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 통합돌봄, 제도를 잇지 못하면 삶도 잇지 못한다

국회미래연구원, 일본 사쿠시 지역포괄케어 사례 분석

서비스 종류보다 판정·연계·조정의 책임 주체가 중요

노인과 가족이 체감할 수 있는 지역사회 돌봄체계 필요

[화담일보 = 화담일보기자] 돌봄이 필요한 사람의 하루는 행정기관의 업무 구분표에 맞춰 움직이지 않는다. 병원 진료가 끝나면 이동 지원이 필요할 수 있고, 집에 돌아온 뒤에는 식사와 복약, 일상생활을 돕는 서비스가 이어져야 할 수 있다. 가족에게는 어느 기관에 무엇을 신청하고 누가 전체 과정을 조정하는지가 절실한 문제다. 국회미래연구원이 10월 13일 공개한 지역사회 통합돌봄 브리프는 제도 시행에도 전달체계의 분절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제도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생활의 연결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경고로 읽힌다.

 

[돌봄은 서비스의 목록이 아니라 생활의 연결이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에 대응하는 방식에서 복지사업의 숫자를 늘리는 일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돌봄을 받는 사람에게 더 중요한 것은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서비스가 끊기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의료, 요양, 주거, 식사, 이동, 사회적 관계의 문제가 서로 맞물려 있는데 담당 부서의 경계에서 정보가 단절된다면 돌봄의 부담은 다시 당사자와 가족에게 돌아간다.

 

제도별 지원 자격이나 재정 구조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생활의 연결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물론 각 사업의 법적 근거와 재원, 대상이 다르므로 모든 제도를 하나로 통합하는 일이 단기간에 가능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누가 안내하고 연결하며 신청 결과를 확인할지에 대한 조정 체계가 중요하다.

 

공공서비스의 성과를 측정할 때 몇 명이 신청했는지만 보는 방식에도 한계가 있다. 안내받지 못해 신청하지 못한 사람, 서비스를 이용해도 생활상의 필요가 해결되지 않은 사람, 기관을 옮길 때 지원이 끊어진 사람이 있다면 그 경험을 기록해야 한다. 돌봄의 성과는 행정 처리 건수와 함께 생활의 안정성으로 평가돼야 한다.

 

[지방정부의 역할은 커지되 책임도 분명해야 한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일본 사쿠시의 지역포괄케어 사례를 소개하면서 기초지자체가 판정·급여·재정의 여러 요소를 관할하고 서비스를 연계하는 구조에 주목했다. 이는 국내 제도에 같은 모델을 그대로 이식하자는 주장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일본과 한국은 보험체계와 지방재정, 의료공급 구조, 행정 역량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비교사례는 정답의 복사본이 아니라 우리 제도를 질문하는 도구여야 한다.

 

국내 기초지자체가 돌봄의 연결 기능을 강화한다면 지역 현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지역에 따라 인력과 예산, 의료·돌봄 자원이 크게 다를 수 있다. 지역 중심 운영이라는 구호만 앞세우면 서비스가 부족한 지역의 격차가 고착될 위험도 있다. 중앙정부는 최소한의 서비스 기준과 재정적 지원, 성과평가 틀을 책임지고 지방정부는 실제 연계와 사각지대 발굴에 집중하는 역할 분담을 검토할 만하다.

 

자치와 책임은 함께 가야 한다. 지역마다 상황에 맞게 운영할 수 있는 재량은 필요하지만, 그 재량이 주민의 기본적인 돌봄 접근성 차이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돼서는 곤란하다. 필요한 정보를 공유할 법적·기술적 근거도 마련해야 하며 개인정보를 무분별하게 통합하는 방식은 경계해야 한다.

 

[현장을 조정하는 사람에게 권한과 시간이 필요하다]

 

통합돌봄이 실제로 작동하려면 개별 서비스를 아는 담당자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당사자의 생활 목표를 이해하고 관련 기관을 연결하며 서비스가 제대로 도착했는지 확인하는 조정 기능이 필요하다. 국회미래연구원도 서비스 조정 전문인력의 제도화와 현장·정책 환류 체계의 구축을 중장기 과제로 제안했다.

