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마라톤을 앞두고 훈련을 줄이면 불안해지는 러너가 많다. 달리는 거리가 짧아지면 준비가 부족한 것 같고, 쉬는 날에는 체력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도 든다. 그러나 대회를 앞둔 마지막 시기에는 그동안 쌓은 훈련을 몸이 소화하도록 시간을 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대회 전 훈련량을 줄여 컨디션을 조절하는 과정을 ‘테이퍼링’이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남은 기간에 얼마나 많이 달렸는지보다, 대회 당일 어느 정도 회복된 상태로 출발선에 서는지다.

■ 달리는 거리를 줄여 피로를 덜어낸다
테이퍼링의 기본은 전체 훈련량을 줄이는 것이다. 장거리 달리기와 반복훈련으로 누적된 부담을 덜어내면서, 기존의 달리기 감각을 유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
2023년 발표된 지구력 종목 관련 메타분석에서는 훈련량을 줄이면서 강도와 빈도를 유지하는 테이퍼링이 경기력 향상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여러 종목과 훈련 수준을 종합한 결과이므로, 특정 감량 비율을 모든 생활체육 러너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개인 훈련에서는 평소 주간 거리와 최근 피로를 함께 살펴야 한다. 같은 거리를 달렸더라도 회복 속도와 생활 여건에 따라 필요한 휴식은 달라진다.
■ 강도를 유지한다는 말, 힘든 훈련을 그대로 하라는 뜻일까
훈련 강도를 유지한다는 것은 반복 횟수와 거리까지 평소대로 수행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익숙한 속도를 짧게 경험하되, 전체 운동량은 줄이는 방식으로 이해해야 한다.
평소 목표 페이스 훈련을 해온 러너라면 컨디션이 좋은 날 짧은 구간에서 그 리듬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속도훈련 경험이 적은 러너가 대회를 앞두고 새롭게 인터벌이나 전력질주를 시작할 필요는 없다.
가벼운 조깅을 할 때도 시계의 숫자를 맞추려고 무리하기보다, 대화가 가능한 편안한 호흡과 자연스러운 보폭을 먼저 확인한다.
■ 빠진 장거리 훈련을 한꺼번에 채우지 않는다
준비 과정에서 장거리 훈련을 놓쳤다면 대회가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급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예정에 없던 긴 달리기를 추가하면 회복에 필요한 시간까지 줄어든다.
마지막 훈련을 체력 확인 시험처럼 만드는 것도 피해야 한다. 컨디션이 좋다고 계획보다 멀리 달리거나, 조깅 도중 기록 측정으로 바꾸는 행동은 훈련량을 줄이려던 목적과 어긋난다.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남은 기간에 무리하게 보충하기보다 목표 기록과 경기 운영 계획을 조정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 오늘은 ‘짧게 달린 뒤의 상태’를 살펴보자
대회가 1~2주 남았고 평소 꾸준히 달려온 러너라면, 오늘은 익숙한 조깅 시간을 줄여 몸의 반응을 확인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평소 40분 정도 편안하게 달리던 사람이 걷기와 가벼운 준비운동으로 시작해 20~30분만 조깅하고, 다시 걷기로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이는 적용 예시이며, 피로가 남아 있다면 더 짧게 하거나 쉬어도 된다.
훈련을 마친 뒤에는 다리가 무거워졌는지, 일상에서 움직일 때 불편함이 생겼는지를 살펴본다. 특정 부위의 통증이 지속되거나 달릴수록 심해지면 훈련을 멈추고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 훈련을 줄인 자리에 회복 시간을 넣는다
달리기가 짧아졌다고 남는 시간에 새로운 하체 근력운동이나 강한 언덕훈련을 추가하면 전체 부담은 줄지 않는다. 대회 전에는 익숙한 생활 리듬을 지키고, 수면과 휴식 시간을 확보하는 데 집중한다.
훈련 기록에는 거리와 페이스뿐 아니라 수면 상태, 다리의 무거움, 훈련 뒤 피로도도 함께 적어두면 좋다. 남은 일정을 조절할 때 자신의 몸 상태를 판단하는 자료가 된다.
대회를 앞둔 러너에게 필요한 절제는 정해둔 훈련을 끝까지 해내는 데만 있지 않다. 몸이 가벼워도 계획한 지점에서 멈추고, 피로가 남아 있으면 쉬는 선택 역시 훈련의 일부다.
출처: Wang 외(2023), 「Effects of tapering on performance in endurance athlete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PLOS ONE.
※ 본문의 훈련 예시는 연구의 일반 원칙을 참고한 생활체육 러너용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