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같은 나라, 다른 노후…방문진료·재가요양 지역격차
나이가 들어 병원에 혼자 가기 어렵고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해지면 누구나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 의료와 돌봄을 받을 수 있을까.
같은 장기요양등급을 인정받고 같은 제도에 따라 서비스를 신청하더라도 실제 이용 여건은 거주 지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집으로 찾아오는 의사가 있는지, 방문요양을 제공할 기관과 인력이 있는지, 병원까지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마련돼 있는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기관이 멀리 떨어진 농어촌에서는 방문진료를 받거나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의료기관이 많은 도시에서도 방문서비스 제공기관이 부족하거나 이용자가 특정 시간대에 몰리면 원하는 서비스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
정부는 2026년 3월 27일부터 전국 229개 시군구에서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시행하고 있다.
고령자가 살던 집에서 필요한 의료·요양·생활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연결하는 제도다.
그러나 전국에서 같은 제도를 시행한다는 사실이 모든 지역에서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웰라이프타임즈는 기획 '살던 집에서 맞는 노후' 1편에서 통합돌봄의 운영 현황을, 2편에서는 집에서 생활하며 부담해야 하는 의료·돌봄 비용을 살펴봤다. 이번 3편에서는 방문진료와 재가요양의 공급 기반을 점검하고, 지역별 이용 여건의 차이와 이를 줄이기 위한 과제를 짚어본다.

통합돌봄 전국 시행…서비스 연결과 실제 이용은 구분해야
보건복지부가 7월 2일 발표한 지역사회 통합돌봄 시행 100일 운영성과에 따르면, 6월 26일 기준 전국 통합돌봄 신청·접수자는 4만 6,215명이었다. 이 가운데 3만 7,304명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연계됐다.
연계된 서비스는 총 12만 3,595건으로, 일상생활 돌봄이 43.1%를 차지했다. 건강관리·예방 19.7%, 장기요양 12.8%, 주거복지 10.1%, 보건의료 9.1% 등이 뒤를 이었다.
통합돌봄을 통해 여러 종류의 지원을 연결하는 체계가 운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서비스 연계 건수는 실제 방문진료나 방문요양이 얼마나 신속하고 충분하게 제공됐는지를 직접 보여주는 지표는 아니다.
방문진료가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더라도 거주 지역에 방문 가능한 의료기관이 없다면 진료를 받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방문요양이 필요해도 요양보호사를 확보하지 못하면 서비스를 시작하기 어렵다.
따라서 통합돌봄의 성과를 평가할 때는 신청자 수와 서비스 연계 건수뿐 아니라 신청 후 실제 서비스가 시작되기까지 걸린 시간, 제공 횟수와 지속 여부 등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방문요양 1만 8,613곳, 방문간호 932곳…공급 기반 차이
집에서 이용할 수 있는 장기요양서비스는 방문요양과 방문목욕, 방문간호, 주야간보호 등으로 나뉜다.
방문요양은 요양보호사가 가정을 방문해 식사와 세면, 옷 갈아입기 등 일상생활을 돕는 서비스다. 방문간호는 의사 등의 방문간호지시서에 따라 간호인력이 가정을 찾아가 간호와 건강관리 등을 제공한다.
두 서비스는 제공 내용과 이용 요건이 다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장기요양기관 현황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기준 전국 장기요양기관은 3만 54곳이다. 이 가운데 재가급여기관은 2만 3,653곳으로 집계됐다.
서비스 종류별 제공기관은 방문요양 1만 8,613곳, 방문목욕 1만 977곳, 방문간호 932곳, 주야간보호 5,688곳이다.
방문요양 제공기관과 비교하면 방문간호 제공기관의 수가 현저히 적다.
다만 이는 서비스 종류별 기관 수를 비교한 것으로, 방문간호 수요가 방문요양과 같다는 의미는 아니다. 두 서비스는 이용 목적과 대상이 다르며, 한 기관이 여러 종류의 급여를 제공할 수도 있다.
따라서 기관 수의 차이만으로 방문간호가 전국적으로 얼마나 부족한지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고령자가 집에서 생활하면서 일상생활 지원과 의료적 관리를 함께 받아야 하는 경우에는 방문요양뿐 아니라 방문간호와 방문진료를 적절히 연결할 수 있는 공급 기반이 중요하다.
