모였던 시선은 양옆의 인물들로 퍼졌다가 다시 가운데로 돌아온다. 이러한 구성은 한 사람의 감정을 넘어 함께 나누는 기쁨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무지개와 밝게 퍼지는 색면도 이 정서에 힘을 보탠다. 무지개가 화면 위쪽을 크게 감싸고, 황금빛과 흰색의 흐름이 인물들을 둘러싸면서 장면에 풍요로운 분위기를 형성한다. 특히 예수님의 웃음은 작품의 인상을 결정하는 핵심이다. 관람자는 그 표정을 통해 환대와 친밀함, 함께하는 즐거움을 읽게 된다. 『하나님의 화려한 외출』이라는 출간 예정 도서의 제목과 나란히 놓였을 때, 이 그림은 책이 펼쳐 보일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도 불러일으킨다.

 

어린양을 품에 안으신 예수님의 부드러운 시선과 조심스러운 손길이 사랑과 돌봄의 의미를 전한다.

어린양을 품에 안으신 예수님의 모습에서는 작은 몸짓의 의미가 부각된다. 어린양을 향한 시선과 몸을 받치신 두 손, 가까이 품으신 자세가 보호와 돌봄의 관계를 이룬다. 넓은 풍경과 찬란한 하늘이 펼쳐져 있어도 감상의 중심은 자연스럽게 품 안으로 모인다. 사랑이라는 추상적인 말이 조심스럽게 받치는 손과 따뜻한 품이라는 구체적인 형상으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다섯 장면을 함께 살펴보면 백 작가의 성화가 지닌 정서적 폭이 드러난다. 상흔에는 고난의 기억이, 기도에는 침묵의 깊이가, 만찬에는 공동체의 기쁨이, 어린양을 안으신 품에는 돌봄의 온기가 담긴다. 예수님을 바라보는 여러 감정의 통로가 열리면서 관람자는 자신의 삶과 맞닿는 장면을 발견하게 된다. 어느 날에는 내미신 손이, 또 다른 날에는 고요히 기도하시는 모습이 더 깊이 다가올 수 있다.

 

회화적 관점에서 이 작품들의 설득력은 화려한 색채와 섬세한 몸짓 사이의 균형에 달려 있다. 촘촘한 질감과 강한 빛이 시선을 끌지만, 감상의 여운을 남기는 곳은 상처 난 손바닥과 모으신 두 손, 웃으시는 얼굴과 어린양을 바라보시는 눈빛이다. 디지털 임파스토의 효과가 이러한 감정의 중심을 뒷받침할 때, 화면의 풍성함은 주제의 깊이로 이어진다.

예수성화연구원은 성화 창작과 함께 ‘예수성화그리기 운동’도 추진하고 있다. 이 움직임은 예수님의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행위가 지닌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성화를 그리는 과정은 어떤 얼굴을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조형적 고민과 더불어, 그 안에 어떤 사랑과 위로를 담을 것인가를 묻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창작과 신앙적 성찰이 만날 수 있는 지점이다.

 

백종찬 작가의 성화는 예수님의 모습을 통해 사랑을 바라보는 여러 방식을 제시한다. 손을 내미시는 모습에서는 다가감을, 어린양을 품으신 모습에서는 돌봄을, 「기쁨의 만찬」에서는 함께하는 삶의 충만함을 발견하게 한다. 화면 앞에서 시작된 감상이 자신의 일상과 이웃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이어질 때, 성화의 의미는 한층 깊어진다. 빛과 질감으로 표현된 예수님의 얼굴이 오래 마음에 남는 이유도 그곳에 있다.

 

작품 이미지 제공: 예수성화연구원 · BJC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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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10.31 15:32 수정 2026.10.3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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