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조 펀드가 만든 지역 창업 생태계의 분기점
2026년 10월 7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아시아 창업 엑스포 플라이 아시아 2026(FLY ASIA 2026)은 지역 창업 행사의 성격을 넘어섰다. 행사를 통해 해양 AI 기업 제이제이앤컴퍼니스(JJ&Company)가 글로벌 VC 페가수스 테크벤처스(Pegasus Tech Ventures)의 공동 심사를 거쳐 2026년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스타트업 월드컵(Startup World Cup) 준결승 참가권을 획득했고, 반도체 소재 기업 씨아이티(CIT)는 글로벌 스케일업 챔피언스 어워즈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부산시는 이와 함께 현재 1조5000억 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2조 원으로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자본의 이동 경로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이번 사례를 단순한 지역 스타트업 해외 진출담으로 읽으면 핵심을 놓친다.
부산은 수도권 중심 투자 구조에서 늘 후순위에 놓였지만, 조선·해양·항만·물류라는 산업 기반을 갖춘 도시다. 그 기반 위에 소프트웨어와 제어기술을 결합한 기업이 등장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자본은 더 이상 사무실 주소만 보지 않는다.
특정 산업 현장에 붙어 있는 데이터, 고객, 문제 해결 능력을 보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수도권 플랫폼 중심의 투자 패턴과 다른 경로를 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페가수스 테크벤처스가 올해 처음으로 플라이 아시아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그 맥락에서 가볍지 않다.
이 글로벌 VC는 부산 지역 전문가와 함께 유망 기업을 심사했고, 수상 기업에 스타트업 월드컵 준결승 참가권을 부여했다. 제이제이앤컴퍼니스가 그 대상에 올랐다.
지역 행사가 해외 무대의 예선 관문으로 기능했다는 점에서, 부산 스타트업 생태계는 내부 육성 모델에서 외부 평가 연동 모델로 이동하고 있다. 제이제이앤컴퍼니스의 사례는 부산 딥테크의 산업적 색깔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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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는 친환경 선박에 탑재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연료공급시스템(FGSS)을 정밀 제어하는 기술인 제이 아이에이에스(J-IAS)를 개발했다. LNG는 온도와 압력 변화에 예민하고, 선박마다 장비 구성이 다르다. 여기에 수천 개의 입출력(I/O) 신호를 제어시스템과 연결해야 한다.
일반 애플리케이션 스타트업보다 개발 주기가 길고 검증 비용도 크지만, 일단 산업 현장에 들어가면 교체 장벽이 높다는 것이 딥테크 기업의 속성이다. 이 기술의 사업적 의미는 자동화 그 자체보다 표준화에 있다.
선박 내 가스 공정 제어에 맞춘 논리 모듈을 자체 개발하고, 신호와 제어 논리를 데이터베이스(DB)에 자동 연결하는 매핑 기술을 구현했다는 점은 엔지니어링 노동집약 영역을 소프트웨어 자산으로 전환한다는 의미다. 조선·해양 산업은 프로젝트별 맞춤 설계가 많아 확장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아 왔는데, 제어 논리와 신호 연결을 데이터 구조로 묶으면 반복 판매와 유지보수 매출을 만들 여지가 커진다.
이 대목이 투자자에게 강한 신호로 작용하는 이유다.
해양AI·반도체 소재가 여는 비수도권 스케일업 경로
부산시가 벤처펀드 규모를 1조5000억 원에서 2조 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힌 계획도 이 흐름과 맞물린다. 증가분은 5000억 원이며, 현재 규모 대비 약 33% 확대다. 이 숫자를 지역 창업 지원 예산 증액이라는 행정 언어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딥테크 기업은 연구개발, 인증, 해외 실증, 고객사 검증까지 긴 시간을 버텨야 한다. 투자 재원이 얇으면 기술은 실험실에서 멈추고, 재원이 충분하면 산업 고객을 만나는 단계까지 갈 수 있다.
반도체 소재 기업 씨아이티(CIT)가 글로벌 스케일업 챔피언스 어워즈에서 대상을 받은 점도 같은 맥락에 놓인다. 부산 창업 생태계가 소비자 서비스나 플랫폼 분야보다 제조·소재·해양 기술에 강점을 가진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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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분석 결과, 수도권 스타트업 시장이 인재와 자본을 흡수해 온 동안 지역 기업은 산업 현장과 가까운 대신 투자 네트워크에서 멀었다는 구조적 격차가 존재했다. 이번 플라이 아시아 2026은 이 간극을 줄이는 실험이었다.
기술 수요가 있는 도시가 투자 네트워크까지 붙잡을 수 있는지 시험한 자리였다. 김수진 부산기술창업투자원장은 한국경제 보도에서 "10여 년에 걸친 부산의 창업 정책이 글로벌 무대와의 연결이라는 결실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외에도 프랑스,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여러 국가와 창업 생태계 연결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월드컵 준결승 참가권, 글로벌 VC 공동 심사, 해외 생태계 연결은 모두 지역 기업이 국내 투자 라운드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만드는 장치다. 물론 반론도 있다.
