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24 편집국]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교육현장으로 빠르게 들어오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도 ‘교사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커지고 있다. AI는 놀이 아이디어를 만들고, 긴 관찰메모를 정리하며, 부모 안내문과 회의자료의 초안을 몇 초 만에 작성할 수 있다. 반복적이고 시간이 많이 드는 문서업무의 일부는 이미 자동화 가능성이 현실이 되고 있다.

그러나 영유아교육에서 교사의 핵심 역할까지 AI가 대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신중한 답이 필요하다. OECD는 영유아교육·보육(ECEC)의 질에서 아이가 교직원·또래·부모와 매일 경험하는 상호작용의 질, 즉 ‘과정적 질(process quality)’을 아동의 학습·발달·웰빙에 가장 가까운 핵심 요소로 본다. UNESCO도 AI 시대 교사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교사-AI-학습자’의 새로운 관계 속에서 인간 중심 판단과 윤리, AI 활용 역량이 함께 요구된다고 설명한다.
핵심 답변 AI는 자료작성·정리·아이디어 생성과 같은 업무를 보조할 수 있지만, 영유아의 행동과 표정을 맥락 속에서 읽고, 관계를 형성하고, 발달에 맞는 판단을 내리고, 부모와 신뢰를 만들며, 아이의 개인정보와 안전에 책임지는 역할은 인간 교사의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
AI는 교사를 없애기보다 ‘교사의 일’을 다시 나누고 있다
AI가 가장 잘하는 일은 많은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고 문장을 만들어내며 반복적인 업무를 줄이는 것이다. 어린이집·유치원에서도 놀이계획안 초안, 가정통신문, 회의자료 요약, 부모교육 자료, 연수자료 정리처럼 정형화하기 쉬운 업무에는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활동 아이디어 20개를 만드는 것과 ‘오늘 우리 반 아이들에게 어떤 활동이 필요한가’를 판단하는 일은 다르다. 아이의 최근 발달, 기질, 친구관계, 가족 상황, 전날의 사건, 교실의 분위기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AI 시대 교사의 변화는 ‘교사가 덜 필요해지는 것’이라기보다 ‘AI에 맡길 일과 직접 책임져야 할 일을 구분하는 역할’이 중요해지는 방향에 가깝다.
유아교육의 질은 결국 ‘상호작용의 질’에서 결정된다
OECD의 Starting Strong 연구는 영유아교육·보육의 질을 구조적 질과 과정적 질로 구분한다. 교사 대 아동 비율이나 시설 같은 구조도 중요하지만, 아이가 교사와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또래·부모와 어떤 경험을 하는지가 발달과 웰빙에 더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과정적 질에 해당한다.
OECD는 특히 3세 미만 영유아의 경우 따뜻하고 반응적인 교사와의 상호작용이 언어·자기조절·사회정서 발달에 중요한 환경이 된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최신 AI 시스템을 많이 도입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좋은 유아교육기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의 말을 기다리고, 울음의 의미를 구분하고, 또래관계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부모에게 오늘 아이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교사의 상호작용이 여전히 중심이다.
AI가 가장 잘 도울 수 있는 영역: 반복업무와 자료 정리
- ∙놀이·활동 아이디어와 수업자료의 초안 작성
- ∙가정통신문·행사 안내문·회의자료 초안
- ∙긴 관찰메모를 영역별로 요약·정리
- ∙부모교육 자료를 쉬운 문장으로 변환
- ∙교사 연수용 질문·토론자료 작성
- ∙긴 연구자료나 해외자료를 1차 요약한 뒤 원문 검토
다만 AI가 만든 내용은 ‘완성본’보다 ‘초안’으로 보는 것이 안전하다. 잘못된 사실이나 출처가 섞일 수 있고, 연령이나 상황에 맞지 않는 활동을 제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교사의 검토와 수정이 필수다.
AI 시대 가장 중요해질 역량① 관찰
유아교사의 핵심 전문성 가운데 AI가 쉽게 대신하기 어려운 영역이 지속적 관찰이다.
