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은 사상 최대인데 주가는 출렁…한국 증시 변동성 키운 반도체 구조

10월 28일 기준 최근 20일 실현 변동성 코스피 52.7%, 대만 가권지수 21.5%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3분기 실적은 역대급…시장은 미래 이익의 지속성에 주목

미국 빅테크의 AI 투자 부담과 메모리 업황 전망이 국내 반도체주 변수로 부상

[화담일보=이재윤기자]한국 증시가 사상 최대 수준의 반도체 실적에도 큰 폭의 등락을 반복하며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한국과 대만 모두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의 수혜 시장으로 꼽히지만, 최근 조정 국면에서 코스피의 변동성이 대만 가권지수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최근 20일 실현 변동성은 코스피가 52.7%, 대만 가권지수가 21.5%로 집계됐다. 실현 변동성은 일정 기간 실제 지수 움직임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해당 수치만 놓고 보면 코스피의 변동성은 대만 가권지수의 약 2.5배에 이른다.

 

최근 국내 증시의 급락은 미국 기술주 투자심리 악화와 국내 반도체 대형주 약세가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3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99% 내린 5760.35에 출발한 뒤 오전 장중 낙폭을 4% 이상으로 확대했다. 코스피200 선물의 급락으로 매도 사이드카도 발동됐다. 같은 날 오전 10시 5분 기준 삼성전자는 5%대, SK하이닉스는 8%대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 시장에서 알파벳의 AI 투자 확대에 따른 현금흐름 부담이 부각된 데 이어 아마존과 인텔의 실적 및 전망도 투자심리에 부담을 줬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계속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막대한 설비투자가 향후 수익으로 충분히 이어질 수 있는지를 다시 따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AI 인프라에 필요한 HBM과 서버용 메모리를 공급하는 국내 반도체 기업의 성장 지속성도 함께 주목받았다.

 

국내 반도체 기업의 현재 실적만 보면 우려를 설명하기 어렵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8일 2026년 3분기 매출 104조6155억원, 영업이익 83조3338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이며, 영업이익률은 80%로 집계됐다. 회사는 HBM4 출하 본격화와 서버용 DDR5,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판매 확대를 주요 배경으로 제시했다.

 

삼성전자도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95조3000억원,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의 실적 개선과 HBM4 판매 확대, 서버용 제품 수요를 실적 배경으로 설명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1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회사는 밝혔다.

 

문제는 시장이 과거 실적보다 앞으로의 이익 흐름을 더 민감하게 반영한다는 점이다. 신승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과 대만 증시의 차이가 반도체 산업 구조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높고, 대만은 TSMC를 중심으로 첨단 파운드리 비중이 크다.

 

메모리 반도체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과 이익이 크게 움직일 수 있다. 반면 파운드리는 고객사와 생산 공정, 수주 물량을 바탕으로 사업이 운영되는 만큼 중장기 이익을 예측하기 상대적으로 쉽다는 설명이다. 같은 AI 투자 수혜 산업이라도 시장이 평가하는 위험의 크기와 이익의 가시성에는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신한투자증권이 인용한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자료에서도 이러한 차이가 나타났다. SK하이닉스의 분기 영업이익은 내년 4분기 정점을 기록한 뒤 2028년에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 반면, TSMC는 2028년에도 분기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2028년 영업이익 추정치 변동계수도 SK하이닉스 25.3%, TSMC 10.1%로 나타나 SK하이닉스에 대한 시장 전망이 더 넓게 갈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이 같은 전망이 국내 반도체 산업의 실적 둔화를 확정하는 것은 아니다. SK하이닉스는 HBM4와 서버용 고부가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2027~2028년 생산능력의 50% 이상에 해당하는 장기공급계약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역시 HBM4와 고성능 DDR5, 서버용 SSD 판매 확대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결국 국내 증시의 변동성은 기업의 현재 실적보다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에 대한 시장의 의견 차이에서 커지고 있다. AI 투자 확대가 지속되고 메모리 수요가 유지되면 국내 반도체주의 상승 탄력이 커질 수 있지만, 투자 속도 조절이나 공급 증가 우려가 부각되면 실적이 좋아도 주가가 먼저 흔들릴 수 있다.

 

이번 변동성 확대는 한국 증시가 반도체 대형주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보여준다. 향후 시장의 관심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규모 자체보다 HBM4 공급 확대, AI 데이터센터 투자 지속 여부, 메모리 가격 흐름, 장기계약의 안정성 등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작성 2026.10.30 15:00 수정 2026.10.3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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