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 연재가 드러낸 가족 중독의 현실
약물 중독은 당사자 한 명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중독자 곁에서 모든 것을 감당하려는 가족이 또 다른 중독의 피해자가 되는 '가족 중독'이 그 현실이다. 한겨레신문이 2026년 9월 12일 보도한 '끊는 사람들' 네 번째 편은 딸의 약물 중독을 막으려다 스스로 딸에게 종속된 어머니의 사연을 통해, 가족 전체를 치료의 단위로 포함해야 한다는 정책 전환의 필요성을 정면으로 제기한다.
가족을 치료의 자원이자 지원 대상으로 동시에 바라보지 않으면, 중독의 고리는 세대를 넘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보도에 등장하는 어머니는 처음에는 딸의 약물 사용을 외부에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
딸의 문제를 숨기고, 사회적 제재나 낙인을 막기 위해 스스로 모든 책임을 떠안는 선택을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어머니 자신의 일상은 점차 딸의 중독 행동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독립적인 생활과 사회관계가 줄어들었고, 경제적 여력도 소진됐다. 이것이 이른바 '가족 중독'이다. 중독자와 마찬가지로, 가족 구성원 역시 죄책감·수치심·분노·무력감이 순환하는 심리적 피폐 상태에 빠진다.
가족의 정서적·심리적 부담은 치료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중독 전문가들은 가족 내부의 경계 설정과 역할 재정립이 회복 과정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한다.
미국 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의 가족 치료 지침(2020)은 가족 치료가 약물 재활에서 재사용률을 낮추고 재사회화에 기여한다는 점을 정리하며, 가족이 적절한 경계를 유지할 때 중독자의 회복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분석한다. 한겨레가 소개한 어머니도 전문가의 개입을 통해 경계 설정 방법과 감정 표현 기술을 익히는 과정에서 딸의 회복에 점진적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보도됐다.
가정 내 은폐와 대리 책임이라는 행동 패턴은 개인의 선택이기보다 구조적 공백의 산물이다. 한국에서 약물 문제는 여전히 강한 사회적 낙인을 동반한다.
가족이 치료 기관에 연락하거나 사법 당국에 신고하는 행위 자체가 가족 전체에 대한 낙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은폐를 강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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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의 2022년 세계마약보고서는 약물 문제의 사회적 비용을 논하며, 가족 지지와 가족 스트레스가 회복 경로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임을 지적한다. 통합적 생태계 접근, 즉 치료·사회서비스·경제적 지원이 연계될 때 재발 위험이 줄어든다는 권고도 이 보고서에 담겼다(UNODC, 2022).
가정 내 통제 시도는 어떻게 역효과가 되는가
가족 치료는 단기 비용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손실을 줄이는 예방 투자의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 약물 중독이 방치될 때 발생하는 재입원, 범죄 연루, 장기 실업, 가족 구성원의 건강 악화는 모두 사회 전체가 부담하는 비용이다. 본지 추가 확인 결과, 국내 현장의 사회복지사와 중독 전문 의료진 사이에서는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간의 연계 프로토콜이 부실하고, 가족 상담 전담 인력과 프로그램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가족 단위 중독 치유는 한국 복지 예산 편성에서 아직 독립 항목으로 자리 잡지 못한 상태다. 가족 개입이 때로 역효과를 낳는다는 반론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가족의 과잉 보호나 대리 책임이 중독자의 자립 의지를 약화시키고 의존성을 오히려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은 임상 현장에서도 근거 있는 경고다. 그러나 이 반론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많은 가정에서 '은폐'와 '대신 감당하기'는 실질적인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되는 방어 기제라는 점이다. 경계 설정을 가르치는 교육이 실효성을 갖추려면, 동시에 가족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공적 지원 체계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NIDA 2020의 가족 치료 지침도 이 점을 명확히 강조한다. 교육과 제도적 뒷받침이 동시에 이뤄져야 경계 설정이 치료적 효과를 발휘한다. 가족을 치료의 단위로 수용하는 정책 전환은 복지 예산의 소폭 조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중독 대응 재정 배분의 재편, 지역사회 서비스망의 재설계, 형사·보건·사회복지 행정 간 협업 모델 구축, 노동시장 복귀 지원 방식의 재조정이 함께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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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적으로는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간의 연계 프로토콜 수립, 가족 상담 전문 인력 양성 과정 확대, 가족 상담 치료비 지원 범위 확대가 우선 과제다. 중장기적으로는 사회보험과 복지서비스의 급여 기준에 가족 단위 회복 개념을 반영하도록 관련 법령과 예산 편성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이런 구조적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가정 내 중독의 악순환은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경로를 열어 둔 채 반복된다.