같은 ‘혼자 놀이’라도 한 아이는 몰입해 놀이를 확장하는 중일 수 있고, 다른 아이는 또래에게 들어가는 방법을 몰라 주변을 맴도는 것일 수 있다. 또 다른 아이는 소음이 부담스러워 의도적으로 사람을 피하고 있을 수도 있다.
AI는 ‘혼자 있던 시간’을 계산할 수는 있지만, 왜 혼자 있었는지를 알려면 그 아이의 이전 모습, 표정, 또래관계, 교실 상황을 함께 읽어야 한다.
| AI 시대 교사는 단순 기록자가 아니라 ‘데이터의 의미를 해석하는 관찰자’가 되어야 합니다. |
같은 행동도 맥락을 모르면 잘못 읽을 수 있다
한 아이가 하루에 다섯 번 자리에서 일어났다고 해보자. 숫자만 보면 ‘착석 유지가 어렵다’고 해석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화장실에 가기 위해, 울고 있는 친구에게 휴지를 가져다주기 위해, 활동재료를 찾으러 가기 위해 일어난 것일 수도 있다.
행동의 횟수는 같아도 의미는 전혀 다르다. 영유아 발달과 행동을 해석할 때 맥락이 빠지면 오판할 수 있는 이유다.
AI 시대 가장 중요해질 역량② 관계
영유아는 교사를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으로만 만나지 않는다. 교사의 표정, 목소리, 기다려주는 시간, 반응의 속도, 신체적 거리 자체가 아이에게 교육환경이 된다.
아이가 속상해할 때 ‘속상했구나’라는 문장을 생성하는 일은 AI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언제 그런 말을 해야 하는지, 바로 안아줘야 할지 조금 기다려야 할지, 이후 친구와 어떻게 다시 연결할지를 판단하는 일은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AI가 언어를 생성할 수는 있어도 안정적 애착·신뢰·책임이 형성되는 인간관계 자체를 동일하게 대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AI 시대 가장 중요해질 역량③ 판단
AI는 여러 가지 답을 제안할 수 있다. 그러나 그중 어떤 답이 이 아이에게 적절한지를 결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예를 들어 ‘친구를 자꾸 때리는 5세 아이를 어떻게 지도할까’라고 물으면 AI는 다양한 방법을 제안할 수 있다. 하지만 장난감을 얻으려고 때리는 아이, 말로 요구하는 방법을 몰라 때리는 아이, 감각적 과부하 때문에 공격행동을 보이는 아이에게 같은 방법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
교사는 AI의 추천을 실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추천이 실제 아이와 상황에 맞는지 평가하고 수정하는 전문가여야 한다.
AI 시대에는 ‘좋은 질문을 하는 교사’가 강해진다
AI 결과의 품질은 질문의 구체성에 영향을 받는다. ‘3세 수업계획 만들어줘’보다 아이 수, 발달수준, 활동시간, 목표, 환경조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할수록 더 유용한 답을 얻을 수 있다.
UNESCO의 AI 교사역량 프레임워크는 교사의 AI 역량을 단순한 도구 사용기술로 보지 않는다. 인간 중심적 사고, AI 윤리, AI 기초와 응용, AI 교수법, 전문적 학습 등 다섯 영역을 제시한다.
앞으로 교사 전문성에는 관찰한 사실을 정확히 구조화하고, AI에 적절하게 묻고, 결과를 검증하고, 실제 교육환경에 맞게 수정하는 능력도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영유아에게 AI를 직접 맡기는 문제는 더 신중해야
초·중·고 학생과 영유아를 같은 방식으로 AI에 노출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UNESCO의 생성형 AI 교육 지침은 연령에 적합한 접근과 인간의 감독, 개인정보 보호를 강조하고 있으며 독립적인 AI 대화 사용에 연령제한을 고려할 필요성도 제시한다.
UNICEF 역시 영유아기는 인지·정서·행동 발달의 결정적인 시기인데, AI 노출이 초기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유아교육에서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아이에게 AI를 얼마나 많이 쓰게 할까’가 아니라 ‘AI를 사용해 교사가 아이와 더 잘 상호작용할 수 있는가’입니다. |
AI 활용의 기준은 ‘사용 여부’가 아니라 ‘관계가 좋아졌는가’
AI를 사용해 관찰기록 정리 시간이 줄고 교사가 아이와 대화하는 시간이 늘었다면 기술은 관계를 강화한 셈이다.