해외 피칭 대회 참가권이 곧 매출이나 후속 투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스타트업 월드컵 같은 무대는 노출 효과가 크지만, 실제 투자 계약은 기술 실사, 고객 검증, 지식재산권(IP), 팀 구성, 시장 진입 전략을 따로 따진다. 이 지점에서 과장된 기대는 위험하다.
다만 그 반론이 간과하는 구조가 있다. 지역 딥테크 기업에 더 큰 병목은 좋은 기술의 부재가 아니라 글로벌 투자자와 산업 고객에게 반복적으로 노출될 통로의 부족이었다.
글로벌 VC 참여가 바꾸는 부산 스타트업 투자 문법
부산의 전략은 수도권을 모방하는 방식으로는 작동하기 어렵다. 서울식 창업 생태계는 빠른 인재 이동, 대형 플랫폼, 소비자 시장 접근성을 기반으로 컸다.
부산이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면 후발주자에 머문다. 대신 해양, 조선, 항만, 물류, 소재 산업의 문제를 풀어내는 기업을 키우고, 그 기업을 해외 투자 네트워크에 연결해야 한다.
제이제이앤컴퍼니스와 씨아이티 사례는 이 전략이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기업 단위 성과로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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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입장에서 이번 사례는 비수도권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기준을 바꿀 수 있다. 사무실 위치보다 산업 밀착도, 정부 펀드보다 민간 VC의 후속 검증, 기술 설명보다 실제 현장의 비용 절감 가능성이 더 중요해진다. 부산시의 2조 원 펀드 계획은 이 기준을 뒷받침할 자금 인프라다.
그러나 돈만으로 생태계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해외 피칭 이후 투자 미팅, 파일럿 프로젝트, 인증 지원, 대기업 구매 연계가 이어져야 펀드 규모가 숫자에서 산업 효과로 전환된다. 지역 딥테크가 성장하면 지역 고급 일자리, 대학 연구 인력의 정착, 제조 현장의 소프트웨어 전환이 함께 움직인다.
해양 AI는 선박 안전, 친환경 연료 전환, 항만 운영 효율과 이어진다. 반도체 소재 기업의 성과는 공급망 안정성과도 맞닿는다.
부산의 창업 정책이 성공하려면 스타트업을 이벤트 무대에 세우는 데서 멈추지 않고, 산업 고객이 실제 구매하는 구조까지 설계해야 한다. 부산의 1조5000억 원 벤처펀드와 글로벌 VC 연결은 지역 창업 정책의 성패를 가를 중간 시험대다.
제이제이앤컴퍼니스의 샌프란시스코 준결승 참가권은 상징이고, 씨아이티의 대상 수상은 보강 사례다. 본게임은 이후다.
부산이 2조 원 펀드와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산업 현장형 딥테크 기업을 계속 배출한다면, 한국 스타트업 지형은 수도권 일극 구조에서 산업 거점별 분화 구조로 이동할 수 있다. 질문은 분명하다. 지역은 자본의 주변부로 남을 것인가, 산업 문제를 가장 잘 아는 투자 시장의 전진기지가 될 것인가.
FAQ
Q. 부산시의 2조 원 벤처펀드 계획은 스타트업에 어떤 영향을 주나
A. 부산시는 벤처펀드 규모를 현재 1조5000억 원에서 2조 원으로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딥테크 스타트업은 제품 개발 이후에도 인증, 실증, 해외 영업에 긴 시간이 필요해 후속 자금 접근성이 성장을 좌우한다. 펀드 확대가 실제 효과를 내려면 지역 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와 함께 민간 벤처캐피털(VC)의 후속 투자를 끌어내는 구조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투자자는 펀드 규모보다 어떤 산업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에 자금이 흐르는지를 함께 따져봐야 한다.
Q. 제이제이앤컴퍼니스의 J-IAS 기술은 왜 해양 AI 사례로 거론되나
A. 제이제이앤컴퍼니스는 액화천연가스(LNG) 연료공급시스템(FGSS)의 온도·압력 변화와 입출력(I/O) 신호를 정밀하게 다루는 제어 기술을 개발했다. 선박마다 장비 구성이 달라 수천 개 신호를 연결해야 하므로, 자동 매핑과 데이터베이스(DB) 기반 제어 논리는 현장 비용과 오류 가능성을 줄이는 데 의미가 있다. 한국경제 보도 기준으로 해당 기술의 실제 매출 규모나 해외 계약 여부는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친환경 선박 전환이 이어질수록 이 같은 제어 소프트웨어의 산업적 활용 범위는 넓어질 수 있다.
Q. 지역 딥테크 스타트업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은 무엇인가
A. 지역 딥테크 기업은 수도권 플랫폼 기업과 다른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핵심은 기술 논문이나 시연 영상보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 반복 적용할 수 있는지, 고객사가 검증할 수 있는 문제를 푸는지다. 부산 사례에서는 해양, 조선, 반도체 소재처럼 지역 산업 기반과 맞물린 분야가 우선 검토 대상이다. 투자자는 해외 피칭 참가 이력만 보지 말고 파일럿 프로젝트 진행 여부, 인증 단계, 지식재산권(IP) 확보 현황, 후속 투자 가능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 이 기사는 한국경제의 2026년 10월 7일 보도 "부산시, 1.5조 벤처투자 결실…해양AI 등 지역 딥테크 스타트업 실리콘밸리 진출 지원"을 참조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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