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비 10조 시대…‘공공간병’ 문턱은 여전히 높았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경기 172곳뿐…지역별 인프라 격차 뚜렷

중증환자 ‘가려받기’에 인력난까지…“병상 확대만으론 한계”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간병 부담은 더 이상 개별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4일 인천데일리 취재결과 막대한 간병비를 감당하지 못해 가족이 직장을 그만두는 이른바 ‘간병 퇴직’까지 현실화하고 연간 간병비 규모가 10조 원에 달하자 정부가 환자와 가족의 부담을 덜기 위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에 나섰다. 그러나 정작 필요한 환자가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사각지대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기도에서는 서비스 제공 병원이 일부 대도시에 집중돼 있어 거주 지역에 따라 이용 기회가 크게 달라지는 데다, 정작 간병 필요성이 높은 중증환자가 병원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환자 가족이나 사적으로 고용한 간병인 대신 병원에 배치된 간호 인력이 24시간 돌봄을 제공하는 제도다.


건강보험 적용으로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6인실 기준 하루 2만 원 안팎, 4인실은 약 3만 원 수준이다. 하루 15만 원 안팎이 드는 개인 간병인을 이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하루 최대 12만 원가량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보호자가 병실에 상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정해진 면회시간을 제외하면 보호자의 병동 출입이 제한되는 만큼 외부에서 유입되는 감염 위험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환자가 원한다고 해서 누구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경기도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은 172곳에 그친다. 더욱이 의료기관이 특정 지역에 몰려 있어 시·군별 접근성 차이가 뚜렷하다.


수원시는 19곳으로 가장 많고 고양 17곳, 부천 15곳, 성남 14곳 등 7개 시·군은 서비스 제공 병원이 10곳 이상이다. 반면 동두천·양주·의왕 등 7개 시·군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경기도민이라도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공적 간병서비스를 이용할 기회부터 달라지는 셈이다.


병상을 확보했다고 해서 문제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간병 필요도가 높은 중증환자를 병원이 사실상 선별적으로 받는 이른바 ‘환자 가려받기’ 문제도 제도의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


시민단체 건강돌봄시민행동이 지난해 6월 23일부터 7월 4일까지 82개 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간호간병통합병상 환자 가려받기 실태조사’ 결과가 이를 보여준다.


조사에 응답한 50개 병원 가운데 중증환자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명확하게 답한 곳은 상급종합병원 2곳과 지방의료원 2곳 등 불과 4곳이었다.


일부 병원은 환자의 중증도를 이유로 입원을 받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거나 서비스 이용의 한계를 설명하며 사실상 다른 선택을 유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명확하게 이용 가능 여부를 밝히지 않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병원도 14곳에 달했다.


결국 돌봄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큰 환자일수록 오히려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에 들어갔다. 지난 4월 23일부터 비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참여를 전면 허용하고 중증환자 전담병실 참여 기준도 완화했다.


그러나 의료·돌봄 현장에서는 중증환자를 위한 별도 병실을 두는 방식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히려 일부 병원에 중증환자를 제한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요양병원 간병 급여화 자문단과 건강돌봄시민행동 정책위원으로 활동하는 김원일 위원은 “의료법 제1조의4에 따라 간호·간병서비스는 환자의 중증도에 맞춰 제공돼야 한다”며 “정부가 별도의 ‘중증환자 전담병실’을 지정하면서 병원이 일부 병상에서만 중증환자를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방식의 운영을 막으려면 일부 전담병실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 전반이 중증환자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병상 확대 못지않게 시급한 문제는 사람이다.


정부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공급을 늘리더라도 실제 환자를 돌볼 전문 인력이 따라오지 못하면 서비스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 환자의 간병은 단순히 식사를 돕거나 거동을 보조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낙상 사고를 예방하고 식사와 배설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치매나 섬망 증상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전문적인 돌봄 역량이 요구된다.


박지현 평택대 간호학과 교수는 “고령 환자를 돌보기 위해서는 낙상 예방부터 식사·배설 지원, 치매·섬망 대응까지 다양한 역량이 필요하다”며 “병상 수만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이를 담당할 전문 인력을 함께 확보하는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상반기 시행을 목표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역시 인력 확보라는 난제를 안고 있다.


정부는 간병인을 직접 고용하는 100병상 이상 의료중심 요양병원 약 500곳을 대상으로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환자가 전액 부담하는 간병비의 본인부담률을 약 30%까지 낮추고 치매와 파킨슨병 등 중증환자를 우선적으로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지만 현장에서는 안정적인 간병 인력 공급 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여화만 서두를 경우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 위원은 “간병인의 처우가 열악하고 임금도 최저시급 수준에 머물면서 외국인 간병인마저 일을 그만두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가 교육비 등을 지원해 인력을 양성하고 일정 기간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지역 간병인제’를 검토하거나 경력에 따른 수당을 도입하는 등 인력 확보 방안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교수도 간병인을 병원이 직접 고용하도록 하는 것만으로 서비스 품질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용 주체가 바뀐다는 이유만으로 돌봄의 질이 자연스럽게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며 “간병인이 담당해야 할 업무의 범위를 명확히 하고 교육 이수 기준과 근무 여건 등을 표준화하는 체계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 ‘입원한 뒤 간병비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에서 한발 더 나아가 ‘노인이 최대한 늦게 병원이나 시설에 들어가도록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까지 정책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역사회에서 의료와 요양, 복지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해 고령자가 살던 곳에서 생활할 수 있는 기간을 늘린다면 가계의 간병 부담은 물론 사회 전체가 지출해야 하는 의료·돌봄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박 교수는 “지난 3월 26일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추진할 법적 토대가 마련됐다”며 “지자체가 지역의 의료·요양·복지 자원을 면밀하게 파악한 뒤 개인별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연결해 고령자가 병원이나 시설에 입원·입소하는 시기를 최대한 늦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예방 중심의 의료체계 구축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유럽에서 운영되는 주치의 제도와 같은 시스템을 국내에도 도입해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줄이고 주민 스스로 건강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주민이 정해진 주치의를 중심으로 일차의료 서비스를 이용한다. 주치의가 환자의 병력과 가족력, 생활습관 등을 장기간 파악하고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결국 공공간병의 해법은 간병비 일부를 지원하거나 병상 숫자를 늘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지역에 관계없이 필요한 환자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의료 인프라, 중증환자를 배제하지 않는 병상 운영, 숙련된 돌봄 인력 확보, 그리고 병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건강을 관리하는 지역사회 돌봄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작성 2026.09.04 10:58 수정 2026.09.0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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