 

여기서 인력을 늘리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담당자가 무엇을 결정할 수 있는지, 기관 간 협의를 어떻게 요청하는지, 서비스가 끊겼을 때 누가 문제를 해결하는지 명확해야 한다. 조정 인력에게 업무와 책임을 한꺼번에 떠넘기면서 제도적 권한과 교육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현장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돌봄 업무 종사자의 근로환경 역시 서비스의 지속성과 연결된다. 이용자와 돌봄노동자를 서로 대립하는 집단으로 볼 이유가 없다. 적정한 인력 배치, 정보 공유, 안전한 근무환경, 가족과의 의사소통이 뒷받침돼야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돌봄의 책임을 가족의 희생에만 의존하는 방식도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

 

[도움을 받을 권리를 복잡한 절차 속에 숨겨선 안 된다]

 

돌봄서비스는 이용자의 존엄을 바탕으로 설계돼야 한다. 고령자나 장애인이 단순히 보호의 대상이라는 관점에 머물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생활 방식과 돌봄의 우선순위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가족의 편의와 기관의 효율이 언제나 당사자의 선택보다 앞설 수는 없다. 다만 의사결정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적절한 설명과 보호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

 

정보 접근성도 중요하다. 복잡한 용어를 이해하거나 온라인 신청을 이용하기 어려운 주민에게는 방문·전화·대면 안내가 필요할 수 있다. 서비스가 있음에도 어디에 문의해야 할지 몰라 포기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이는 개인의 정보 부족만이 아니라 제도 설계의 문제이기도 하다.

 

[한 사람의 하루를 기준으로 서비스를 점검해야 한다]

 

제도의 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가상의 이용 경로를 검토해 볼 수 있다. 다만 실제 사례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노인의 경험담처럼 꾸며 써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퇴원 후 집에서 생활해야 하는 사람이 의료기관의 안내를 받고 지역의 돌봄기관을 찾는 절차를 생각해 보자. 누가 최초 요청을 받고, 필요한 정보를 어떤 동의와 법적 근거 아래 전달하며, 다음 기관에서 연락을 받았는지 확인하는 지점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점검은 행정 조직도가 아니라 이용자의 이동 경로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서비스 연계가 끊기는 시점을 파악하는 일도 중요하다. 퇴원과 입원 사이, 재가와 시설 사이, 주간과 야간처럼 이용자의 상황이 바뀌는 시기에는 담당자도 달라질 수 있다. 한 기관이 업무를 마쳤다는 이유만으로 전체 지원이 끝났다고 간주하지 않도록 연계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 이는 특정 기관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자는 것이 아니라 협업이 필요한 접점을 명확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정보공유 문제에서는 효율성과 개인정보 보호를 함께 보아야 한다. 이용자에게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요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모든 기관이 모든 정보를 무제한 조회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 서비스 목적에 맞는 최소한의 정보와 접근권한을 정하고, 누가 어떤 이유로 정보를 활용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관리가 필요하다. 이용자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협업 기술이 발전해도 실제 활용은 어렵다.

 

지역별 인력 부족을 고려한 우선순위 설정도 중요하다. 모든 서비스를 한 번에 완성하겠다는 계획보다 연결이 특히 부족한 영역을 찾아 보완하는 접근이 현실적이다. 보건·복지·요양 현장 종사자의 경험을 경청하고 그들의 의견이 제도 변화로 이어지는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 한 사람의 평범한 하루가 끊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통합돌봄의 출발점이자 최종 평가 기준이다.

 

우리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방향에 공감한다. 그러나 좋은 방향을 선언하는 것과 생활의 변화를 만드는 것은 다르다. 판정과 연계 절차를 더 명료하게 만들고, 중앙과 지방의 책임을 나누며, 현장이 발견한 문제를 정책 개선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돌봄이 필요한 사람의 삶은 의료와 요양, 행정과 가족의 사정으로 조각나지 않는다. 제도가 그 삶을 따라 연결될 때 비로소 통합돌봄은 이름값을 하게 된다.

작성 2026.10.14 01:00 수정 2026.10.1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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