반대로 화면과 기록을 확인하느라 아이의 질문·표정·눈맞춤을 놓친다면 기술이 오히려 교육의 핵심을 약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기술 도입의 성과는 도입 대수나 사용횟수보다 아이-교사 상호작용의 질, 교사의 업무부담, 부모소통, 교육의 적절성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부모상담에서 AI는 ‘정리 도구’, 신뢰를 만드는 사람은 교사
부모상담에도 AI를 활용할 수 있다. 관찰자료를 정리하고 전문용어를 쉬운 말로 바꾸거나 상담질문 초안을 만드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상담에서는 부모의 불안을 읽고, 아이의 강점을 먼저 설명하고, 사실과 해석을 구분하며, 추가 평가가 필요한지 함께 결정해야 한다.
이 과정은 정보전달보다 신뢰형성이 핵심이다. AI가 안내문은 만들 수 있어도 부모와의 책임 있는 관계까지 대신하지는 못한다.
영유아 AI 활용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 개인정보
아이의 사진, 영상, 음성, 발달기록, 행동관찰, 가족정보는 매우 민감한 자료다.
생성형 AI 서비스에 이런 정보를 입력할 경우 교사는 어떤 데이터가 수집되고 저장되는지, 모델 개선에 재사용되는지, 제3자에게 제공되는지, 삭제가 가능한지를 확인해야 한다.
UNESCO는 교육에서 생성형 AI를 사용할 때 데이터 프라이버시 보호와 기관 차원의 도구 검증을 핵심 과제로 제시한다. 영유아는 개인정보 활용에 스스로 충분히 동의하기 어려운 만큼 기관과 교사의 책임은 더 커진다.
“AI가 추천했으니 맞다”는 생각이 가장 위험하다
생성형 AI는 존재하지 않는 연구나 부정확한 정보를 매우 자연스럽게 제시할 수 있다.
따라서 교사는 AI가 만든 자료를 사용할 때 출처가 실제 존재하는지, 발달수준에 맞는지, 특정 장애·성별·가족형태에 편견이 들어가지는 않았는지 다시 검토해야 한다.
AI 시대 교사의 중요한 역량은 AI의 답을 많이 받아들이는 능력이 아니라, 무엇을 의심하고 검증해야 하는지를 아는 능력이다.
국내 교육정책도 ‘AI 기술’보다 교원의 전문성 강화에 방점
국내 정책도 AI 교육 확대와 함께 교원 전문성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교육부는 2026년 초·중등 인공지능 교육 담당교원 역량강화 연수과정을 운영하면서 AI 이해·활용·윤리를 교육내용에 포함하고, 교과와 연계한 교수·학습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 정책은 초·중등 교원을 직접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어린이집·유치원 정책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다만 AI 교육의 성패를 기술 보급보다 교원의 전문적 판단과 역량에 연결하고 있다는 점은 유아교육에서도 참고할 만하다.
