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전기를 쓰는데, 옆 공장 고지서는 왜 다를까?

| 16년 새 고압 전력량요금 146% 올라… 중소 제조업 '전기료 체력' 바닥

| 한전 약관 속 ‘1,000kW 미만 저압 공급' 조항, 아는 공장만 쓴다

| 초기비용 없이 수전방식 바꾼 공장, 전년 동월 대비 고지서 20~30%대 감소 사례

 

중소 제조업 대표들 사이에서 요즘 가장 자주 나오는 말은 "매출보다 전기료가 먼저 오른다"는 하소연이다. 실제로 한국전력 요금표를 비교하면 체감이 과장이 아니다. 2009년 6월과 2026년 4월 요금을 놓고 보면, 중소 공장이 주로 쓰는 산업용(을) 고압A 선택Ⅱ의 전력량요금 평균단가는 kWh당 63.3원에서 155.6원으로 146.1% 뛰었다. 같은 기간 저압 요금은 58.0원에서 108.4원으로 86.8% 올랐다. 둘 다 올랐지만, 오른 폭은 고압 쪽이 훨씬 가팔랐다.

 

문제는 대부분의 중소 공장이 '고압' 요금을 내고 있다는 점이다. 한전에서 22,900V로 전기를 받아 공장 안 자체 변압기로 380V로 낮춰 쓰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장 설비가 실제로 돌아가는 전압은 결국 380V다. 같은 전압의 전기를 쓰면서도 어떤 방식으로 '받느냐'에 따라 요금표 자체가 달라지는 셈이다.

 

 

약관 한 줄이 가르는 요금 차이

한전 기본공급약관 제23조는 계약전력 1,000kW 미만 고객에게 교류 삼상 380V 저압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다. 과거 100kW 미만에 머물던 저압 공급 범위가 확대되면서, 중소형 공장도 요건만 맞으면 한전에서 직접 저압 전기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차이는 기본요금에서부터 드러난다. 2026년 4월 16일 기준 산업용(을) 고압A 선택Ⅱ의 기본요금은 kW당 8,320원, 산업용(갑)Ⅰ 저압은 5,550원이다. 요금적용전력 450kW 공장을 가정하면 기본요금만 월 374만4천원에서 249만7천5백원으로, 매달 120만원 이상이 갈린다. 여기에 전력량요금 단가 차이까지 더해진다.

이번 4월 요금 개편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고압 요금은 최대부하 시간대 단가가 내려간 대신 경부하 단가가 kWh당 5.1원 올랐고, 저압 요금은 변동이 없었다. 야간·심야 가동 비중이 높은 공장일수록 셈법이 달라졌다는 뜻이다.

 

 

고지서가 말해주는 결과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을 통해 저압수전으로 전환한 사업장의 실제 고지서를 보면, 사용량이 비슷한 전년 동월과 비교해 한 곳은 청구액이 약 1,536만원에서 1,068만원으로(약 31%), 다른 한 곳은 약 2,219만원에서 1,731만원으로(약 22%) 줄었다. 사용량을 줄인 결과가 아니라, 같은 전기를 다른 방식으로 받은 결과다.

 

비용 부담도 관건이다. 이 방식은 한국에너지공단에 등록된 ESCO가 시설비를 선투자하고, 고객은 초기비용 없이 절감된 전기요금으로 일정 기간 상환하는 구조로 진행된다. 상환이 끝나면 절감액은 온전히 공장 몫이 된다. 자체 변압기가 사라지면서 노후 변압기 교체비, 정기검사·안전관리 비용, 역률 요금 부담도 함께 정리되고, 정전 시 책임 한계점이 한전으로 넘어간다는 점도 제조 현장에서는 적지 않은 의미다.

 

 

"우리 공장도 되나"는 고지서 한 장으로 갈린다

다만 모든 공장이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계약전력 300kW 이상 1,000kW 미만, 월 전기요금이 대략 1천만원에서 6천만원 사이인 제조업을 적합한 대상으로 본다. 요금 규모가 작으면 절감액도 작아져 선투자 비용을 회수하는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얼마나 쓰느냐'가 사업 성립 여부를 먼저 가른다.

 

그렇다고 월 전기요금이 1천만원에 못 미치는 공장에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경우에는 수전 방식을 바꾸기보다 공장·창고 지붕을 활용한 태양광 설비로 전기요금 부담을 덜어내는 쪽이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 요금 규모와 지붕 여건, 가동 패턴에 따라 맞는 방식이 달라지는 만큼, 공장마다 답이 다르다.

 

여기에 계약전력과 실제 최대수요전력의 조합, 한 사업장당 공급 한도, 기존 변압기의 설치 위치, 향후 증설 계획까지 따져야 하고, 한전과 전기안전공사, 전기기술사의 사전 승인 절차도 거쳐야 한다. 같은 규모의 공장이라도 조건 하나 차이로 '적합'과 '부적합'이 갈리는 이유다. 저압 전환 후에는 증설 여지가 줄어드는 만큼, 공장의 중장기 계획과 함께 검토해야 한다.

 

 

※ 전기요금 절감 상담: 중소기업연구개발지원협회(kordea.co.kr) / 1661-0986

 

김성현 발행인/수석기자 kordea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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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10.12 12:02 수정 2026.10.1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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