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행정 반복 업무 2028년까지 50% 이상 자동화 목표
- 오판·정보 유출 막을 사람의 감독과 설명·재검토 절차 마련해야
돌봄 종사자가 방문하지 않는 시간에도 인공지능(AI)이 이용자의 생활과 건강 상태를 살펴 이상징후를 알리고, 필요한 돌봄서비스로 연결하는 체계가 추진된다.
요양시설에는 낙상·움직임 감지센서와 스마트 기저귀 등을 적용해 야간 돌봄 공백과 종사자의 반복 업무를 줄인다.
보건복지부는 6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복지·돌봄 AI 대전환 로드맵’을 보고했다.
고령화로 돌봄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현장 인력은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AI와 사물인터넷, 로봇을 재가·시설 돌봄과 복지행정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번에 발표된 내용은 현재 전국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니다.
정부는 2027년 400가구와 12개 시설에서 스마트 돌봄 모델을 개발·실증하고, 효과가 확인되면 2028년부터 공공 돌봄을 중심으로 확산할 예정이다.
AI 복지상담과 복지서비스 신청 연계도 각각 2027년과 2029년을 목표로 제시한 중장기 계획이다.

방문 돌봄이 없는 시간, AI가 상태 변화 감지
현재 재가 돌봄은 요양보호사 등 종사자가 가정을 방문하는 시간에 서비스가 집중돼 있다.
이용자가 혼자 있는 시간에는 돌봄 공백이 발생할 수 있고, 움직임이 오랫동안 감지되지 않거나 본인이 응급호출 장치를 눌러야 위기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재가 돌봄에 AI 기기와 센서를 결합한 ‘스마트 홈’을 구축할 계획이다.
AI가 평소 생활 패턴과 건강 상태, 이용자와 AI의 대화 정보 등을 종합해 평소와 다른 변화를 감지하고 필요한 서비스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최대 6시간 동안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아야 위기 가능성을 확인했다면, 새 모델은 여러 생활·건강 정보를 함께 분석해 이상징후를 더 일찍 포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7년 노인 400가구에서 모델을 개발·실증한 뒤 장애인 가구로 대상을 넓히고, 가정에서 복지관과 주간보호센터 등 지역사회 시설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2030년 이후에는 말동무와 안전 확인, 건강관리를 지원하며 이용자를 따라 이동하는 가정용 자율추종 로봇의 적용도 계획하고 있다.
여기서 ‘24시간 돌봄’은 돌봄 종사자가 하루 종일 곁에 있거나 AI가 의료진처럼 질병을 진단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기기와 AI가 상태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해 위험 신호를 알리는 보조수단이다.
실제 위기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결정하는 과정에는 돌봄 종사자와 의료진, 복지 담당자의 판단이 필요하다.
요양시설에는 낙상센서·스마트 기저귀 적용
시설 돌봄에도 AI와 센서가 도입된다.
현재 일부 시설에서는 야간에 종사자가 정해진 시간마다 방을 돌며 입소자의 안전과 수면, 배변 상태를 확인한다.
정부는 낙상·움직임 감지센서와 스마트 기저귀 등을 활용해 상태를 살피고, 이상이 생기면 종사자가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시설’ 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다.
단순히 기기를 설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설의 업무 절차와 운영체계까지 함께 바꾸는 것이 목표다.
2027년 12개 시설에서 실증한 뒤 2028년부터 인구감소지역의 국공립 장기요양시설을 시작으로 민간시설까지 단계적으로 확산한다.
효과가 확인된 기술은 장기요양보험 복지용구 품목에 신속하게 등재하거나 시설 수가와 이용권인 바우처에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기술이 개발되고도 가격과 제도 문제로 현장에서 사용되지 못하는 상황을 줄이기 위해서다.
다만 센서와 스마트 기기가 실제 돌봄의 질을 높이는지는 별도로 검증해야 한다.
위기 발견 시간이 단축됐는지, 종사자의 업무량이 줄었는지, 이용자가 불편이나 감시받는다는 느낌을 받지는 않는지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복지제도 찾기부터 신청까지 AI로 연결
복지서비스를 찾고 신청하는 과정에도 AI가 활용된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2027년부터 이용자가 “혼자 생활하는데 병원에 가기 어렵다”거나 “소득이 줄어 생활비가 부족하다”는 식으로 자신의 상황을 일상적인 말로 설명하면 생성형 AI가 이용 가능한 복지서비스를 추천한다.
2029년에는 안내받은 서비스를 한 번의 선택으로 신청하는 ‘원클릭’ 방식으로 연결하고, 아동수당 등 별도의 복잡한 심사가 필요하지 않은 보편급여는 자동지급을 우선 추진할 계획이다.
위기가구 발굴에도 AI가 사용된다.