특히 만성질환을 앓거나 퇴원 후 지속적인 건강관리가 필요한 고령자는 필요한 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도록 의료와 돌봄의 연계가 이뤄져야 한다.
방문진료 가능한 의료기관 없다면…농어촌 접근성 과제
방문진료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위해 의료진이 집을 찾아가 진찰과 처방 등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모든 의료기관이 방문진료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의료기관이 가까이 있더라도 해당 기관이 방문진료에 참여하지 않으면 이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농어촌은 의료기관과 환자의 거리가 멀고 방문 대상자가 넓은 지역에 흩어져 있어 의료진의 이동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재택의료센터는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이 협력해 거동이 불편한 장기요양 수급자에게 방문진료와 간호서비스를 제공하고 필요한 지역사회 자원을 연결하는 사업이다.
보건복지부가 2026년 1월 발표한 참여 의료기관 모집계획에는 의료취약지역을 위한 협업 방식도 포함됐다.
군 지역이나 재택의료센터가 설치되지 않은 일부 시·구에서는 의료기관의 의사가 방문진료를 담당하고, 보건소가 간호사와 사회복지사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지역에 참여 의료기관이 없으면 일정한 요건에 따라 인접 지역 의료기관과 협업하는 방식도 허용했다.
의료기관이 부족한 지역에서도 방문진료와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보완책이다.
그러나 협업 방식이 마련됐다는 사실만으로 접근성이 개선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참여 의료기관이 얼마나 확보됐는지, 의료진이 어느 지역까지 방문하는지, 환자가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정책의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
요양보호사 부족하면 방문요양도 제때 받기 어렵다
방문요양은 고령자가 집에서 생활하기 위해 이용하는 대표적인 돌봄서비스다.
그러나 장기요양등급을 인정받았다고 해서 원하는 시간에 곧바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 있어야 하고, 실제 가정을 방문할 요양보호사도 확보돼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8월 발표한 '2025년 장기요양실태조사'에 따르면, 장기요양요원 가운데 60세 이상은 63.4%였다. 2022년 조사 당시 62.9%보다 높아졌다.
장기요양기관의 67.2%는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응답했다.
이 수치는 장기요양서비스 제공 인력의 고령화와 채용 문제가 함께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전국 조사 결과만으로 특정 지역의 인력 부족 정도를 판단할 수는 없다. 지역별 기관 수와 실제 근무 인원, 신규 이용자 수용 능력 등을 추가로 살펴야 한다.
농어촌에서는 요양보호사가 여러 마을을 이동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도시에서도 이용자가 특정 시간대에 몰리거나 기관의 인력 배치가 충분하지 않으면 서비스 제공이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재가요양기관이 몇 곳 있는지만 확인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제 방문 가능한 지역과 시간, 신규 이용자 수용 여부까지 살펴야 한다.
지역별 통합돌봄 신청률 차이…공급 격차로 단정해서는 안 돼
통합돌봄 시행 초기부터 지역별 신청 실적에는 차이가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의 시행 100일 운영성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1만 명당 통합돌봄 신청자는 전남·광주 93.3명, 제주 65.9명, 대전 53.4명, 전북 52.0명 등이었다.
반면 울산은 21.0명, 경기는 25.2명, 인천은 25.5명, 대구는 33.4명으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러한 차이는 지역별 제도 운영 현황을 살펴보는 자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신청자가 많다고 해서 의료·돌봄서비스가 충분하고, 적다고 해서 서비스가 부족하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지방정부의 대상자 발굴 활동과 주민의 제도 인지도, 신청 절차의 편의성 등에 따라서도 신청 실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역격차를 파악하려면 신청 실적과 함께 방문진료 참여기관 수, 재가요양기관의 인력 현황, 서비스 이용 대기기간 등을 비교해야 한다.
또한 광역 시·도 단위의 평균만으로는 같은 지역 안에서 발생하는 차이를 확인하기 어렵다. 한 시·도 안에서도 중심 시가지와 외곽 농촌의 의료·돌봄 이용 여건이 다를 수 있다.
