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최지후기자] 인공지능(AI) 산업을 향한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장의 관심이 투자 규모에서 실제 수익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의 실적 발표 이후 AI 인프라 투자에 따른 비용 부담이 부각되면서 글로벌 기술주가 약세를 보였고, 국내 반도체 시장과 증시도 영향을 받았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38% 하락했다. 특히 알파벳 주가는 12.6% 급락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알파벳의 3분기 매출은 1,276억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1,282억달러를 밑돌았고, 조정 주당순이익도 시장 전망에 미치지 못했다. 잉여현금흐름(FCF)은 90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 같은 결과는 AI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기업의 현금흐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웠다. 알파벳은 2027년 자본지출이 올해 예상 규모인 1,950억~2,050억달러보다 상당히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 확대가 향후 매출과 이익으로 얼마나 빠르게 이어질 수 있을지가 시장의 주요 평가 기준으로 떠오른 것이다.
다만 알파벳의 사업 전반이 부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구글 클라우드의 3분기 매출은 307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고, 클라우드 사업의 수주잔고도 확대됐다. 성장세가 이어지는 사업과 투자에 따른 현금 지출 부담이 동시에 나타난 셈이다. 시장은 AI 산업의 성장 가능성 자체보다 막대한 투자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수익 구조가 마련되고 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투자심리 변화는 한국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3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48% 하락한 5,730.74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5,599.42까지 밀리며 변동성이 확대됐다. 미국 기술주 약세와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국내 반도체 업종을 포함한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은 여전히 견조하다. 삼성전자는 29일 발표한 2026년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95조3,000억원,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1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메모리 사업이 역대 최대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고,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 확대도 실적에 기여했다.
다만 기록적인 영업이익만으로 시장의 평가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삼성전자의 3분기 순이익은 75조1,3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크게 증가했지만, 시장 예상치인 87조100억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는 기업의 실적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더라도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수준과 차이가 있다면 주가에는 부담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SK하이닉스도 28일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 매출 104조6,155억원, 영업이익 83조3,338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매출이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으며, 고대역폭메모리와 고부가가치 서버용 제품 판매가 확대됐다. 회사는 2027~2028년 생산능력의 50% 이상에 대해 장기 공급 계약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실적 자료는 회사가 발표한 잠정 재무정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국내 반도체 산업의 높은 수출 의존도다. 관세청의 10월 1~20일 잠정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액은 275억1,6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22.5% 증가했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4.7%에 달했다. 반도체가 국내 수출 증가를 이끄는 핵심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다만 전년 동기보다 조업일수가 늘어난 점도 함께 살펴야 한다. 올해 10월 1~20일 조업일수는 13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5일보다 많았다. 이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65.9% 증가했지만,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만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변동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 역시 커질 수 있다.
AI 산업은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수요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인프라 투자 확대가 곧바로 기업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투자 규모와 실제 수요, 제품 공급 능력, 현금흐름이 함께 뒷받침돼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결국 최근 증시 변동은 AI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의미라기보다, 시장이 성장 기대만큼이나 투자 비용과 수익 창출 능력을 엄격하게 평가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 역시 단기적인 주가 움직임뿐 아니라 글로벌 빅테크의 투자 계획과 실제 AI 수요가 기업 실적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