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성범죄 피해 지원을 받은 사람 10명 가운데 약 8명이 20대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피해 사실을 알게 된 가족과 보호자의 첫 반응이 피해자의 도움 요청과 회복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피해자의 행동을 따지기보다 믿고 지지하는 대응이 중요하다는 현장 목소리가 나온다.
대전YWCA성폭력가정폭력상담소가 운영하는 대전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공개한 2026년 상반기 피해지원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피해자 60명에게 상담과 삭제지원, 수사·법률 및 의료지원 연계 등 모두 359건의 지원이 이뤄졌다. 해당 현황은 센터가 언론에 제공한 자료를 통해 9월 3일 공개됐다.
피해자 78.3%가 20대 이하…불법촬영 가장 많아
연령별로는 20대가 27명으로 전체 피해자의 45.0%를 차지했고, 10대 이하가 20명으로 33.3%였다. 두 연령대를 합하면 78.3%다.
피해유형은 모두 121건으로 집계됐다. 불법촬영이 45건(37.2%)으로 가장 많았고, 촬영물이 유포될지 모른다는 유포불안이 33건(27.3%), 유포·재유포가 15건(12.4%)으로 뒤를 이었다. 한 피해자에게 여러 유형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피해유형 건수는 피해자 수보다 많다.
특히 유포불안이 전체 피해유형의 4분의 1을 넘었다는 점은 디지털성범죄 피해가 실제 촬영물 유포 여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미 확보된 사진이나 영상이 언제 다시 퍼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자체가 피해자의 일상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그런 사진을 보냈니”라는 추궁이 피해자를 숨게 할 수 있다
센터가 이번 발표에서 강조한 것은 통계만이 아니다. 피해 사실이 알려진 직후 가족과 주변인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가 피해자의 도움 요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센터는 특히 아동·청소년의 피해를 알게 된 양육자나 보호자가 “왜 그런 사진이나 영상을 보냈니”, “왜 진작 말하지 않았니”와 같이 추궁하면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감추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가 촬영물을 상대방에게 직접 전송했더라도 동의 없이 이를 유포하거나 유포를 빌미로 협박한 책임까지 피해자에게 돌릴 수는 없다는 것이 센터의 설명이다.
정현주 대전YWCA성폭력가정폭력상담소 소장도 디지털성범죄는 촬영물의 유포·재유포뿐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비난과 주변의 시선으로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아동·청소년 피해자의 행동을 탓하기보다 피해 사실을 믿고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학교와 청소년기관, 복지시설, 상담 현장에서도 같은 원칙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피해 사실을 처음 접한 사람이 사건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묻기보다 현재의 안전을 확인하고 전문지원체계로 연결하는 것이 우선이다.
증거는 보존하되 피해 촬영물 재전송·복제는 피해야
피해가 확인됐다면 가해자와 주고받은 대화, SNS 계정과 아이디, 게시물 주소(URL), 게시 날짜와 시간, 유포·협박 내용 등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화면을 저장할 때는 계정명과 날짜·시간, URL 등이 함께 확인되도록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다만 증거를 확보한다는 이유로 피해 촬영물 자체를 가족이나 지인에게 다시 보내거나 불필요하게 복제·공유하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피해자나 보호자가 직접 인터넷을 반복 검색하며 유포 여부를 확인하거나 혼자 삭제하려 하기보다 전문기관을 통해 상담과 삭제지원, 수사·법률지원을 받는 방법이 있다.
성평등가족부도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에게 전문상담과 불법촬영물·신상정보 삭제지원, 수사 동행, 의료지원과 심리 치유회복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있다. 촬영·유포·협박 피해가 발생했을 때 피해 내용을 무조건 삭제하기보다 필요한 증거를 보존한 뒤 전문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디지털성범죄 대표 상담번호는 1366이다.
대전에서는 042-254-3038~9…상담·삭제·수사법률 지원
대전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대전 중구 대흥로 128 대전YWCA성폭력가정폭력상담소에서 운영된다. 대전 대덕구가 올해 7월 공개한 공식 안내에 따르면 전화상담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042-254-3038~9로 받을 수 있으며, 내방상담은 사전 전화예약 후 가능하다. 상담지원과 수사·법률지원, 치유회복, 삭제지원 등을 제공한다.
대전YWCA도 올해 디지털성범죄 피해 예방 활동과 사이버감시단 운영을 이어가고 있으며 공식 홈페이지에서 센터 문의전화 042-254-3038을 안내하고 있다.
디지털성범죄 피해를 알게 된 순간 주변인이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피해자의 행동을 심문하는 것이 아니다. 피해자의 말을 믿고 안전을 확인한 뒤, 필요한 증거를 보존하고 전문기관의 상담·삭제·수사 지원으로 연결하는 것이 피해자가 다시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하는 출발점이다.