2027년에는 경제적 위기 가능성을 파악하는 모형을 고도화하고, 2029년에는 고립과 학대, 돌봄 공백 등 여러 위기가 겹친 가구까지 함께 찾는 체계로 확대할 예정이다.
AI가 위기 가능성을 찾는 것과 실제 복지 대상자를 결정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행정자료가 실제 생활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거나 정보가 제때 갱신되지 않으면 지원이 필요한 사람이 발굴 대상에서 빠질 수 있고, 반대로 위기가 크지 않은 사람이 잘못 분류될 수도 있다.
따라서 AI 분석 결과만으로 지원 여부를 결정하기보다 현장 확인과 당사자 상담을 거쳐 판단을 보완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반복적인 복지행정 50% 이상 자동화 목표
정부는 2028년까지 서류 접수·검증과 시스템 입력 등 정형화된 복지행정 업무의 50% 이상을 AI로 자동화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돌봄 현장에서 수기로 작성하던 기록과 물품관리, 지출 관련 업무도 단계적으로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한다. 복지공무원과 돌봄 종사자가 반복적인 행정업무에 쓰는 시간을 줄이고 상담과 사례관리, 직접 돌봄에 집중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향후에는 급여 적정성 판단과 부정수급 탐지, 상담계획 수립 등에도 AI의 지원 기능을 확대할 방침이다.
그러나 복지급여와 돌봄서비스는 이용자의 생계와 권리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행정 효율을 높인다는 이유로 AI가 사람의 검토 없이 지원 대상이나 급여 수준을 사실상 결정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최종 판단의 책임 주체도 명확해야 한다.
복지·돌봄 정보 한곳에서 관리
정부는 2027년부터 공공기관과 민간기관에 흩어진 복지·돌봄 정보를 연계하는 기반을 마련하고 ‘복지·돌봄 마이데이터’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용자와 보호자가 자신의 복지·돌봄 정보를 한곳에서 확인하고 관리하며, 본인 동의를 전제로 필요한 서비스에 활용하는 구조다. 중장기적으로 의료 마이데이터와 연결해 건강·의료·복지·돌봄 정보를 지역사회 통합돌봄 등 개인별 서비스에 활용할 방침이다.
여러 기관에 같은 서류를 반복해 제출하는 불편을 줄이고 개인의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면 건강과 소득, 장애, 가족관계, 돌봄 이용 내역 등 민감한 정보가 결합되므로 누가 어떤 목적으로 정보를 열람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본인 동의를 받는 과정도 형식적인 확인에 그쳐서는 안 된다. 고령자와 장애인이 정보의 이용 목적과 범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설명과 대면 안내를 함께 제공할 필요가 있다.
AI가 잘못 판단하면 사람에게 다시 검토받아야
정부는 복지·돌봄 분야에서 AI를 안전하게 활용하기 위한 법적 근거와 윤리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AI의 위험 수준에 따른 사람의 개입과 감독, 이용자의 설명 요구, 데이터 품질관리, AI 성능과 오류 점검 등을 포함한다.
특히 디지털 이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는 AI가 사용됐다는 사실이나 불이익을 받은 이유를 온라인 알림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
복지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서비스가 축소됐을 때는 판단에 사용된 주요 정보를 설명받고, 주민센터 방문과 전화 등 비대면 이외의 방법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AI가 아닌 담당자에게 다시 판단받을 수 있는 절차도 필요하다.
돌봄 현장에서는 오경보와 기기 고장에 대한 대책도 중요하다. 잘못된 경보가 자주 발생하면 종사자의 업무 부담이 오히려 커질 수 있고, 위험 신호를 놓치면 이용자의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통신 장애나 기기 고장 때 사용할 대체 연락망과 현장 대응 절차도 실증 과정에서 점검해야 한다.
기기 보급보다 실제 돌봄 개선 여부가 기준
정부는 한국개발연구원과 한국은행의 전망을 인용해 2043년 요양보호사 부족 규모가 99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돌봄 수요를 인력 확충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기술을 보조수단으로 활용할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그러나 AI와 센서는 가족이나 돌봄 인력을 대신할 수 없다. 기술이 이상징후를 알려도 직접 안부를 확인하고 식사와 이동을 돕거나 정서적 관계를 형성하는 일은 사람의 역할이다.
이번 계획의 성과는 기기를 몇 대 보급했는지가 아니라 위기 발견과 대응 시간이 실제로 줄었는지, 종사자의 업무 부담과 이용자의 대기시간이 감소했는지, 개인정보와 자기결정권이 보호됐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2027년 400가구와 12개 시설에서 진행할 실증은 이러한 효과와 한계를 확인하는 첫 단계다. 실증 결과와 오류 사례, 이용자와 종사자의 평가를 공개하고 이를 토대로 확산 여부와 적용 범위를 결정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