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박세원기자] 국내 증시는 지난 한 주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10월 8일 6625.93이었던 코스피는 12일 6384.24, 13일 6035.35, 14일 6008.81, 15일 5554.22까지 떨어졌다. 16일 5668.05로 8거래일 만에 반등했지만 8일 종가와 비교하면 한 주간 하락률은 14.46%에 달했다.

특히 이번 주는 단순히 지수가 많이 하락한 것보다 외국인의 현물과 선물 수급이 서로 다른 방향을 보였다는 점이 눈에 띈다. 외국인은 주중 유가증권시장에서 대규모 현물 매도를 이어갔지만 코스피200 선물에서는 오히려 순매수하는 날이 반복됐다. 반면 지수가 처음 반등한 16일에는 현물을 다시 사들이면서 선물에서는 약 1조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현물과 선물을 함께 봐야 이번 급락장의 수급을 보다 입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유다.
1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65% 내린 6384.24로 마감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2조250억원을 순매도했고 기관도 1106억원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반면 개인은 1조4674억원을 순매수하며 외국인 물량을 받아냈다. 이날 외국인은 현물에서는 대규모 매도에 나섰지만 코스피200 선물에서는 약 3773억원을 순매수했다.
주목할 부분은 현물과 선물의 방향 차이다.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주를 중심으로 현물을 줄였지만 지수선물에서는 반대 방향의 포지션을 취했다. 삼성선물은 당시 외국인이 코스피200 선물을 3009계약 순매수했다고 분석했다. 현물 매도가 곧바로 지수 전체에 대한 일방적인 하락 베팅과 같은 의미는 아니었던 셈이다.
13일에는 매도 강도가 더욱 거세졌다. 코스피는 5.46% 급락한 6035.35에 마감했고 장중에는 5911.11까지 밀렸다. 코스피200 선물이 5% 이상 급락하면서 약 두 달 만에 유가증권시장 매도 사이드카도 발동됐다. 삼성전자는 7.39%, SK하이닉스는 10.09% 하락했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4조5128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은 약 2조2271억원, 기관은 약 1조6903억원을 순매수하며 이를 받아냈다. 반면 장 마감 기준 코스피200 선물에서는 외국인이 1670계약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장중에는 선물에서도 매도가 나타났지만 오후 들어 방향을 바꾼 것이다.
14일 코스피는 장중 한때 6190.65까지 2.5% 넘게 반등했지만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0.44% 내린 6008.81에 마감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1813억원을 순매도하며 7거래일 연속 매도를 이어갔다. 개인도 약 3142억원 순매도한 반면 기관은 약 8084억원을 순매수했다.그러나 이날도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에서는 순매수했다. 마감 자료 기준 외국인 선물 순매수는 3500계약 이상으로 집계됐다. 현물에서는 주식을 계속 줄이면서도 선물에서는 매수하는 구조가 이어진 것이다.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된 15일
이번 주 변동성이 정점에 도달한 것은 15일이었다.코스피는 개장과 동시에 5.59% 급락했고 오전 9시 7분 코스피200 선물이 5% 이상 떨어지면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후 낙폭이 더 확대돼 장중 코스피가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지속되면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시장 전체 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코스닥에서도 같은 날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차례로 작동했다.
코스피는 결국 7.57% 하락한 5554.22, 코스닥은 7.65% 떨어진 760.82로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9.48%, SK하이닉스는 11.06% 급락했다. 뉴스핌 집계 기준 외국인은 코스피 현물에서 4조8196억원을 순매도했으며 개인과 기관은 각각 2조1451억원, 2조48억원을 순매수했다. 집계 시점과 범위에 따라 외국인 순매도 금액은 약 3조6000억원대로 제시된 자료도 있어 수치를 비교할 때는 기준 시점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날에도 외국인의 코스피200 선물은 현물과 반대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 장 마감 집계를 정리한 자료에서는 외국인이 코스피200 선물을 약 1조2100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물에서는 수조원의 주식을 팔면서 동시에 지수선물을 사들인 것이다.
선물 매수 자체를 향후 증시 상승에 대한 확신으로 해석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선물 거래에는 신규 방향성 포지션뿐 아니라 기존 매도 포지션 청산, 현물 매도에 대한 헤지, 차익거래 등이 함께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물과 선물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던 이전 하락장과 달리 이번 주에는 두 시장의 수급이 뚜렷하게 갈렸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다.
