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 무조건 낮추는 것도 위험…스타틴 역시 치매 예방약으로 단정 못 해
WHO, 2026년 치매 위험감소 지침 개정…혈압·혈당·콜레스테롤 함께 관리해야
건강검진에서 혈당이나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오면 대부분 당뇨병이나 심장질환부터 걱정한다.
하지만 이 수치들이 기억력과 판단력 등 뇌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뇌는 혈액을 통해 산소와 포도당을 지속적으로 공급받아야 정상적으로 기능한다. 혈관이 손상되거나 혈액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뇌졸중뿐 아니라 장기적인 인지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당뇨병과 장기간의 혈당 이상, 중년기의 높은 LDL콜레스테롤은 이후 치매 위험 증가와 관련된 요인으로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혈당이나 콜레스테롤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치매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치매에는 나이와 유전적 요인, 혈관 건강, 생활습관, 청력과 사회적 관계 등 다양한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반대로 혈당과 콜레스테롤을 무조건 낮춘다고 치매가 예방되는 것도 아니다.
특히 고령 당뇨병 환자에게는 혈당이 지나치게 떨어지는 저혈당도 주의해야 할 문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6년 7월 개정한 '인지저하와 치매 위험감소 지침'에서 고혈압과 당뇨병, 높은 콜레스테롤 등 심혈관·대사질환 위험요인을 관리하는 일을 치매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전략에 포함했다.
뇌 건강을 지키는 일은 기억력 훈련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평소 건강검진에서 확인하는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의미다.

뇌도 혈관의 영향을 받는다…혈당·콜레스테롤이 중요한 이유
뇌는 몸무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뇌세포가 정상적으로 활동하려면 혈액을 통해 산소와 포도당이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한다.
혈당이 오랫동안 높게 유지되면 혈관에 손상이 생길 수 있다. 당뇨병은 동맥경화와 작은 혈관의 기능 이상에 관여하며, 이러한 변화는 뇌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LDL콜레스테롤이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 혈관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면서 동맥경화가 진행될 위험이 커진다.
뇌혈관에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면 뇌졸중이나 혈관성 인지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고혈압과 당뇨병, 이상지질혈증이 함께 있으면 여러 혈관 위험요인이 겹치게 된다.
다만 모든 치매가 혈관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알츠하이머병에는 뇌 안의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 변화 등 여러 병리 과정이 관여한다. 혈관 건강과 신경세포의 기능도 서로 영향을 주지만, 혈당이나 콜레스테롤 수치만으로 알츠하이머병의 발생 여부를 설명할 수는 없다.
따라서 혈당과 콜레스테롤 관리는 치매 예방을 보장하는 방법이 아니라, 뇌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요인을 줄이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 약 708만 명 분석…저혈당도 치매 위험과 연관
당뇨병과 치매의 관계는 여러 대규모 관찰연구에서 반복적으로 보고됐다.
특히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는 당뇨병이 없는 사람보다 치매가 더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관찰된다.
여기에는 장기간의 고혈당뿐 아니라 인슐린저항성, 동맥경화, 뇌의 작은 혈관 손상, 고혈압과 신장질환 등 동반질환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2025년 국제학술지 'Diabetic Medicine'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당뇨병 환자 707만6,724명이 포함된 기존 연구 40편을 종합 분석했다.
연구진은 저혈당 경험과 당화혈색소 수치, 당화혈색소의 변동성, 당뇨병을 앓은 기간이 치매 발생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봤다.
분석 결과 저혈당 경험이 있는 당뇨병 환자에서는 전체 치매 위험이 49%,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31% 높게 나타나는 연관성이 확인됐다.
당화혈색소가 높거나 수치의 변동이 큰 경우, 당뇨병을 오래 앓은 경우에도 치매 위험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었다.
당화혈색소(HbA1c)는 최근 약 2~3개월 동안의 평균적인 혈당 상태를 반영하는 검사 지표다.
여기서 말하는 당화혈색소 변동성은 여러 차례 검사한 당화혈색소 수치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의미한다. 하루 동안 식후 혈당이 얼마나 오르내리는지와는 구분해야 한다.
또한 이 연구는 기존 관찰연구를 종합한 것이다. 저혈당이나 높은 당화혈색소가 치매를 직접 일으킨다고 확정하거나, 특정 수치까지 혈당을 낮추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연구 결과는 당뇨병을 장기간 관리할 때 평균 혈당뿐 아니라 저혈당 경험과 혈당 조절의 안정성도 중요하게 살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혈당 낮을수록 좋다?…고령자는 저혈당도 주의
당뇨병 관리에서는 흔히 높은 혈당을 낮추는 데 관심이 집중된다. 그러나 고령자에게는 혈당이 지나치게 떨어지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저혈당이 발생하면 식은땀과 떨림, 심한 허기, 어지럼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심한 경우 의식이 흐려지거나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에 이를 수 있다.
