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이 투자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있다.
“이 특허는 정말 회사의 자산인가.”
겉으로는 단순한 질문처럼 보이지만, 이 한 문장이 기업가치를 좌우하기도 한다. 투자자는 특허의 개수보다 그 권리가 누구에게 귀속돼 있는지를 먼저 확인한다. 기술은 뛰어나지만 권리 구조가 불안정하다면 기업가치는 기대만큼 인정받기 어렵다.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사례를 재구성해 보자. 한 기술 스타트업은 법인 설립 전 대표 개인 명의로 핵심 특허를 출원했다. 이후 회사는 해당 기술을 기반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매출을 창출했지만, 특허 명의는 수년간 개인에게 남아 있었다. 사업이 성장하는 동안에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투자 실사가 시작되자 상황은 달라졌다.
투자자는 특허 등록 여부보다 먼저 권리 귀속을 확인했다. 특허가 법인으로 적법하게 이전됐는지, 양도계약은 체결됐는지, 공동발명자의 권리는 정리됐는지, 임직원의 발명은 회사가 적법하게 승계했는지까지 검토가 이어졌다. 결국 투자사는 권리 이전과 계약 정비를 선행 조건으로 제시했고 투자 일정도 예상보다 길어졌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핵심은 명확하다.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과 그 기술을 회사가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이다.
투자자가 보는 것은 특허의 숫자가 아니라 권리의 흐름
많은 기업이 IP 전략을 특허 출원 건수를 늘리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투자자와 인수자가 실제로 확인하는 것은 특허의 숫자가 아니라 권리의 흐름이다. 기술이 누구에게서 만들어졌고 어떤 계약과 절차를 거쳐 법인으로 이전됐으며 현재 누구의 통제 아래 있는지를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법인 구조와 IP 전략은 처음부터 함께 설계돼야 한다. 창업자가 개인 명의로 보유한 특허, 공동창업자의 권리, 외주개발 결과물, 임직원의 직무발명은 모두 기업의 핵심 자산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권리 귀속이 불명확하면 투자 실사나 인수합병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외주개발은 대표적인 사례다. 개발비를 지급했다고 해서 소스코드와 설계도, 디자인, 알고리즘의 권리가 자동으로 회사에 귀속되는 것은 아니다. 계약서에 지식재산권의 귀속 범위와 활용 권한이 명확하지 않다면 사업이 성장한 이후에도 권리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임직원의 직무발명 역시 마찬가지다. 업무 과정에서 만들어진 발명이라도 발명 신고와 권리 승계, 보상 절차가 체계적으로 운영되지 않으면 회사의 권리가 흔들릴 수 있다. 소프트웨어 기업이라면 오픈소스 라이선스 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라이선스 조건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으면 제품 출시나 투자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법적 리스크가 발생할 수도 있다.
기업가치는 결국 권리 구조에서 완성된다
투자와 인수합병 실사에서는 특허 목록만 확인하지 않는다. 출원인과 발명자, 양도계약, 공동개발계약, 외주계약, 직무발명 규정, 비밀유지계약(NDA), 오픈소스 사용 내역까지 함께 검토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기술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업이 해당 기술을 안정적으로 지배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다.
따라서 스타트업은 사업이 성장한 뒤가 아니라 창업 초기부터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핵심 특허는 법인 명의로 정리돼 있는가. 공동창업자와 외주개발사의 권리는 계약으로 명확하게 정리됐는가. 투자자가 권리 구조를 질문했을 때 객관적인 자료로 설명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을 때 기술은 비로소 기업의 자산이 되고, 기업가치로 연결된다. 좋은 기술은 경쟁력을 만든다. 그러나 좋은 권리 구조는 기업가치를 만든다.
결국 법인 구조와 IP 전략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기술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와 함께 그 기술을 누가 소유하고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를 동시에 설계해야 한다. 창업 초기부터 권리의 발생과 귀속 구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기업만이 투자와 성장의 다음 단계에서도 기술의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을 수 있다.
[남솔잎 변리사 이력]
現) 아신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前) 엔와이즈특허법률사무소 파트너 변리사
前) 주식회사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
前) 윤앤리 특허법인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졸업
『특허법공방 조문집(변리사 1차 시험 대비, 제2판)』 등 변리사 시험·특허법 관련 도서 다수 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