외국인, 금요일 현물로 돌아왔지만 선물은 매도
급락이 이어지던 수급은 16일 처음 달라졌다.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05% 오른 5668.05로 마감하며 8거래일 만에 상승했다. 코스닥은 4.46% 오른 794.78로 반등했고 장중에는 프로그램 매수호가 효력이 일시 정지되는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약 3414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코스피 현물시장에서 순매수로 돌아선 것은 9거래일 만이었다. 반면 개인은 약 4680억원, 기관은 약 6825억원을 순매도했다. 주중 내내 외국인 매물을 받아내던 개인과 기관이 오히려 매도하고 외국인이 현물을 사들이는 정반대 모습이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선물시장은 다시 반대였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200 선물에서 약 1조원 규모의 순매도를 나타냈다. 집계 시점에 따라 약 9500억원에서 1조1000억원대까지 차이가 있지만, 방향은 순매도로 일치한다. 기관은 반대로 선물 순매수에 나섰다.
즉 이번 주 외국인의 수급은 주가가 급락하던 동안에는 현물을 팔면서 선물을 사다가, 지수가 반등한 금요일에는 현물을 사고 선물을 파는 모습으로 요약할 수 있다.
거래일 | 코스피 | 외국인 현물 | 개인 현물 | 기관 현물 | 외국인 코스피200 선물 |
|---|---|---|---|---|---|
10월 12일 | -3.65% | 약 -2조250억원 | +1조4674억원 | -1106억원 | 순매수 |
10월 13일 | -5.46% | 약 -4조5128억원 | +2조2271억원 | +1조6903억원 | 순매수 |
10월 14일 | -0.44% | 약 -1조1813억원 | -3142억원 | +8084억원 | 순매수 |
10월 15일 | -7.57% | 대규모 순매도 | 대규모 순매수 | 대규모 순매수 | 순매수 |
10월 16일 | +2.05% | 약 +3414억원 | -4680억원 | -6825억원 | 약 1조원 순매도 |
※ 투자자별 순매매 금액은 한국거래소 자료를 인용한 각 매체의 장 마감 집계를 기준
15일 등 일부 거래일은 집계 시점과 시간외 거래 포함 여부 등에 따라 매체별 금액 차이가 확인돼 방향과 규모 중심으로 표시했다. 선물 역시 금액·계약 수 집계 방식이 달라 방향성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자사주 매입 종료 이후 드러난 ‘매수 주체 공백’
이번 주 급락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외국인이 쏟아낸 물량을 안정적으로 받아줄 매수 주체가 약해졌다는 점이다.
유안타증권은 최근 코스피 급락이 기업 실적 악화보다는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를 받아줄 매수세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은 지난 7일 종료됐으며, 외국인 매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됐다. 개인 투자자의 예탁금 증가세가 멈추고 연기금의 매수 여력 역시 제한적인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앞선 기사에서 지적했던 자사주 매입 종료 이후의 수급 공백이 실제 시장에서 더 분명하게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종목에 외국인 매도가 집중되는 상황에서 기존 기타법인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줄어들자 지수 하락을 완충할 매수세도 약해졌다.
다만 이번 주의 급락을 자사주 매입 종료 하나로 설명해서도 안 된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서버용 D램 기술 진전 소식과 AI 인프라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 미국 물가와 금리 불확실성 등이 동시에 반도체 투자심리를 압박했다. 실제 설비투자 축소나 중국 업체의 대규모 양산이 확인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8거래일 만의 반등, 확인해야 할 것은 여전히 수급
16일 코스피가 반등했다고 해서 이번 조정이 종료됐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날 코스피는 장중 5809.94까지 올라 4%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가 5668.05로 상승폭을 상당 부분 반납했다.
다만 외국인이 9거래일 만에 현물 순매수로 돌아왔다는 점은 이전 거래일과 달라진 부분이다. 다음 거래에서 확인할 핵심 역시 지수가 특정 가격을 회복하는지보다 외국인의 현물 매수가 이어지는지, 현물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코스피200 선물 포지션이 어떻게 변하는지, 기관과 연기금이 외국인 매도를 받아줄 수 있는지다.
이번 주 국내 증시는 지수의 숫자보다 시장을 실제로 사고판 주체의 변화가 더 많은 정보를 보여줬다. 급락 과정에서 외국인은 현물을 지속적으로 줄이면서도 선물을 매수했고, 첫 반등일에는 오히려 현물을 사고 선물을 팔았다. 극심한 변동성이 이어진 시장에서 한쪽 수급만으로 투자자의 방향성을 판단하기 어려웠던 한 주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