특히 인슐린이나 일부 혈당강하제를 사용하는 고령자는 식사를 거르거나 평소보다 활동량이 많아졌을 때 저혈당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저혈당과 치매 위험 사이의 연관성은 국내 연구에서도 보고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고령자 자료를 활용한 연구에서는 저혈당을 경험한 제2형 당뇨병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를 비교해 이후 치매 발생 위험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저혈당 경험이 있는 환자에서 전체 치매와 알츠하이머병, 혈관성 치매 발생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나는 연관성이 관찰됐다.
다만 저혈당이 치매를 직접 일으켰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당뇨병의 중증도나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상태 등 다른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혈당을 무조건 낮추는 것이 아니라 심한 고혈당과 반복적인 저혈당을 모두 피하는 것이다.
고령 당뇨병 환자의 혈당 목표는 전신 건강상태와 저혈당 경험, 복용약, 일상생활 능력 등을 고려해 의료진과 정해야 한다.
콜레스테롤도 치매와 관련 있다…특히 중년기 LDL에 주목
콜레스테롤과 치매의 관계는 혈당보다 복잡하다.
특히 연구에서 중요하게 살펴보는 것은 중년기의 높은 LDL콜레스테롤이다.
LDL콜레스테롤은 흔히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린다. 혈액 속 LDL콜레스테롤이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 혈관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동맥경화가 진행될 위험이 커진다.
2024년 국제의학학술지 '란셋(The Lancet)'에 발표된 치매위원회 보고서는 높은 LDL콜레스테롤을 새롭게 수정 가능한 치매 위험요인에 포함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길 리빙스턴 교수 등 국제 연구진 27명은 기존 연구를 검토해 치매 위험과 관련된 14가지 수정 가능한 요인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약 40세 이후 중년기에 LDL콜레스테롤이 높은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 이후 치매 위험과 관련된다고 평가했다.
위원회는 중년기의 높은 LDL콜레스테롤과 관련된 치매 사례의 비중을 약 7%로 추정했다.
이는 전체 치매 환자의 7%가 콜레스테롤 때문에 직접 치매에 걸렸다는 의미가 아니다. 여러 위험요인의 영향을 고려해 인구집단에서 잠재적으로 줄일 수 있는 치매 부담을 추정한 수치다.
따라서 중년기부터 LDL콜레스테롤을 관리하는 것은 장기적인 심혈관 건강뿐 아니라 뇌 건강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65세 이후에는 콜레스테롤이 높아도 괜찮을까
중년기의 높은 LDL콜레스테롤과 이후 치매 위험 사이에는 비교적 일관된 연관성이 보고되고 있다.
반면 노년기에 측정한 콜레스테롤 수치와 치매 위험 사이의 관계는 연구마다 차이가 있다.
고령자에서는 영양상태와 체중 변화, 만성질환 등 여러 요인이 콜레스테롤 수치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치매가 발생하기 전부터 체중이나 식습관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어 노년기의 콜레스테롤 수치와 이후 인지기능의 관계를 해석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65세 이후에는 콜레스테롤을 관리할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LDL콜레스테롤은 여전히 심근경색과 뇌졸중 등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의 중요한 위험요인이다.
특히 심혈관질환을 앓았거나 당뇨병, 고혈압 등 다른 위험요인이 있는 고령자는 자신의 건강상태에 맞는 관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나이가 많으니 콜레스테롤이 높아도 괜찮다'거나 '콜레스테롤은 무조건 낮을수록 기억력에 좋다'는 식의 해석은 모두 적절하지 않다.
콜레스테롤약 먹으면 치매도 예방할까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대표적인 약물이 스타틴이다.
스타틴은 심근경색과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널리 사용된다. 그러나 스타틴이 치매를 예방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일부 관찰연구에서는 스타틴을 복용한 사람에게서 치매가 적게 발생하는 경향이 보고됐다.
반면 약을 복용한 집단과 복용하지 않은 집단을 무작위로 나눠 비교한 임상시험에서는 치매 예방 효과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국제적인 의학 근거평가 기관인 코크란(Cochrane)은 스타틴의 치매 예방 효과를 평가한 무작위 임상시험 2건을 분석했다.
연구에는 총 2만6,340명이 포함됐다. 분석 결과 스타틴을 복용한 집단에서 치매나 알츠하이머병 발생이 유의하게 감소한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이 분석은 2016년에 발표된 것으로, 주로 심혈관질환 위험이 있는 성인에게 노년기 스타틴 치료를 시행한 임상시험을 평가했다.