어린이집·유치원 교사에게 앞으로 더 중요해질 7가지 역량
1. 관찰 역량
아이의 말·표정·행동·놀이·관계를 시간의 흐름 속에서 관찰하는 능력
2. 관계 역량
아이와 안정적 관계를 만들고 또래관계를 지원하는 능력
3. 발달적 판단 역량
연령·개인차·환경을 함께 고려해 행동의 의미를 해석하는 능력
4. AI 활용 역량
AI에 적절한 질문을 하고 자료작성·정리를 효율화하는 능력
5. AI 검증 역량
AI가 만든 결과의 오류·편향·근거 부족을 확인하는 능력
6. 윤리·개인정보 역량
아이·가족의 사진·영상·음성·기록을 안전하게 다루는 능력
7. 부모·전문가 협력 역량
관찰정보를 부모에게 설명하고 필요한 경우 발달·심리·의료 전문가와 연결하는 능력
윤치연 박사 “AI가 교사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교사답게 일할 시간’을 늘려야”
영유아 발달평가와 특수교육, 심리평가를 연구하고 오랜 기간 대학에서 교사를 양성해 온 윤치연 박사는 AI 시대 유아교사의 역할을 ‘대체’보다 업무 재구성의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윤 박사는 “AI가 계획안을 정리하고 반복적인 행정문서를 만들고 자료를 요약하는 시간을 줄여준다면, 교사는 그 시간을 아이를 관찰하고 이야기하고 부모와 상담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며 “그것이 유아교육에서 AI를 사용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I는 행동을 데이터로 기록할 수 있지만, 그 행동이 오늘 그 아이에게 왜 나타났는지 판단하려면 관계와 맥락을 알아야 한다”며 “영유아 교사는 데이터를 읽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를 읽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AI가 제시한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교사보다 ‘이 결과가 우리 아이에게 정말 맞는가’를 질문하고 검증할 수 있는 교사가 AI 시대에 더 전문적인 교사”라고 말했다.
결국 질문은 ‘AI가 교사를 대신할까’가 아니다
AI 시대의 교육을 이야기하면 ‘AI가 교사를 대신할까’라는 질문이 가장 먼저 나온다.
그러나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더 중요한 질문은 ‘AI를 이용해 교사가 아이에게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는가’일 수 있다.
AI가 문서작성 시간을 줄이고, 관찰자료 정리를 돕고, 교사의 전문적 학습과 부모상담 준비를 효율화한다면 교사는 그만큼 더 많은 시간을 아이에게 돌려줄 수 있다.
반대로 기술이 아이와 교사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줄이고, 교사의 전문적 판단을 AI 추천으로 대신한다면 좋은 활용이라고 보기 어렵다.
| AI는 정보를 만들 수 있지만, 아이를 돌보고 관계를 만들며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것은 사람입니다. |
MIND24|어린이집·유치원 AI 활용 전 10가지 체크
- ∙이 AI 사용이 아이와 교사의 상호작용 시간을 늘리는가
- ∙행정·반복 업무를 실제로 줄이는가
- ∙AI가 만든 자료를 교사가 다시 검토하는가
- ∙아이의 연령과 발달수준에 적절한가
- ∙아이 사진·영상·음성을 꼭 입력해야 하는가
- ∙개인정보 저장·삭제 정책을 확인했는가
- ∙부모 동의가 필요한 정보는 없는가
- ∙AI의 추천보다 직접 관찰을 우선하는가
- ∙특정 아이를 낙인찍는 방식으로 사용되지는 않는가
- ∙최종 교육적 판단과 책임자가 명확한가
자주 묻는 질문
- ∙AI가 어린이집·유치원 교사를 대체할 수 있나요?
자료작성·요약·반복업무 일부를 자동화할 수는 있지만, 영유아와의 관계 형성, 실제 상황 관찰, 맥락적 판단, 부모와의 신뢰관계, 윤리적 책임까지 동일하게 대체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 ∙AI로 아이의 발달을 자동 평가해도 되나요?
AI가 자료를 분류하거나 위험 신호를 보조적으로 제시할 수는 있지만, 영유아 발달은 환경과 관계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AI 결과만으로 중요한 발달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됩니다. 직접 관찰, 표준화된 평가, 전문가 해석이 함께 필요합니다.
- ∙교사가 AI를 가장 먼저 어디에 사용하면 좋을까요?
개인정보가 포함되지 않는 범위에서 놀이 아이디어, 문서 초안, 회의자료 요약, 부모교육 콘텐츠 정리처럼 비교적 낮은 위험의 업무지원 영역부터 시작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 ∙영유아가 생성형 AI와 직접 대화해도 괜찮나요?
영유아의 직접 사용은 특히 신중해야 합니다. UNESCO는 연령에 적합한 접근과 인간 감독을 강조하며, UNICEF도 AI가 영유아 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다고 지적합니다.
- ∙AI 시대 교사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무엇인가요?
도구 사용법 자체보다 관찰·관계·발달적 판단·AI 결과 검증·윤리·개인정보 판단·부모와의 소통 능력이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