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앞두고 “비타민 주사 맞으세요”…알고 보니 ‘납 배출 주사’ 의혹

특수건강진단 직전 ‘킬레이션 주사’ 투약…경찰 수사 진행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68건…동종 배터리 사업장 14곳 감독 확대

전·현직 노동자 집단 역학조사…대통령 “중대한 인권침해”

“비타민 주사입니다.”


회사에서 그렇게 설명했다면 노동자는 자신의 건강을 위한 주사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그런데 자동차 배터리 공장에서 특수건강진단을 앞둔 노동자들에게 체내 납 등 중금속 배출을 촉진하는 이른바 ‘킬레이션 주사’를 투약하면서 이를 ‘비타민 주사’라고 안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회사 측은 이 같은 설명을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문제는 투약 시점이다. 노동자의 유해물질 노출 정도를 확인하는 건강검진을 앞두고 왜 중금속 배출을 촉진하는 주사를 맞게 했느냐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해당 행위가 노동자 건강보호 조치를 방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회사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12일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인권 침해”라며 철저한 조사와 엄중한 대처를 지시했다.
 

건강검진 직전 왜 ‘납 배출 주사’를 맞았나
 

논란이 된 곳은 울산의 한 자동차·선박용 배터리 등을 생산하는 제조업체다.


킬레이션 치료는 약물을 이용해 체내 납 등 중금속 배출을 촉진하는 치료법이다.


이번 사건에서 확인해야 할 핵심은 노동자들이 자신이 어떤 유해물질에 노출됐는지 알고 있었는지, 왜 해당 약물을 투여받는지 충분한 설명을 들었는지, 그리고 투약이 특수건강진단 결과에 영향을 미칠 목적이었는지다.
 

회사 측은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해당업체는 '비타민 주사'라고 안내한 사실이 없으며, 혈액검사 수치가 높은 직원에게 의사 처방에 따른 킬레이션 치료를 권유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해당 치료 역시 의료진 상담을 거쳐 직원이 자율적으로 선택했다는 입장이다. 

 

또 킬레이션 치료에 사용된 약제는 적법한 의약품이며, 노동자들이 호소하는 건강 이상과 납 노출 사이의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결국 노동자들에게 투약 목적과 효과가 충분히 설명됐는지, 실제 투약 과정이 자율적으로 이뤄졌는지, 특수 건강진단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는 수사를 통해 규명돼야 할 핵심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68건…배터리 사업장 14곳으로 조사 확대
 

고용노동부 조사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 68건이 적발됐다.


노동부는 위반 사항에 대해 사법·행정 조치를 하고 과태료 4,620만원을 부과했으며, 납 노출과 관련된 일부 공정에는 사용중지 명령을 내렸다. 특수건강진단 직전 킬레이션 주사를 투약한 행위에 대해서는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정부 조사는 한 사업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고용노동부는 배터리 제조 동종 사업장 14곳을 대상으로 기획감독에 착수했다. 노사정 추천 전문가 9명이 참여하는 해당 사업장 노출 규명·작업환경 개선위원회’도 출범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퇴직자를 포함한 전·현직 노동자 전체를 대상으로 집단 역학조사를 실시해 납 노출이 건강에 미친 영향을 살펴볼 예정이다.
 

기준치 5배 넘는 납…대통령 “중대한 인권침해”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생산 과정에서 기준치의 5배가 넘는 납이 검출됐다는 내용을 보고받고 관련 의혹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해야 할 기업이 부작용 위험을 숨긴 채 주사를 맞게 하고 유해물질 노출을 은폐했다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인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해물질 노출 실태와 주사 투약 경위, 건강검진 결과 은폐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고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엄중하게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다른 사업장에서도 유사 사례가 있는지 점검할 것도 주문했다.
 

건강검진은 회사가 ‘통과’해야 하는 시험이 아니다


특수건강진단은 회사가 좋은 검사 결과를 받기 위해 치르는 시험이 아니다.
 

납과 같은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노동자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보호조치를 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건강검진 직전에 체내 중금속 배출을 촉진하는 약물이 투여됐다면 검진 결과가 노동자의 실제 노출 정도와 건강상태를 제대로 보여줬는지 확인해야 한다.
 

누가 투약을 결정했는지, 노동자에게 무엇이라고 설명했는지, 투약이 실제로 자율적으로 이뤄졌는지, 건강검진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는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
 

그러나 한 가지 원칙은 분명하다.
 

노동자는 자신이 어떤 유해물질에 노출됐는지 알 권리가 있고, 자신의 몸에 무엇이 투여되는지 설명받을 권리가 있다.
 

산업안전보건제도 역시 회사가 좋은 검사 수치를 얻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일터에서 가장 먼저 보호해야 할 것은 검사 결과가 아니라 사람이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2026.10.12), 고용노동부 관련 감독·조치 자료,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관련 조사 내용
 

작성 2026.10.12 18:15 수정 2026.10.1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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