정부도 지역별 서비스 편차 확인…의료취약지 지원 강화 추진
보건복지부는 통합돌봄 시행 100일 점검에서 지방정부의 역량에 따른 서비스 제공 수준의 차이와 의료취약지·인구감소지역의 의료·요양·돌봄 자원 부족을 제도 운영상의 과제로 제시했다.
정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역별 서비스 수요와 공급 현황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통합돌봄 기본계획과 지방정부 지역계획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의료취약지와 초고령 지역 등 돌봄 기반이 부족한 지역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방문재활과 방문영양 등 새로운 서비스 모델도 개발할 계획이다.
이러한 정책은 지역별 여건에 맞는 의료·돌봄 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예산과 사업을 늘리는 것만으로 격차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의료기관과 재가요양기관이 부족한 지역에는 실제 서비스를 제공할 인력과 운영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인구가 적고 마을 간 거리가 먼 지역에서는 개별 지방정부가 모든 서비스를 단독으로 운영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경우 인접 지역과 의료·돌봄 자원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사업이 얼마나 많이 만들어졌는지가 아니라 고령자가 필요한 서비스를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지다.
같은 장기요양등급이라도 생활 여건은 달라질 수 있다
같은 장기요양등급을 인정받은 두 고령자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한 사람은 방문진료 참여 의료기관과 재가요양기관이 가까운 지역에 살고, 다른 사람은 의료기관까지 이동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농촌에 거주한다.
두 사람 모두 제도상 같은 종류의 장기요양급여를 이용할 수 있지만 실제 이용 과정은 달라질 수 있다.
첫 번째 고령자는 여러 기관 가운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지만, 두 번째 고령자는 방문 가능한 의료기관이나 요양보호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는 특정 지역에서 발생한 실제 사례가 아니라 서비스 공급 여건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한 가상 상황이다.
이처럼 의료·돌봄서비스의 접근성은 제도의 지원 대상인지 여부뿐 아니라 실제 서비스를 제공할 기관과 인력이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고령자가 살던 집에서 계속 생활할 수 있도록 하려면 전국 공통의 지원제도와 함께 지역별 서비스 기반을 갖추는 일이 필요하다.
우리 동네에서 이용 가능한 서비스부터 확인해야
고령자와 가족이 방문진료나 재가요양서비스를 알아볼 때는 먼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구분하는 것이 좋다.
진찰과 처방 등 의료서비스가 필요하다면 방문진료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식사와 세면, 이동 등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하다면 장기요양등급 인정 여부와 방문요양서비스 이용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
이미 장기요양등급을 인정받았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이용 가능한 급여 종류와 장기요양기관 정보를 안내받을 수 있다.
의료와 요양, 생활지원 등 여러 서비스를 함께 연결받을 필요가 있다면 거주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지역사회 통합돌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해당 지역에 기관이 등록돼 있다는 사실과 실제 신규 이용자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다르다.
서비스 이용을 상담할 때는 방문 가능 지역과 시간, 신규 이용자 수용 여부, 예상 대기기간, 본인부담금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살던 집에서 계속 살 권리, 주소지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고령자가 익숙한 집과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의료와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그러나 전국 어디에서나 같은 제도를 신청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고령자의 생활 여건이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방문진료를 제공할 의료진이 없거나 재가요양기관이 부족하다면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고령인구 비율이 높고 의료기관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의료와 요양, 교통, 생활지원을 함께 연결하는 체계가 중요하다.
앞으로 통합돌봄의 성과를 평가할 때는 신청자 수와 서비스 연계 건수뿐 아니라 고령자가 실제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필요한 지원이 중단되지 않고 이어지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또한 지역별 서비스 격차를 줄이기 위한 지원이 실제 의료·돌봄 인력 확충과 이용 여건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령자가 집에서 계속 생활할지, 시설 돌봄을 선택할지는 건강 상태와 개인의 의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거주 지역에 필요한 서비스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선택의 폭이 제한돼서는 안 된다.
살던 집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다는 바람이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도록 하는 것.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다음 기획 예고]
마지막 4편에서는 '우리 동네에서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나…신청부터 이용까지'를 주제로 고령자와 가족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의료·요양·돌봄 지원제도를 안내한다. 어디에서 상담하고 신청해야 하는지, 어떤 서류와 절차가 필요한지, 서비스 이용 전에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