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권침해를 당한 교사에게 상담기관이나 병원 명단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건 초기부터 종료까지 한 명의 전담관이 1대1로 지원하는 체계가 경기도에서 가동됐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8월 22일 교권보호전담관 300명을 공식 출범시켰다. 중대한 교육활동 침해와 아동학대 피신고, 악성 민원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교원에게 초기 대응부터 사실관계 확인과 필요한 지원 연계까지 전담 책임을 맡기는 방식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를 전국 최초의 교권보호전담관 체계라고 설명하고 있다.
제도의 의미는 단순히 지원 인력을 늘린 데만 있지 않다. 피해자가 스스로 필요한 병원과 상담기관, 법률지원 절차를 찾아다녀야 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원제도를 알려주는 것’에서 ‘실제로 지원받도록 연결하는 것’으로 대응 방식을 바꾸려는 시도라는 점이 핵심이다.
교권보호전담관 300명…교원·변호사·의사·경찰 등 참여
경기도교육청은 8월 10일 교권보호전담관 최종 선발 결과를 발표했다. 선발 인원은 교원 110명, 전문가 160명, 경기도민 30명 등 모두 300명이다.
전문가 그룹에는 변호사와 의사, 경찰, 상담사, 갈등조정 전문가, 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 등 다양한 분야의 인력이 포함됐다. 당초 50명을 모집할 계획이었지만 1,823명이 지원하면서 최종 선발 규모가 300명으로 확대됐다.
경기도교육청이 7월 공개한 모집 공고에서부터 전담관의 역할은 비교적 명확했다. 중대한 교권침해와 아동학대 피신고, 악성민원 피해교원을 지원하고 현장을 방문해 초기 대응과 사안 조사를 통합 지원하며, 사안 종료 시까지 1대1 전담 책임 지원을 하는 것이 주요 업무로 제시됐다.
즉 피해 교사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조사 담당자, 상담기관, 변호사 등을 각각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전담관을 중심으로 필요한 지원을 연결하는 구조다.
“병원 명단을 받아도 결국 교사가 직접 알아봐야 했다”
이 제도가 필요한 이유는 9월 3일 공개된 현장 목소리에서도 드러난다.
교권보호전담관으로 참여한 윤선노 평택 청옥초 교사는 자신의 아내가 교권 피해를 겪는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본 경험을 토대로 기존 지원체계의 한계를 설명했다. 피해 교사에게 상담 가능한 병원 명단을 제공하더라도 결국 어느 병원에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피해 교사가 직접 알아보고 절차를 밟아야 했다는 것이다.
이 발언은 경기도교육청 전체의 기존 지원체계를 공식적으로 평가한 내용이라기보다 실제 피해 지원과정을 경험한 교사의 문제 제기다. 그러나 피해자 보호에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지원기관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것으로 조직의 역할이 끝나는가라는 문제다.
피해 직후에는 당사자가 사건 대응뿐 아니라 정상적인 업무와 일상생활을 이어가는 것 자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법률지원과 의료·상담지원 제도가 존재하더라도 피해자가 각 기관의 역할과 이용 절차를 스스로 파악해야 한다면 제도와 실제 지원 사이에는 간극이 생길 수 있다.
‘안내’에서 ‘전담 연결’로…피해자가 절차까지 떠안지 않도록
교권보호전담관 제도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이 간극을 줄이는 데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제도를 처음 공개할 당시부터 기존에 여러 부서로 나뉘어 있던 조사, 법률지원, 상담·치유 업무를 통합하고, 교권침해 발생 초기부터 종결과 회복까지 피해 교원과 1대1로 연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모든 사건을 전담관 한 사람이 직접 해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변호사가 필요한 사안은 법률지원으로, 심리적 어려움이 큰 경우에는 상담·치유 지원으로 연결하는 등 피해 교사가 여러 지원체계를 혼자 찾아다니지 않도록 전담 책임자를 두는 것이 제도의 핵심이다.
이 점에서 피해자 보호의 기준은 ‘지원 프로그램이 존재하느냐’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실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누가 피해자의 상황을 확인하고, 필요한 지원을 판단하며, 그 지원이 연결될 때까지 책임질 것인지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
교권보호 넘어 조직의 피해자 지원체계에도 던지는 질문
이번 제도는 교권침해 대응을 위해 마련됐지만 ‘피해자를 혼자 뛰게 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다른 조직의 피해자 보호체계를 점검하는 데도 참고할 만하다.
공공기관이나 기업, 학교에서 성희롱·직장 내 괴롭힘·인권침해 신고가 접수됐을 때도 피해자에게 상담센터나 외부 기관의 연락처만 전달하는 것과 실제 이용 가능한 지원으로 연결하는 것은 다르다.
다만 경기도교육청의 교권보호전담관 제도가 다른 피해자 보호제도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사건 유형마다 법적 절차와 담당기구, 피해자 보호조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 사례에서 주목할 부분은 특정 제도를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피해 당사자가 지원 절차까지 홀로 감당하지 않도록 책임 있는 연결체계를 두었다는 정책 설계 방식이다.
교권보호전담관 체계가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신속하게 작동하는지, 전담관별 역할과 책임 범위는 어떻게 조정되는지, 피해 교사의 회복과 업무 복귀 과정까지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지는 앞으로 확인해야 할 과제다.
제도의 성패 역시 300명이라는 숫자보다 피해 교사가 사건 발생 순간부터 “어디에 전화해야 하나, 누구를 찾아가야 하나”를 다시 혼자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체계를 실제로 만들어내는지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