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감천/ 이은택 時論
의료와 요양의 현장에서 환자의 손발을 묶는 ‘신체적 구속’과 강한 진정제로 의식을 침묵시키는 ‘화학적 구속’은 오랜 기간 ‘안전’과 ‘관리’라는 명분 아래 용인되어 왔다.
낙상을 막기 위해, 혹은 비위관을 뽑지 못하게 하려고 손목에 채워지는 억제대는 환자의 존엄을 무너뜨린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억제대에 대한 시선이 엄격해지자,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진정제와 항정신병 약물 투여 형태의 ‘화학적 구속’이 그 자리를 대체하며 음성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약물과 억제대로 행동을 통제당한 노인은 근육이 빠지고 인지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며 섬망이 심화된다. 돌봄을 위해 들어간 곳에서 도리어 상태가 악화되어 구속을 끊어내지 못하는 비극적인 악순환이다. 이것이 과연 어쩔 수 없는 돌봄의 현실인가.
해외 선진국들의 사례는 이것이 불가피한 선택이 아님을 증명한다.
일본은 신체 구속을 시행하는 시설에 수가를 감액하는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으며, 독일은 억제대 사용 시 법원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해 사법적으로 자유권을 보호한다. 미국 역시 연방법으로 요양원 내 불필요한 항정신병 약물 투여를 엄격히 규제하며, 북유럽 국가들은 저상 침대와 안전한 배회 공간 등 환경 개선과 인력 확충을 통해 ‘구속 없는 돌봄’을 실현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이제 관성적인 구속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단순히 현장의 윤리적 의식에만 기대어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우선 ‘구속 최소화 정책’을 국가적 과제로 지정하고, 이를 실천하는 기관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수가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 더불어 무분별한 화학적 구속을 막기 위한 약물 처방 모니터링 체계를 신설해야 한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돌봄 환경의 체질 개선이다. 간병인 및 요양보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의 현실화, 낙상 방지용 완충 환경 구축, 그리고 비약물적 중재 교육 지원이 수반되어야 한다.
어르신을 묶고 재우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라 할 수 없다. 누구나 맞이하게 될 노년의 삶이 존엄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이제는 신체적·화학적 구속의 사슬을 끊어낼 제도적 결단이 필요할 때다.

"우리는 왜 어르신을 묶고 재워야만 하는가", 요양 종사원의 진실한 외침
"오늘도 죄책감을 안고 퇴근합니다."
요양병원과 요양원에서 일하는 한 요양보호사의 나지막한 고백이다. 언론과 사회는 신체적·화학적 구속을 행하는 의료진과 간병인을 '인권 침해의 가해자'로 손가락질하지만, 현장의 종사자들은 자신들 역시 잘못된 시스템이 만들어낸 또 다른 피해자이자 비극의 목격자라고 부르짖는다.
현장의 목소리는 명확하다. 어르신의 손발을 묶고 약을 먹이고 싶어 하는 종사자는 단 한 명도 없다. 그러나 밤 근무 시간, 요양보호사 1명이 20~30명의 치매 및 중증 어르신을 혼자 담당해야 하는 혹독한 현실 속에서 '낙상 사고'는 곧 종사자의 개인적·법적 책임으로 돌아온다. 어르신이 침대에서 떨어져 뼈가 부러지는 순간, 기관과 종사자는 막대한 손해배상과 영업정지 처분의 위험에 노출된다. 결국 사고를 막기 위한 유일한 생존책으로 억제대를 묶고 진정제를 투여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몰아세움이 존재하는 것이다.
"약물과 억제대는 돌봄의 도구가 아니라, 부족한 인력을 대신하는 '가장 저렴한 대안'으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종사자들의 외침은 바로 이 지점을 겨누고 있다.
이 비극적 고리를 끊기 위해 현장 종사자들이 사회에 요구하는 진실한 대책은 다음과 같다.
종사자 1인당 담당 환자 수를 현행의 절반 이하로 줄여, 어르신이 안절부절못하거나 배회할 때 곁에서 대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을 확보해 줄 것. 지침을 준수한 상태에서 발생한 불가항력적 낙상 사고에 대해 종사자 개인에게 모든 형사적·재정적 책임을 묻지 않는 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할 것. 저상 침대, 낙상 감지 센서 매트, 비 약물적 행동 중재 프로그램 등을 도입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직접적 예산 지원을 늘릴 것. 등 이다.
어르신의 존엄성을 지키는 돌봄은 종사자의 존엄성이 확보될 때 비로소 시작된다. 그들의 외침은 변명이 아니다. 어르신을 사람답게 모시고 싶다는, 우리 사회 전체를 향한 절박한 호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