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압수한 위조 화장품 34개 중 11개서 유해물질 기준 초과
- 정품 여부 불분명하면 사용 중단…구매 기록 남기고 공식 창구에 신고
명품 가방과 의류에 집중됐던 위조상품이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유아·아동용품, 세정용품 등 일상적으로 사용하거나 몸에 직접 닿는 제품으로 확산하고 있다.
겉모습은 정품과 비슷해도 원료와 함량, 제조환경, 품질관리 과정을 확인하기 어려워 소비자 피해가 금전 손실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 압수한 해외 유명 브랜드 위조 화장품 34개를 검사한 결과, 11개에서 안전기준을 넘은 메탄올과 납 등이 검출됐다.
일부 위조 향수의 메탄올 함량은 허용기준의 최대 484배에 달했다. 위조상품을 단순히 ‘정품과 모양만 비슷한 저가 제품’으로 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지식재산처는 10월 12일부터 연말까지 상표권자와 온라인 플랫폼,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합동 점검을 실시한다.
인공지능으로 위조 의심 판매 게시물을 찾아낸 뒤 필요하면 제품을 직접 구매해 상표권자가 정품 여부를 감정하고, 위조상품으로 확인되면 판매를 차단할 계획이다.

화장품·건강기능식품 등 35개 상표 집중 점검
첫 집중 점검은 10월 12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다.
대상은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유아·아동용품, 세정용품 분야 35개 상표다. 열린 장터와 사회관계망서비스, 해외직구 플랫폼 등 15개 온라인 플랫폼에 올라온 상품을 살핀다.
인공지능은 상품명과 이미지, 판매 문구 등에서 위조상품으로 의심되는 게시물을 선별하는 역할을 맡는다.
인공지능이 의심 상품으로 분류했다고 곧바로 위조상품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경우 실물을 구매하고 상표권자의 감정을 거쳐 정품 여부를 판단한다.
11월부터 연말까지는 블랙프라이데이와 박싱데이 등 해외 할인행사에 맞춰 의류와 패션잡화, 신발 등으로 점검 범위를 넓힌다.
인공지능 탐지와 함께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의 재택정보수집단 85명과 전문인력을 투입하고, 대형 할인행사 기간에는 휴일과 야간에도 온라인 유통정보를 확인한다.
위조상품으로 확인된 정보는 관세청과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등에 공유한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상품은 통관 단계에서 차단하고, 위조상품을 판매하는 해외 누리집은 국내 접속 차단까지 연계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온라인 모니터링 30만 건 넘어
국내 온라인 위조상품 모니터링 건수는 2022년 20만6173건에서 2023년 23만8021건, 2024년 27만2948건, 2025년 30만7718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8월까지 16만1656건을 기록했다.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합하면 118만6516건이다. 다만 이 숫자는 온라인에서 확인한 ‘모니터링 건수’다. 모두 위조상품으로 최종 판정됐거나 판매가 차단되고 형사사건으로 처리된 규모를 의미하지 않는다. 같은 상품이나 판매자가 여러 게시물에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어 실제 유통된 위조상품 수와 동일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매년 수십만 건을 살피고 있다는 사실은 위조상품 유통이 일부 오프라인 시장을 넘어 온라인 쇼핑몰과 사회관계망서비스, 해외직구 플랫폼으로 넓어졌음을 보여준다.
위조 화장품 34개 중 11개서 기준 초과 유해물질
건강 위험은 실제 제품 검사에서도 확인됐다. 한국소비자원이 충남경찰청이 압수한 해외 유명 브랜드 위조 화장품 34개를 조사한 결과, 11개인 32.4%에서 메탄올과 납 등 유해물질이 안전기준을 초과했다.
조사 대상 위조 향수 18개 가운데 6개는 메탄올이 허용기준을 넘었다. 일부 제품에서는 메탄올 함량이 96.9%로 나타나 허용기준보다 최대 484배 높았다.
메탄올은 노출량과 경로에 따라 두통과 어지럼증, 구토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심하면 시신경과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납도 장기간 반복해 노출되면 신경계와 신장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이번 결과는 경찰이 압수한 위조 화장품의 성분을 검사한 것이다. 국내에서 해당 제품을 사용한 뒤 실제 건강피해를 본 사람이 몇 명인지 조사한 통계는 아니다. 따라서 위조 화장품으로 대규모 환자가 발생했다고 확대해 해석해서는 안 된다.
검사 결과가 보여주는 핵심은 일부 위조상품에 안전기준을 크게 넘는 유해물질이 들어 있었고, 소비자가 판매 화면이나 포장만 보고 그 위험을 알아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건강기능식품은 성분과 함량 확인 어려워
위조 건강기능식품은 겉포장과 상표를 정품과 비슷하게 만들 수 있지만, 실제 원료와 함량이 표시 내용과 일치하는지 알기 어렵다. 제조시설의 위생 상태와 품질검사 여부, 유통 과정의 보관 조건도 확인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고혈압이나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으로 여러 약을 복용하는 고령자가 성분이 불분명한 제품을 섭취하면 예상하지 못한 이상반응이나 약물 상호작용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유명 상표가 붙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안전성과 기능성이 확인됐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국내에서 정식으로 인정된 건강기능식품은 포장에 ‘건강기능식품’ 문구나 표시가 있다. 식품안전나라에서 제품명과 제조업체, 인정된 기능성을 검색할 수도 있다. 다만 위조상품은 표시까지 모방할 수 있으므로 제품 포장의 그림만 보지 말고 공식 제품 목록과 대조하는 편이 안전하다.