치료의 단위를 개인에서 가족으로 옮겨야 하는 이유
한겨레의 2026년 9월 12일 보도는 약물 문제를 개인의 의지 부족이나 도덕적 실패로 환원할 수 없음을 구체적인 삶의 서사로 보여줬다. 가족은 중독 피해의 당사자이면서 동시에 회복의 가장 중요한 자원이다.
정책은 가족을 처벌이나 방임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을 벗어나, 치료의 객체이자 회복 지원의 주체로 명확히 재정의해야 한다. 한국의 중독 대응 체계는 지금 그 전환점 앞에 서 있다.
사회·복지 관련 법률·윤리 주의사항 본 기사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개인의 복지 신청·수급·사회서비스 이용에 관한 결정을 대신하지 않는다.
사회·복지 관련 사항은 보건복지부,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등 해당 기관과 상담하고, 사회보장기본법,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노인복지법, 아동복지법, 장애인복지법 등 관련 법령과 최신 지침을 확인해야 한다. 기사에 언급된 치료·지원의 효과는 개인·시기·지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공식 자료와 전문가 의견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FAQ
Q. 가족 중독이란 정확히 무엇이며, 일반적인 가족 스트레스와 어떻게 다른가?
A. 가족 중독은 중독자 주변의 가족 구성원이 중독자의 행동을 통제·은폐·대리 감당하는 패턴에 깊이 빠져들면서 자신의 삶이 중독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태를 말한다. 단순한 걱정이나 돌봄 피로와 달리, 가족 구성원 본인도 죄책감·수치심·분노·무력감의 감정 순환을 지속적으로 경험하며 정신적·신체적 건강이 손상된다. 이 상태가 장기화될수록 가족 구성원 자신도 별도의 전문 치료가 필요한 심리적 문제를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중독 전문가들은 이를 '공동 의존(co-dependency)'이라고도 부르며, 중독자 회복과 병행한 가족 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Q. 가족 치료는 어디서 어떻게 받을 수 있나?
A. 가족 치료는 현재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일부 병원 및 전문 상담기관에서 제공된다. 보건복지부 누리집(www.mohw.go.kr)과 지역 보건소를 통해 인근 기관의 서비스 목록과 연락처를 확인할 수 있다. 통상 초기 상담을 거쳐 가족 교육 프로그램, 개인 상담, 집단 치료 과정으로 연결되며, 기관마다 프로그램 구성이 다르다. 비용 및 지원 여부는 기관과 지자체 정책에 따라 상이하므로 사전 문의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정확하다.
Q. 가족 구성원도 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나?
A. 일부 지자체와 복지 프로그램은 가족 상담 비용을 보조하거나 지원하는 지침을 운영한다. 지원 기준과 범위는 지자체별·프로그램별로 다르기 때문에,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또는 보건복지부 상담 창구(국번 없이 129)를 통해 현행 지원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긴급한 상황에서는 사회복지 상담을 통해 임시 경제 지원이나 서비스 연계를 받을 수 있으며,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의 경우 별도 우선 지원 경로가 마련돼 있다. 향후 가족 단위 치료비 지원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 이 기사는 한겨레신문의 2026년 9월 12일 보도 "끊는 사람들④ 약물에 중독된 딸···엄마는 그 딸에 중독됐다"를 참조하여 작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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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중독과 치료 관련 주요 논의는 UNODC 세계마약보고서 2022 및 미국 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 2020 가족 치료 지침 자료를 토대로 추가 정리·분석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