따라서 모든 연령대에서 장기간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치료의 잠재적인 치매 예방 효과까지 배제하는 근거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현재로서는 스타틴을 치매 예방약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반대로 기억력 저하를 걱정해 필요한 스타틴 치료를 임의로 중단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스타틴 치료의 필요성은 심혈관질환 병력과 LDL콜레스테롤 수치, 당뇨병 여부 등 여러 위험요인을 고려해 의료진과 판단해야 한다.
혈관성 치매만의 문제는 아니다
혈당과 콜레스테롤이 뇌 건강에 영향을 준다고 하면 흔히 혈관성 치매만 떠올리기 쉽다. 혈관성 치매는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뇌 손상과 관련된 인지기능 장애를 말한다.
그러나 당뇨병과 치매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혈관성 치매뿐 아니라 알츠하이머병에서도 위험 증가와의 연관성이 보고됐다.
앞서 살펴본 2025년 종합연구에서도 저혈당 경험과 전체 치매, 알츠하이머병 위험 증가 사이의 연관성이 확인됐다.
다만 이것이 당뇨병이나 저혈당이 알츠하이머병을 직접 일으킨다는 뜻은 아니다.
연구자들은 혈관 손상과 인슐린 신호의 변화, 염증 등 여러 과정이 뇌의 신경세포 기능과 상호작용할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특정 혈당이나 콜레스테롤 수치만으로 알츠하이머병을 예측하거나 예방 효과를 확정할 수 없다.
WHO도 2026년 지침 개정…치매 예방은 기억력 훈련만이 아니다
세계보건기구는 2026년 7월 15일 '인지저하와 치매 위험감소 지침' 제2판을 발표했다.
이번 지침은 2019년 발표한 기존 지침을 개정한 것으로, 정상적인 인지기능을 가진 성인과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사람 등을 대상으로 한다.
WHO는 신체활동과 금연, 건강한 식생활 등 생활습관 관리와 함께 고혈압과 당뇨병, 높은 콜레스테롤 등 건강 위험요인을 관리하는 일이 치매 위험감소 전략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는 치매 예방이 기억력 훈련이나 두뇌 활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담배를 끊고, 혈압과 혈당을 관리하며, 필요한 경우 콜레스테롤 치료를 받는 일은 심혈관 건강뿐 아니라 장기적인 뇌 건강 관리에도 중요하다.
다만 WHO의 권고가 혈당이나 LDL콜레스테롤을 특정 수치까지 낮추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개인의 건강상태에 맞게 여러 위험요인을 함께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건강검진 결과에서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혈당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뇌 건강과 연결해 이해하려면 건강검진 결과를 단순히 정상과 비정상으로만 구분하지 않는 것이 좋다.
먼저 공복혈당과 당화혈색소를 확인해야 한다.
공복혈당은 검사 당시의 혈당 상태를 보여주고, 당화혈색소는 최근 약 2~3개월의 평균적인 혈당 상태를 반영한다.
당뇨병이 있다면 수치가 얼마나 높았는지뿐 아니라 저혈당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 복용약을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는지도 중요하다.
콜레스테롤 검사에서는 총콜레스테롤뿐 아니라 LDL콜레스테롤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LDL콜레스테롤의 관리 목표는 나이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심혈관질환 병력과 당뇨병 여부, 다른 위험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혈압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고혈압은 뇌졸중과 혈관성 인지장애의 중요한 위험요인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당뇨병이나 이상지질혈증 치료를 받고 있다면 치매 예방을 목적으로 약을 임의로 늘리거나 줄여서는 안 된다.
최근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느끼는 경우에도 혈당과 콜레스테롤 수치만으로 원인을 판단하기보다 의료진의 진료를 통해 다른 원인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뇌 건강을 지키는 일, 혈관 관리에서 시작된다
혈당과 콜레스테롤은 단순히 당뇨병이나 심장질환의 위험을 살펴보는 수치가 아니다.
장기간의 혈당 이상과 저혈당 경험, 중년기의 높은 LDL콜레스테롤은 이후 치매 위험 증가와 관련된 요인으로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관성이 개인의 치매 발생을 예측하거나 특정 치료의 치매 예방 효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고령자에게는 무리하게 혈당을 낮추는 과정에서 저혈당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콜레스테롤 역시 뇌 건강만을 기준으로 판단하기보다 심혈관질환 위험과 전신 건강상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뇌 건강을 관리하는 일은 특별한 기억력 훈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평소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을 확인하고, 운동과 식생활을 관리하며, 필요한 치료를 꾸준히 받는 과정도 중요하다.
혈당과 콜레스테롤은 치매를 예측하는 숫자가 아니라, 나이가 들어서도 뇌와 혈관을 함께 건강하게 관리하기 위해 살펴봐야 할 지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