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버튼 다음은 대화…상하이 외국어교육 포럼이 던진 질문

AI 시대 언어 수업, 생활 속 과제와 자기 설명에 주목

 번역 버튼을 누르면 뜻을 알 수 있는데 외국어는 왜 배워야 할까. 기술이 언어의 장벽을 낮출수록 교실은 더 어려운 질문을 받는다. 답을 알아보는 것과 상대를 이해하며 대화를 이어가는 것은 다른 일이다.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최근 외국어교육 논의는 생활 속 과제와 실제 의사소통에 다시 시선을 돌리게 한다.

 펑파이신문(澎湃新闻)은 10월 30일 화둥사범대학교(华东师范大学) 외국어대학에서 열린 제8회 전국 교실 제2언어 습득 연구포럼 소식을 전했다. 제2회 기초교육 단계 지능형 외국어교육 토론회가 함께 진행됐다. 행사는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열렸다. 오늘 나온 보도와 실제 행사 날짜는 일주일가량 차이가 있다.

 보도에서 눈에 띄는 것은 수업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초등 단계에서는 생활 장면과 체험을, 중학교 단계에서는 실제 소통과 생각을 설명하는 활동을 다뤘다. 고등학교와 여러 외국어 수업에서는 읽기와 표현, 문화 이해를 연결하는 접근도 소개됐다. 이는 행사에서 논의된 방향이며 중국의 모든 교실이 같은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뜻은 아니다.

 또 하나 구분할 점은 대상 언어다. 이 포럼은 중국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수업만을 다룬 행사가 아니다. 여러 외국어교육 경험을 모은 자리다. 따라서 여기서 중국어 수업에 가져올 수 있는 것은 특정 시험의 정답이나 공식 교육과정이 아니라, 언어를 어떤 활동 속에서 배우게 할 것인가라는 수업 설계의 질문이다.

 중국어 학습에 적용하면 단어 목록의 순서를 바꾸는 것보다 과제의 목적을 먼저 정할 수 있다. 가령 길을 묻는 수업이라면 문장을 외운 뒤 끝내지 않고 상대가 잘못 알아들었을 때 다시 설명하게 해 본다. 학생은 장소 이름과 방향 표현을 고를 뿐 아니라 상대의 반응을 듣고 말을 조정해야 한다. 이는 본지가 제시하는 응용 예시다.

 같은 길 안내라도 실제 조건을 넣으면 연습이 달라진다. 목적지가 두 군데이거나, 걸어서 가는 길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길을 구분해야 한다면 필요한 표현이 생긴다. 이때 문법은 따로 외워야 할 규칙이면서 동시에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된다. 활동을 재미있게 꾸미는 것만으로 언어 수업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

 AI는 이런 연습의 상대나 자료 준비를 도울 수 있다. 다만 대화가 매끄럽게 이어졌다는 사실만으로 학습이 깊어졌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기계가 지나치게 친절하게 뜻을 짐작해 주면 학생은 모호한 표현을 고칠 기회를 놓칠 수 있다. 교사는 어느 수준까지 도움을 주고 언제 다시 말하게 할지 정해야 한다.

 단어의 뜻을 맞히는 것과 적절한 말을 고르는 것도 구분해야 한다. 부탁하는 상대가 친구인지 처음 만난 직원인지에 따라 표현의 길이와 공손함이 달라질 수 있다. 기계가 만든 여러 문장 가운데 한 문장을 골랐다면 왜 그 상황에 맞는지 설명하게 할 수 있다. 이런 질문은 정답을 하나 더 외우게 하기보다 선택의 이유를 드러낸다.

 초급자에게 처음부터 자유 토론을 요구할 필요는 없다. 사용할 표현을 몇 개 제공하고, 바꿔 말할 부분을 작게 정하면 된다. 익숙해진 뒤에 선택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히는 편이 현실적이다. 반대로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복잡한 생활 과제를 주면 말하기보다 검색과 번역에 시간이 쏠릴 수 있다. 과제의 크기를 조절하는 일은 여전히 교사의 몫이다.

 평가 역시 활동의 목적과 맞아야 한다. 주문을 하는 연습이라면 상품 이름을 정확히 말했는지뿐 아니라 수량과 조건을 확인했는지 볼 수 있다. 짧은 발표라면 외운 문장을 길게 말했는지보다 질문을 이해하고 핵심을 다시 설명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발음과 문법의 정확성도 이 과정 안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문화 이해를 다룰 때는 한 나라 사람은 늘 이렇게 말한다는 식의 설명을 피해야 한다. 같은 중국어 표현도 관계와 장소, 상황에 따라 쓰임이 달라진다. 사례를 보여 주되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규칙으로 만들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언어 수업이 상대를 이해하게 하려면 익숙한 인상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도 포함해야 한다.

 수업 자료의 신뢰성도 살펴볼 부분이다. AI가 만든 가상 대화와 실제 안내문을 같은 자료처럼 제시하면 학생이 혼동할 수 있다. 연습을 위해 만든 대화인지, 특정 기관이 공개한 문장인지 출처를 나누어 알려 주는 편이 좋다. 실생활과 연결한다는 말은 자료를 아무렇게나 현실의 사실로 취급한다는 뜻이 아니다.

 학습자가 실패한 대화를 다시 해 보는 시간도 남겨야 한다. 처음에 전달되지 않았던 뜻을 다른 표현으로 바꾸면 같은 문장을 반복하는 것과 다른 연습이 된다. 활동 뒤의 짧은 되돌아보기가 다음 대화의 준비가 될 수 있다.

 이 포럼의 의미를 특정 기술의 승리로 압축할 필요는 없다. 언어교육의 어려운 문제를 다시 교실로 가져왔다는 점에서 읽을 만하다. 무엇을 말하게 할지, 어떤 반응을 듣게 할지, 배운 표현을 새 상황에서 어떻게 쓰게 할지 묻는 것이다. 새로운 도구의 목록보다 이런 질문이 수업의 방향을 더 오래 결정한다.

 중국어를 배우는 이유도 여기서 다시 설명할 수 있다. 번역문을 얻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자기 생각을 전달하고 상대의 말을 확인하며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다. 버튼은 문장을 바꿔 주지만 대화의 목적까지 대신 정해 주지는 않는다. 외국어 교실이 지켜야 할 배움은 그 목적을 스스로 만들고 실행하는 힘이다.

[참고자료]
펑파이신문|제8회 교실 제2언어 습득 연구포럼 보도
https://www.thepaper.cn/newsDetail_forward_34363307
화둥사범대|기초교육 지능형 외국어교육 첫 포럼 소개·배경자료
https://www.ecnu.edu.cn/info/1094/70000.htm


   从翻译按钮走向真实对话
 澎湃新闻10月30日报道,课堂二语习得研究论坛于10月23日至25日在上海举行,讨论人工智能与外语教学。会议涉及真实任务、交流、阅读和文化理解,并非专门针对中文学习。本文提出,中文课堂可围绕生活情境设计练习,让学习者解释选择、调整表达、回应问题;技术是辅助工具,不能仅用生成文本的流畅程度评价学习效果。

[어휘풀이]
课堂 / kètáng / 교실·수업
习得 / xídé / 습득
教学 / jiàoxué / 교수·가르침
任务 / rènwu / 과제
交流 / jiāoliú / 교류·소통
情境 / qíngjìng / 상황·맥락
表达 / biǎodá / 표현하다
辅助 / fǔzhù / 보조하다

시노인사이트 편집부 기자 bats21@naver.com
작성 2026.10.31 09:20 수정 2026.10.3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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