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대가 김종인이 들려주는] 팝송이야기 클래식 피아노 협주곡이 팝 발라드가 되다… 에릭 카먼 ‘All by Myself’에 숨겨진 라흐마니노프

라즈베리스 해체 뒤 홀로 남은 에릭 카먼, 자신의 외로움을 세계적인 명곡으로 바꾸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의 선율을 팝으로 옮겼지만, 예상하지 못한 저작권 문제가 찾아왔다

1975년 에릭 카먼에서 1990년대 셀린 디옹까지… 시대를 넘어 다시 불린 ‘혼자라는 감정’

Eric Carmen의 ‘All by Myself’사진 미식 1947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뒤 혼자 남아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 노래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순간이 있다.
Eric Carmen의 ‘All by Myself’다.


하지만 이 곡에는 단순한 이별 이야기보다 훨씬 흥미로운 음악사가 숨어 있다. 우리가 팝 발라드라고 알고 있는 이 노래의 중요한 선율이 사실 20세기 초 러시아 작곡가 Sergei Rachmaninoff의 피아노 협주곡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카먼은 1970년대 초 파워팝 밴드 Raspberries의 리드 싱어로 활동했다. 하지만 밴드는 1975년 해체됐고, 그는 솔로 음악가로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 AP는 카먼이 라즈베리스 이후 솔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All by Myself’를 비롯한 히트곡을 만들었다고 기록한다. 


바로 그 전환기에 ‘혼자’라는 감정이 노래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카먼은 이 곡이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외로움을 담으려 했으며, 가사를 일부러 단순하고 대화하듯 만들었다고 훗날 회고했다.


그런데 노래를 만드는 과정은 상당히 독특했다.
카먼은 클리블랜드 교외 이리호가 내려다보이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밤이면 피아노 앞에 앉곤 했다. 그가 즐겨 듣던 음악 가운데 하나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이었다. 그는 먼저 수개월에 걸쳐 긴 피아노 인터루드를 조금씩 만들었고, 이후 그것을 하나의 완성된 노래 안에 넣을 방법을 고민했다.


그러던 중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2악장의 선율에 주목했다.
카먼은 그 선율의 리듬을 조금 바꾸면 팝송의 벌스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All by Myself’의 중요한 멜로디로 발전시켰다. 후렴에는 자신이 라즈베리스 시절 만들었던 ‘Let’s Pretend’의 선율 일부를 다시 활용했다. 말하자면 라흐마니노프의 클래식과 자신의 과거 작품이 한 노래 안에서 만난 셈이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카먼은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이 이미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미국에서는 당시 그렇게 판단할 여지가 있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저작권 보호가 남아 있었다.


음반이 발표된 뒤 라흐마니노프 측과 문제가 제기됐고 결국 합의가 이뤄졌다. 이후 라흐마니노프는 이 곡의 작곡 크레디트에 함께 이름을 올리게 됐으며, 관련 자료들은 합의 과정에서 ‘All by Myself’와 또 다른 카먼의 곡 ‘Never Gonna Fall in Love Again’에 대해 로열티가 배분됐다고 전한다. 


1975년 12월 발표된 ‘All by Myself’는 예상 밖의 대성공을 거뒀다. 미국 Billboard Hot 100에서 2위까지 올랐고 카먼의 대표적인 솔로 히트곡이 됐다. 


그리고 20여 년 뒤 이 노래는 또 한 번 새로운 목소리를 만났다.
Celine Dion이 1990년대 자신의 압도적인 가창력으로 이 곡을 다시 부르면서 새로운 세대에게 ‘All by Myself’를 각인시켰다. 카먼의 부고를 다룬 주요 매체들 역시 그의 대표작이 훗날 셀린 디옹을 비롯한 여러 가수에 의해 다시 불렸다는 점을 그의 음악적 유산으로 기록했다. 


하지만 이 노래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높은 음도, 화려한 피아노 연주도 아닐지 모른다.
혼자라는 감정이다.


젊은 시절에는 혼자서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른 뒤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 사람의 마음. 카먼은 그것을 복잡한 문장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노래에는 특정한 연인의 이름도, 구체적인 사건도 없다.
그 빈자리에 듣는 사람이 자신의 기억을 넣는다.


떠난 연인을 생각할 수도 있고, 멀어진 친구를 떠올릴 수도 있으며, 어느 날 문득 혼자가 되었다고 느꼈던 자신의 시간을 기억할 수도 있다.


100여 년 전 라흐마니노프가 피아노에 남긴 애절한 선율은 1970년대 미국의 한 싱어송라이터를 만나 팝송이 됐다.
그리고 그 노래는 다시 수많은 가수와 수많은 사람의 목소리를 거쳐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어쩌면 ‘All by Myself’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까닭은 아주 단순하다.
시대가 달라져도 외로움은 번역이 필요 없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작성 2026.10.06 20:57 수정 2026.10.06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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