해외 온라인몰에서 직접 구매하는 식품은 식품안전나라의 ‘해외직구 위해식품 목록’에 올라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위해성분이 확인돼 국내 반입이 차단된 제품이라면 구매하거나 섭취하지 않아야 한다. www.mfds.go.kr

유아용품·세정용품도 정품 여부 따져야
유아·아동용품은 어린이가 입에 넣거나 피부에 장시간 접촉할 수 있다. 세정용품도 손과 눈, 호흡기에 노출될 수 있어 성분과 사용상 주의사항이 중요하다.
그러나 위조상품은 정품 제조사가 관리하는 원료와 생산공정, 안전검사 절차를 거쳤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모양과 기능이 정품과 비슷하거나 상표가 선명하게 인쇄돼 있다는 사실만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할 수 없다.
온라인 상품 설명에 ‘정품급’, ‘동일 공장 생산’, ‘해외판’, ‘병행수입 정품’이라고 적혀 있어도 그 문구만으로 정품이 입증되지는 않는다. 병행수입 상품이 모두 위조상품이라는 의미도 아니지만, 소비자는 판매자가 제시한 제조사와 수입자, 유통경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싼 가격은 주의 신호
정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은 위조상품을 의심할 수 있는 대표적인 신호다. 그러나 가격이 싸다고 모두 위조상품인 것은 아니며, 비싸게 판매된다고 정품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구매 전에는 판매자의 사업자 정보와 연락처, 반품 주소가 구체적으로 표시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해당 판매처가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에서 안내하는 매장이나 인증 판매처인지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은 제조·수입업체, 사용기한, 원재료나 전 성분, 섭취·사용 방법과 주의사항이 제대로 표시됐는지도 봐야 한다. 판매 이력이 짧고 연락처가 불분명한 사회관계망 계정이나 개인 간 거래, 현금결제만 요구하는 판매처는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다.
지식재산처도 정품 구매를 위해 공식 매장이나 인증된 온라인 판매처를 이용하고, 시중 가격보다 지나치게 저렴한 상품은 주의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의심된다면 사용부터 중단해야
제품의 향이나 색, 제형이 평소 사용하던 정품과 다르거나 포장 인쇄와 제조번호, 사용기한 표시가 이상하다면 우선 사용을 중단하는 것이 좋다. 판매자에게 정품임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와 유통경로를 요구하고 주문 화면과 결제 내역, 판매자 정보, 제품과 포장 사진을 보관해야 한다.
피부 발진이나 눈의 통증, 두통, 구토, 호흡곤란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면 제품을 더 사용하지 말고 의료기관에서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진료할 때 제품명과 구입 경로, 사용 시점과 사용량을 알리고 가능하면 제품 용기와 포장을 함께 제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위조상품이 의심되면 지식재산침해 원스톱 신고상담센터 누리집을 이용하거나 전화 1666-6464로 상담할 수 있다. 판매자가 환불을 거절하거나 거래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했다면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상담 또는 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
게시물 삭제 넘어 반복 판매까지 막아야
인공지능으로 많은 판매 게시물을 빠르게 찾고 상표권자의 감정으로 정확도를 보완하는 것은 온라인 위조상품 차단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게시물 하나를 삭제해도 판매자가 계정이나 상품명, 인터넷 주소를 바꿔 다시 판매할 가능성이 있다.
단속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반복 판매자와 연결 계정, 결제·배송 경로까지 추적하고 재입점을 막는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등 건강·안전과 관련된 제품은 정품 여부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필요할 경우 성분검사로 연결하는 체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 플랫폼 역시 신고가 들어온 상품만 개별적으로 삭제하기보다 같은 사진과 설명이 다른 계정에서 반복되는지, 제재받은 판매자가 이름을 바꿔 다시 입점하는지 살펴야 한다.
정부가 모니터링 건수와 함께 위조 판정 건수, 판매 차단 실적, 통관 차단 규모와 재유통 여부를 구분해 공개하는 것도 과제다. 그래야 소비자가 위조상품 유통 실태와 단속 효과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위조상품 문제는 상표권자의 경제적 피해에만 머물지 않는다.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유아용품처럼 몸에 직접 닿거나 섭취하는 상품에서는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이 걸린 문제다.
가격이 지나치게 싸거나 유통경로가 불분명하다면 ‘정품처럼 보이는가’보다 ‘누가 만들었고, 어떤 절차로 안전성을 확인했는가’를 먼저 살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