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려는데…CCTV 영상이 없다면?

수도권 정신의료기관 15곳 조사…일부는 폐쇄병동에도 CCTV 없어

설치한 13곳도 영상 보관 7~30일 제각각…‘0일’ 설정 사례도 확인

인권위, 최소 30일·격리실 90일 보관하도록 법제화 권고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한 가족이 폭행을 당하거나 과도한 격리·강박을 겪었다면 가족은 가장 먼저 묻게 된다.
 

“그때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하지만 당시 상황을 확인할 CCTV가 없거나 영상이 이미 삭제됐다면 사실관계를 밝히는 것부터 어려워진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정신의료기관에서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환자와 유가족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CCTV 설치·운영 기준을 관련 법령에 반영할 것을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


폐쇄병동인데 CCTV가 아예 없는 곳도
 

인권위는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수도권 정신의료기관 15곳을 방문해 CCTV 설치·운영 실태를 조사하고 의료종사자와 입원환자를 면담했다.


조사 결과 일부 의원급 정신의료기관은 보호실이 있는 폐쇄병동을 운영하면서도 CCTV를 전혀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격리·강박 환자를 관찰하기 위한 CCTV를 설치해야 하는 보호실에 이를 설치하지 않은 사례도 확인됐다.
 

CCTV를 설치한 13곳도 영상 보관기간이 7일에서 30일까지 제각각이었다.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거나 CCTV 운영·관리 사항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은 기관도 있었다.
 

영상 보관기간 ‘0일’…사건이 생기면 무엇으로 확인하나
 

일부 기관에서는 영상정보를 별도 서버에 보관하지 않고 보관기간을 사실상 ‘0일’로 설정한 뒤 휴대전화 등 개인용 기기를 연결해 영상을 확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폐쇄병동에서는 폭행·상해뿐 아니라 격리·강박 과정에서 인권침해 논란이나 사망 등 중대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당시 영상이 존재하지 않거나 이미 삭제됐다면 환자와 유가족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권리를 구제받기 어려워진다.
 

인권위 “최소 30일, 격리실은 90일 보관해야”
 

인권위는 정신의료기관 CCTV 설치·운영 기준을 「정신건강복지법」 등 관련 법령에 반영하도록 권고했다.


영상 보관기간은 최소 30일, 별도의 격리 수용 공간인 격리실은 90일로 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영상의 촬영·보관·열람·접근·폐기 등에 관한 관리기준도 함께 마련하도록 했다.
 

CCTV가 많으면 인권이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CCTV를 무조건 많이 설치하는 것이 답은 아니다.
 

환자의 안전을 이유로 사생활까지 과도하게 촬영한다면 또 다른 인권침해가 될 수 있다. 실제 인권위의 과거 조사에서는 녹음 기능이 탑재된 CCTV나 샤워실·화장실에 CCTV가 설치된 사례도 확인됐다.
 

결국 필요한 것은 ‘더 많은 CCTV’가 아니라 ‘필요한 곳에 설치하고 제대로 관리하는 CCTV’다.


환자의 사생활은 보호하면서도 폭행이나 과도한 격리·강박 등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권리까지 병원 문 밖에 두고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공간일수록 사람의 권리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는 더 분명해야 한다.
 

 

출처: 국가인권위원회, 「정신의료기관 내 CCTV 설치 및 운영, 관련 법령에 기준 마련하도록 권고」(2026.10.12)
 

작성 2026.10.12 19:28 수정 2026.10.12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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