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산역 광장, 청년과 문화가 숨 쉬는 내일을 그리자

관공서 공원 탈피해 지역 정체성과 스토리를 담은 공간으로

청년들이 머물고 창의성을 빛낼 수 있는 문화마당 준비하자

주민과 청년이 함께 만드는 활기찬 증산역 상권 머리 맞대야

최근 필자의 사무실 근처에 있는 양산시 물금읍 지하철 증산역 앞 광장 공사가 마무리됐다. 주민들의 건의를 수용해 버스킹 공연장과 경관조명을 설치하고 문화·소통 공간으로 꾸몄다는 시의 설명이 있었다. 

 

증산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 자체를 탓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6억 원이라는 예산이 투입되어 준공된 광장을 바라보고 있자니, 아쉬움을 넘어 씁쓸함을 느끼는 것이 과연 필자만의 생각일까. 여전히 관공서 특유의 획일적이고 메마른 틀을 벗지 못한 채, 온통 회색빛 공원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소 한 영 발행인

 

오늘날 지역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단연 ‘문화도시’다. 문화도시의 핵심은 보도블록을 깔고 나무를 심는 토목 행정이 아니라, 그 땅이 품은 역사와 이야기, 즉 ‘지역정체성’을 불어넣는 일이다. 

 

양산은 통도사와 가야진사, 황산역참, 황산공원 등 풍부한 역사·문화적 자산과 수려한 자연유산을 품고 있다. 하물며 증산리가 품고 있는 옛 ‘메기들’에 대한 추억과 지역 특수성을 오롯이 녹여낸 조형물을 세우거나 ‘걸으면서 양산의 역사를 느끼는 공간’을 디자인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더욱이 새롭게 단장한 광장 속 무대(캐노피)의 위치가 시민들의 주동선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과 햇빛을 피할 길 없는 광장의 콘크리트 보도블록은 사람을 모으는 데 큰 맹점이다. 

 

단순히 마이크를 꽂을 무대를 만든다고 해서 저절로 예술가와 시민이 모여들지 않는다. 스토리텔링이 빠진 공간은 영혼 없는 콘크리트 마당에 불과하다. 증산역 광장은 물금 신도시와 구도심을 잇는 중요한 관문이자 상권의 중심축이다. 이곳이 진정한 지역의 랜드마크로 도약하려면 지금이라도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시야를 조금만 넓혀보면, 변화의 기회는 이미 다가오고 있다. 얼마 전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부산대학교가 20여 년간 미개발지로 남겨두었던 양산캠퍼스 부지에 AI 거점 대학을 추진한다고 한다. 불과 몇 년 뒤면 더 많은 청년들이 양산에서 공부하고 정주하게 될 것이다. 

 

그날을 대비해, 양산 및 인근 지역의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아이디어를 나누고 서로의 삶을 공유하며 네트워크를 즐길 수 있는 역동적인 문화적 마당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청년들이 머무는 곳에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는 곳에 상권의 생기가 돈다.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역 앞 광장이 아니라, 청년들의 문화적 에너지가 분출되는 소통의 거점으로 공간의 성격을 완전히 재정립해야 하는 이유다.

 

나아가 증산역 일원은 단순히 잠시 지나치는 통과 지역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양산시민들이 레저를 즐기고, 쇼핑과 관광, 문화를 한곳에서 소비할 수 있는 자족형 도시 공간으로 성장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 거대한 비전은 책상머리에 앉은 행정가들의 일방적 결정만으로는 결코 완성될 수 없다. 현장에서 숨 쉬는 주민들과 지역 상인, 청년들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할 때 비로소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

 

양산시는 이번 1차원적 준공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지역 예술인과 시민들의 목소리를 더 깊이 경청해야 한다. 증산역 광장이 회색빛 관공서 공원의 오명을 벗고, 양산의 문화적 역동성과 청년들의 웃음이 가득한 진정한 명소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작성 2026.10.06 18:50 수정 2026.10.0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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